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결단 제14회
나는 그날부터 꿈을 꾸기 시작했네. 아니, 그것은 잠을 잘 때 꾸는 꿈과 비할 수가 없소. 내가 감옥에서부터 나온 다음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꿈이오. 나는 우선 내 고향 가나안으로 돌아갈 결심을 했네. 나를 낳아준 가나안 땅으로, 나를 사랑해준 아버지 곁으로 가고 싶었소. 베냐민을 만나러 가고 싶었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지금까지 내버려둔 아버지에 대한 사랑도 가나안 땅에 대한 미련도 없었네. 그저 내 속에 있었던 것은 베냐민에 대한 사랑이었소. 한 번이라도 좋으니 베냐민을 이 두 팔로 부둥켜 안아주고 싶었단 말이오. 그것마저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멀리서부터 바라볼 수만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소. 그것도 안 된 다면 건강한지 어떤지 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기쁠까 생각했었다네.
술 담당관이 나가고 난 후, 나는 희망이 없는 무기수에서 희망이 있는 유기수로, 석방을 기다리는 신분으로 변했소. 나는 매일 술 담당관이 내보내줄 날만을 학수고대했네. 굳게 닫힌 저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이제 더 이상 떨 필요가 없어졌소. 그 발걸음은 나를 나무에 매달기 위한 것이 아닌, 나에게 자유를 전해주는 발자국일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아아, 내 주위를 돌아보아도 전혀 바뀐 것이 없었으나, 희망을 갖게 되면 이토록 달리 보일까 하며 놀라곤 했네. 나는 하루하루가 즐거웠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즐기게 되었단 말일세. 잃고 있던 웃음이 되돌아왔소. 간혹 들르시는 보디발 장군님도 내 표정이 변했다고 말씀해주셨을 정도였소.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술 담당관으로부터의 소식도, 석방을 알리는 통고도 없이 시간만이 허망하게 지나가고 있었네. ‘기다림’이란 사람을 행복하게도 만들지만 가슴을 타 들어가게 만들기도 하니 이상하지 않은가. 아무리 기다려도 정적만이 있을 뿐. 나는 또다시 구덩이 속, 가나안 땅에서 내가 던져진 그 어두운 구덩이보다도 더욱 어두운 구덩이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만 같았소.
도대체 나를 이 어두컴컴한 감옥 안에 언제까지 가둬둘 작정이신가. 내게 꿈을 해석하게 하신 하나님은, 어쩌면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한 하나님, 나무에 매달린 요리 담당관은 그렇다 치더라도, 술 담당관을 위한 하나님이 아니신가 할 정도였다네. 안 그런가. 그들의 꿈에 대한 해석을 주신 분은 틀림없이 하나님이셨소. 이는 내가 단언할 수 있소. 하지만 나로서는 그저 해석을 해준 것으로 끝이라면 하나님은 누구를 위해서 일하셨다는 말인가. 내 머리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는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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