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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필 24

요셉의 재회 - 제1장 결단 제15회

제1장 결단 제15회 한 마디, 단 한 마디라도 좋으니 술 담당관께 말씀을 드리고 싶었소. 이 요셉을 잊으셨느냐고, 이 요셉을 진정 잊으셨느냐고 한 마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었소. 하지만 방법에 없었지. 속수무책이오. 여기에 계실 때에는 내 도움을 필요로 하고 계셨으나, 지금은 폐하를 바로 곁에서 모시는 지체 높으신 분이시고, 반면에 나는 모시고 있던 주인의 부인을 겁탈하려 했다는 누명을 쓴 채로 투옥된 노예신분이지. 죄인인 나로서는 구름 위에 계시는 듯한 분을 뵐 방법이 없었기에 그저 기도를 뿐이었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기도를 드리곤 했지. 그러나 현실 속에서도 꿈 속에서도 아무런 답도 보이지 않았네. 미래도 희망도 자유도 없소. ‘기다림’이라는 것은 아픔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는 나날..

요셉의 재회 - 제1장 결단 제14회

제1장 결단 제14회 나는 그날부터 꿈을 꾸기 시작했네. 아니, 그것은 잠을 잘 때 꾸는 꿈과 비할 수가 없소. 내가 감옥에서부터 나온 다음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꿈이오. 나는 우선 내 고향 가나안으로 돌아갈 결심을 했네. 나를 낳아준 가나안 땅으로, 나를 사랑해준 아버지 곁으로 가고 싶었소. 베냐민을 만나러 가고 싶었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지금까지 내버려둔 아버지에 대한 사랑도 가나안 땅에 대한 미련도 없었네. 그저 내 속에 있었던 것은 베냐민에 대한 사랑이었소. 한 번이라도 좋으니 베냐민을 이 두 팔로 부둥켜 안아주고 싶었단 말이오. 그것마저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멀리서부터 바라볼 수만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소. 그것도 안 된 다면 건강한지 어떤지 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요셉의 재회 - 제1장 결단 제13회

제1장 결단 제13회 이 말을 들었을 때 두 담당관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구려. 기대에 찬 술 담당관과 두려움에 몸서리치는 떡 담당관이 나를 보고 있었지. 내가 그 분들에게 했던 말, 이 말은 똑같은 말이라 하더라도 한 사람한테는 석방을 알리는 말이었겠으나, 다른 한 사람한테는 사형집행 명령으로 들렸을 것이니 말이오. 두 사람을 데리고 나와서는, 출입문 앞에 서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에게 인계하고 난 다음, 나는 그들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네. 결과는 통쾌하리만큼 제 해석대로 되었소. 들은 바에 의하면 많은 신하들이 보는 앞에서 술 담당관은 혐의가 풀리고 예전 벼슬로 복직할 수 있었으나, 반면에 떡 담당관은 이번 사건에 대한 주범으로 밝혀졌다고 하더군. 나무에 달리게 될 에 때에 마지..

요셉의 재회 - 제1장 결단 제12회

제1장 결단 제12회 내가 기다린 또 하나의 이유는 술 담당관과 맺었던 약속 때문이오. 내 해석대로 그 분들의 운명이 결정된다면 ‘기다림’은 현실이 되네. 이 두 눈으로 보고 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현실이 되다는 게 아닌가. 떡 담당관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나는 그가 어떻게 되더라도 관심이 없었네. 물론 그 분이 석방된다면 엉터리해석을 했다면서 불쾌해하겠으나, 나는 이미 감옥에 갇힌 신세이오. 이 이상 어떻게 할 수도 없으시겠지. 문제는 술 담당관이오 그 분은 나를 버리지 않으리라 믿고 있었네. 내 해석대로 3일 후에 이 곳을 나갈 수 있다면, 그리고 예전처럼 폐하 곁에서 모실 수가 있게 되다면, 그 분은 틀림없이 나를 내보내주실 것일세,. 나는 믿었지. 그런 마음으로 3일을 기다렸소. 한편으로는 두..

요셉의 재회 - 제1장 결단 제11회

제1장 결단 제11회 그리고 3일이 지났소. 감옥에 갇히고 난 후, 아니, 이집트로 끌려온 이후 그 3일은 대단히 특별했소. 그렇지. ‘기다림’이라는 것을 내가 처음으로 맛본 날이라네.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다림’이라는 경험을 해본 날이었는지도 모르겠더군. 철이 든 이후 나 자신의 인생은 거기에 없었소. 노예라는 신분인 내게 무슨 힘이 있었겠소. 아무런 결정권도 아무런 선택지도 없었지. 자유를 배우기 전 복종을 배웠소. 웃음을 배우기 전 주인 안색을 살피는 것부터 배웠네. 입 열기를 배우기 전 입을 다물고 귀 열기를 배웠소. 내 주장을 하기보다도 뒤로 물러서는 것부터 배웠던 것일세. 모든 것은 강제로 시작해서 강제로 끝났지. 나 자신을 생각하기에 앞서 내 주인님을 위해 움직여야 했었기에 말이오. ..

요셉의 재회 - 제1장 결단 제10회

제1장 결단 제10회 나는 술 담당관에게 매달렸네. 소망을 걸었지. 제발 나를 기억해달라고, 제발 나를 잊지 말아 달라고, 제발 나를 나가게 해달라고, 제발 나를, 제발 나를……. 그런 절박한 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술 담당관은 제 꿈의 해석이 좋은 것을 듣고는, 알았다, 알았다며 싱글벙글 웃고만 있었네. 참으로 야속하기 이를 데가 없더군. 그러자 이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떡 담당관도 자신이 꾼 꿈을 들어달라는 게 아닌가. 아마도 술 담당관의 해석이 좋았기 때문에 자신도 마음이 들떴는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의 꿈이 술 담당관이 꾼 꿈과 비교해보면 참으로 묘하더군. 아니, 묘하다는 표현은 옳지 않소. 지극히 흉측한 느낌이었소. 떡 담당관 말에 의하면, 의 꿈속에서도 마찬가지로 ‘3’이 등장했네. 자..

요셉의 재회 - 제1장 결단 제9회

제1장 결단 제9회 술 담당관이 꾼 꿈은 틀림없이 회복을 의미하는 꿈이었소. 자유를 회복하는 꿈이었지.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망설였네. 만일 내가 해 드린 꿈 해석대로 되지 않고 일이 안 좋게 되면 큰 일이 아니잖소. 그러나 주저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네. 술 담당관의 수심에 가득 찬 얼굴, 나를 믿고 꿈을 말해주신 그 신뢰를 져버릴 수는 없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마음 속에 끓어오르는 확고한 자신감이 내 입을 열어버리고 말았네. 그 분이 보았다는 나뭇가지 세 개는 3일을 상징하는 것이니 3일 안에 당신은 누명을 벗고 복직될 것이라고 말씀 드렸네. 그러자 불안감에 사로잡혔던 술 담당관의 얼굴이 조금씩 펴지기 시작하더군. 그럴 만도 하지. 자신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의 확신에 찬 말은 큰 ..

요셉의 재회 - 제1장 결단 제8회

제1장 결단 제8회 내가 예전에 말을 하지 않았었나? 하루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 있었는데 말이오. 내가 있는 감옥에 두 관리가 수감되었는데, 그 분들이 들어오던 날에 장군께서 내게 직접 지시하시기를, 그 두 분을 나더러 보살펴드리라는 걸세. 그 양반들은 하나는 폐하의 술 담당관이고 또 하나는 폐하의 떡 담당관이었소. 당신도 아시다시피 두 사람 모두 폐하를 가까이에서 모시는 분이기에 평소라면 얼굴조차도 보기 힘든 분들이지 않나. 하지만 지금은 죄수 신분이고, 이곳 감옥은 나를 믿어주는 간수장 덕분에 내가 모두 관리하고 있었으니, 머지않아 그들과는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네. 나야 노예로 팔려와서 온 것만도 모자라 감옥에 갇힌 신세이지만, 그 분들은 최고관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갇힌 분들이니 얼마나 고달프셨겠..

요셉의 재회 - 제1장 결단 제7회

제1장 결단 제7회 그리고 두 번째는 내가 보고 싶어하는 이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소. 그게 누구겠는가. 그렇소, 바로 베냐민이오. 아아, 베냐민! 지금 이 날까지 한 번도 잊지 못한 내 사랑하는 동생 베냐민! 나를 없이하려고까지 할만큼 증오했던 그들이 베냐민을 또 어떻게 했을지! 아아,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살아나 있는지, 아니면 이미 그들의 흉포에 찢기고 말았는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어머니의 아들. 이 세상에서 가장 진한 피와 살로 묶인 형제, 이 세상에서… 이 세상에서… 아아, 베냐민! 나는 너를 지켰어야 하거늘, 내 삶의 이유는 오직 너를 지키는 것이었거늘, 이 못나고 죄 많은 너의 형은 이곳 머나먼 타향에 있으면서 너의 소식조차 듣지 못하고 있구나. 베냐민! 나를 용서해다오! 살아 있느..

요셉의 재회 - 제1장 결단 제6회

제1장 결단 제6회 몇 날 며칠을 나는 감옥 담장을 바라보며 실성한 인간처럼 살았었소. 밥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은 채 그저 하라는 노동만을 하면서, 누군가가 나를 때리면 아무런 생각 없이 맞곤 했었네. 더 이상 나는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지요. 도대체 무슨 기력이 있겠소이까. 내가 나와 내 동생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였으나 형님들의 시기와 질투로 인하여 노예로 팔려버리고 말았소. 이제 명백해지지 않았는가. 내 아버지가 섬기던 신이 있다면 그는 바로 내 불행을 바라는 이요, 내 앞길을 가로막는 방해자요, 내 노력을 짓밟아버리는 무자비한 신이라고 확신했네. 나는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도 잃었으며 형님들도 잃었고, 마지막 희망으로 남았던 내 아버지가 섬기던 신 여호와 하나님도 잃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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