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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104

용모 - 한국어

용모(容貌 )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1) 번역 : 홍성필 내 얼굴은 요즘 또다시 한층 커진 것 같다. 본래부터 작은 얼굴은 아니었으나 요즘 들어 더 커졌다. 미남이란 작고 아담한 얼굴을 말한다. 얼굴이 매우 큰 미남이란 그리 흔하지 않다. 상상하기도 힘들다. 얼굴이 큰 사람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저 “대단”, “장엄”, 또는 “훌륭”해지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듯하다. 하마구치 오사치 (浜口雄幸) 씨는 얼굴이 매우 큰 사람이었다. 역시 미남은 아니었다. 그러나 훌륭했다. 장엄하기까지 했다. 용모에 대해서는 남몰래 수양한 적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도 이렇게 되면 하마구치 씨처럼 되도록 수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얼굴이 커지면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남들에게 거만하다고 오해를 받는다. ..

여인훈계 - 한국어

여인훈계(女人訓戒)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0) 번역 : 홍성필 타츠노 유타카(辰野 隆) 선생님이 쓰신 “프랑스 문학 이야기”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글이 있다. “1884년이라고 하니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오베르뉴 지방 끌레르몽 페랑 시에 사는 시브레 박사라고 하는 안과 명의가 있었다. 그는 동착적인 연구에 의해 인간의 눈은 짐승 눈과 바꾸기 쉬우며, 유독 짐승 중에서도 돼지와 토끼눈이 가장 사람 눈과 가깝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그는 어느 소경인 여인에게 이 놀라운 수술을 시도한 것이다. 접안재료로서 돼지 눈은 아무래도 좀 불쾌하므로 토끼눈을 쓰기로 했다. 실제로 기적이 일어나고 그 여인은 그날부터 세상을 지팡이로 더듬을 필요가 없어졌다. 오디푸스 왕이 버린 빛의 세상..

[희곡] 겨울의 불꽃놀이- 한국어

겨울의 불꽃놀이(冬の花火)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6) 번역 : 홍성필 등장인물 카즈에 29세 무츠코 카즈에의 딸, 6세 덴베에 카즈에의 부, 54세 아사 덴베에의 후처, 카즈에의 계모, 45세 카나야 세이조 마을 사람, 34세 기타 에이이치 (덴베에와 아사의 자, 미귀환) 시마다 데츠로 (무츠코의 친부, 미귀환) 모두 등장 안함. 장소. 쓰가루 지방의 어느 부락. 때. 1946년 1월 말경에서 2월에 걸쳐. 제1막 무대는 덴베에 집 거실. 다소 유복해 보이는 지주 집과 같은 형태. 안쪽에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이 보인다. 안쪽은 부엌, 바깥쪽은 현관이다. 막이 열리자 덴베에와 카즈에, 방 안쪽에 있는 스토브를 쬐고 있다. 둘 모두 말이 없다. 큰 벽시계가 3시를 알린다. 어색한 분위기. 갑자기 ..

뚝따닥 뚝딱 - 한국어

뚝따닥 뚝딱(トカトントン)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7) 번역 : 홍성필 삼가 아룁니다. 한 가지만 알려주세요.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저는 올해 스물여섯입니다. 태어난 곳은 아오모리(靑森) 시 테라마치(寺町)입니다. 아마도 모르시겠지만, 테라마치에 있는 청화사(淸華寺) 옆에 토모야라는 작은 꽃집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토모야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아오모리에 있는 중학교를 나와, 그로부터 요코하마(橫浜)에 있는 군수공장에서 사무원이 되고 3년 근무하여, 그리고는 군대에서 4년간 지냈으며 무조건항복과 함께 태어난 곳으로 돌아왔으나, 이미 집은 불에 타서 없고, 아버지와 형님과 형수님 셋이서 그 불탄 자리에 대충 작은 집을 지어 지내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중학교 4학년 때 ..

[희곡] 봄의 낙엽 - 한국어

봄의 낙엽(春の枯葉) 1막 3장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8) 번역 : 홍성필 인물 노나카 야이치 초등학교 교사 36세 세츠코 그의 처 31세 시즈 세츠코의 생모 54세 오쿠다 요시오 초등학교 교사 노나카 집에 동거함. 28세 키쿠요 요시오의 누이동생 23세 기타 학생 몇 명. 장소 쓰가루 반도 해안의 벽촌 때 1946년 4월 제1장 무대는 마을 초등학교 한 교실. 방과 후 오후 4시경. 정면에는 교단. 그 전방에 학생들 책상과 걸상이 20~30. 왼쪽 유리문에서 햇살이 비춘다. 오른쪽도 유리문으로부터 바다가 보인다. 전교생 150 명 정도 되는 학교 규모. 정면 칠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난잡하고 무질서하게 적혀 있으며, 힘줘서 지운 곳도 있으나, 대개 읽을 수 있다. 수업 중에 교사 노나카가 ..

식도락가 - 한국어

식도락가(食通)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2)번역 : 홍성필 식도락가란 대식가를 말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나는, 지금은 그다지 심하지는 않으나 왕년에는 상당한 대식가였다. 그 무렵 나는 스스로가 대단한 식도락가인줄 알고 있었다. 친구인 단 카즈오(檀一雄)에게 식도락가란 대식가를 말한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알려주고는 오뎅집 같은 곳에서 두부, 튀김, 무, 다시 두부라는 순서로 끝도 없이 먹어보이자, 단(檀) 군은 눈을 크게 뜨고서, 자네는 정말 식도락가군,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이마 우헤이(伊馬鵜平)군에게도 나는 그 식도락가의 정의를 가르쳐주었으나 이마 군은 곧바로 얼굴에 희색이 돌더니, 어쩌면 자기도 식도락가인지 모른다고 했다. 이마 군은 그로부터 5, 6번 함께 식사를 했으나 역시 틀림없는 대식도..

바다 - 한국어

바다(海)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6) 번역 : 홍성필 동경 미타카(三鷹)에서 살 무렵은 매일처럼 인근에 폭탄이 떨어져, 나야 죽어도 상관 없지만, 그러나 이 아이의 머리 위에 폭탄이 떨어진다면, 이 아이는 끝내 바다라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죽고 만다는 생각을 하자 마음이 아팠다. 나는 츠가루(津輕) 평야 한 가운데에서 태어났기에 처음 바다를 본 것은 매우 늦어, 열 살 정도가 되어서야 비로소 바다를 보았다. 그러므로 그 때의 큰 흥분은 지금까지도 나의 가장 소중한 추억 중 하나로 남아있다. 이 아이에게도 한 번은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 아이는 딸이며 다섯 살이다. 이윽고 미타카에서 살던 집도 폭탄 때문에 허물어졌으나 집에서 살던 사람들은 누구도 다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곧 코후(甲府) ..

부모라는 두 글자 - 한국어

부모라는 두 글자(親という二字)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6) 번역 : 홍성필 '親(부모)라는 건, 두 글자라는 문맹인 부모님 말씀.' 이 옛 시는 읊는 사람으로 하여금 서글프게 만든다. "어디에 가서 뭘 하든지 親(부모)라는 두 글자는 잊지 말아라." "아부지. 親(부모)라는 글자는 한 글자라구요." "음, 어쨌거나 한 글자든 세 글자든 말이다." 이런 식의 가르침은 교훈이 안 된다. 그러나 나는 지금 여기서 옛 시의 해설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실은 얼마 전 어떤 문맹인 부모를 만나 이런 옛 시가 문득 떠올랐다는 것뿐이다. 이재민 생활을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으나, 이재민이 되면 이상하게도 우체국에 갈 일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내가 두 번이나 이재민 생활을 하여 결국 츠가루(津輕)에 사는 형..

무제 - 한국어

무제(無題)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2)번역 : 홍성필 - 오오이 히로스케(大井廣介)라는 작자는 실로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화가 치밀어 올라 못 참겠다. 열 아홉 글자씩 스물네 줄. 즉 정확히 사백 쉰 여섯 글자로 된 문장을 하나 써보라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발상이다. 나는 오오이 히로스케와 어울려 본 적도 별로 없으며, 지금까지 둘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관계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와 같은 난제를 퍼붓는다. 그야말로 난처하기 짝이 없다. 오오이 군이여. 나는 그렇게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네.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정확히 사백 쉰 여섯 글자로 된 문장이라니, 그렇게 정확한 글을 쓸 수 있는 인물이 아니야. "도저히 안 되겠다"며 거절하였더..

화폐 - 한국어

화폐(貨幣)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6) 번역 : 홍성필 외국어에 있어서는 명사에 각각 남녀의 성별 있어 그리하여 화폐를 여성명사로 한다. 저는 77581호 백엔 짜리 지폐입니다. 당신의 지갑 속 백엔 지폐를 잠깐 살펴보세요. 어쩌면 제가 그 속에 들어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저는 매우 지쳐서, 저 자신이 지금 누구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지, 아니면 휴지통 속에라도 쳐 박혀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근래에는 현대식 지폐가 나와, 저희들 구식 지폐는 모두 불태워지고 만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만, 이제 이런,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심정으로 있을 바에는, 아예 깨끗하게 불태워져 승천하고 싶습니다. 불태워진 후 천국으로 갈지 지옥으로 갈지 그건 하느님께 달렸습니다만, 어쩌면 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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