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결단 제13회
이 말을 들었을 때 두 담당관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구려. 기대에 찬 술 담당관과 두려움에 몸서리치는 떡 담당관이 나를 보고 있었지. 내가 그 분들에게 했던 말, 이 말은 똑같은 말이라 하더라도 한 사람한테는 석방을 알리는 말이었겠으나, 다른 한 사람한테는 사형집행 명령으로 들렸을 것이니 말이오.
두 사람을 데리고 나와서는, 출입문 앞에 서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에게 인계하고 난 다음, 나는 그들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네.
결과는 통쾌하리만큼 제 해석대로 되었소. 들은 바에 의하면 많은 신하들이 보는 앞에서 술 담당관은 혐의가 풀리고 예전 벼슬로 복직할 수 있었으나, 반면에 떡 담당관은 이번 사건에 대한 주범으로 밝혀졌다고 하더군. 나무에 달리게 될 에 때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모르겠네. 다만 최후의 모습은 내가 해석했던 바와 똑같았다는 말만 전해 들었을 뿐이었소.
처형당한 떡 담당관은 딱했으나, 나는 술 담당관이 석방된 것이 더욱 기뻤소. 내가 그토록 신신당부를 했으니, 이제 그가 나를 풀어주지 않겠냔 말일세. 그가 나가는 날에도 나를 잊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했었네. 그날 이후의 내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겠나? 이제 정말로 희망이 생긴 걸세. 어느 세월에 나갈는지도 알지 못했던 이 어두컴컴한 감옥에서 드디어 풀려날 수 있는 길이 열렸던 말이오. 나는 정말로 기뻤소. 이제 내 마음은 그 술 담당관이 석방되기 전과 석방되고 난 후를 두고 보면 완전히 달라졌네. 생각해보시게. 그저 죽지 않고 하루하루 겨우 살아가는 것이 다였던 인생이오. 그게 바뀌었다는 게 아닌가. 내 인생 속에 ‘기다림’이 또다시 생겨난 것이오. 그래, 머지않아 술 담당관이 나를 석방시켜줄 것이네. 희미하지만 여기서 나갈 수 있다는 한줄기 빛이 보였다는 말일세.
물론 그 후의 일은 알 수 없었지. 그 부인이 집에 그대로 있는 한 보디발 장군님 댁에 다시 들어갈 수야 없다고 생각은 했었네. 아마도 술 담당관이 어떻게든 해주시겠지. 분명 그 분이 어떻게든 해주실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는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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