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결단 제12회
내가 기다린 또 하나의 이유는 술 담당관과 맺었던 약속 때문이오. 내 해석대로 그 분들의 운명이 결정된다면 ‘기다림’은 현실이 되네. 이 두 눈으로 보고 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현실이 되다는 게 아닌가. 떡 담당관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나는 그가 어떻게 되더라도 관심이 없었네.
물론 그 분이 석방된다면 엉터리해석을 했다면서 불쾌해하겠으나, 나는 이미 감옥에 갇힌 신세이오. 이 이상 어떻게 할 수도 없으시겠지.
문제는 술 담당관이오 그 분은 나를 버리지 않으리라 믿고 있었네.
내 해석대로 3일 후에 이 곳을 나갈 수 있다면, 그리고 예전처럼 폐하 곁에서 모실 수가 있게 되다면, 그 분은 틀림없이 나를 내보내주실 것일세,.
나는 믿었지. 그런 마음으로 3일을 기다렸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대에 잠을 설치기도 했었다네.
그리고 드디어 그 날이 왔네. 평소와 다름 없는 아침이었지. 간수장으로부터 신임을 얻고 있던 나는 어느 정도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대신, 청소가 식사, 그리고 여러 업무 등을 모두 처리할 필요가 있었네. 그 날 이후 두 분들과는 가급적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었소.
수감된 분들은 대부분이 고급관료였지. 비록 지금은 갇혀있는 몸이지만 무죄가 판정된다면 언제든지 높은 관직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소망을 가진 분들이오.
그래. 그 분들은 소망을 가지고 있었네. 아무리 내가 석방된다 하더라도 일개 노예에 지나지 않소. 말하자면 석방된 노예에 불과한 신분이지만, 그 분들은 달라. 무죄 판결을 받아내기만 하면 모든 것을 되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오. 그들은 입버릇처럼 말하더이다. 내가 여기서 나가만 하면.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소. 그들은 반드시 언젠가는 여기서 가나게 되오. 단, 나간 다음에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보장은 없네. 밖으로 나간 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사람도 셀 수없이 봐왔지.
그날 저녁, 폐하께서 잔치를 벌이신다는 소식이 들어왔네. 아무 일도 없이 하루가 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을 때, 감옥 바깥이 소란스러워졌소. 간수장이 갑자기 불려나가더니 재빨리 돌아와서 내게 말을 했네. 폐하가 술 담당관과 떡 담당관을 데려오라는 명을 내리셨다고 말이오.
드디어 그 때가 온 것이오. 나는 서둘러 둘이 갇혀 있는 방으로 향했지. 감옥 문을 열고 그 앞에 서서 조용히 말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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