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필/요셉의 재회

요셉의 재회 - 제1장 결단 제10회

관 리 인 2020. 3. 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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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결단 제10회

 나는 술 담당관에게 매달렸네. 소망을 걸었지. 제발 나를 기억해달라고, 제발 나를 잊지 말아 달라고, 제발 나를 나가게 해달라고, 제발 나를, 제발 나를…….
 그런 절박한 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술 담당관은 제 꿈의 해석이 좋은 것을 듣고는, 알았다, 알았다며 싱글벙글 웃고만 있었네. 참으로 야속하기 이를 데가 없더군.
 그러자 이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떡 담당관도 자신이 꾼 꿈을 들어달라는 게 아닌가. 아마도 술 담당관의 해석이 좋았기 때문에 자신도 마음이 들떴는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의 꿈이 술 담당관이 꾼 꿈과 비교해보면 참으로 묘하더군. 아니, 묘하다는 표현은 옳지 않소. 지극히 흉측한 느낌이었소. 떡 담당관 말에 의하면, 의 꿈속에서도 마찬가지로 ‘3’이 등장했네. 자기 머리에 위에는 세 바구니가 올려져 있는데, 가장 위에 있는 바구니에는 폐하를 위해 만들어진 여러 음식물들이 들어 있어, 새들이 날라와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바구니에서 그것들을 쪼아먹더라는 것이오. 나는 이 말을 듣고 자칫 쓰러질 뻔하였소. 어쩌면 이리도 끔찍한 꿈일 수가 있겠는가.
 나는 절망했소. 만약 술 담당관이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떡 담당관에게 부탁하려 했던 내 덧없는 소망은 허무하게 사라져버린 것이오. 술 담당관의 꿈이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떡 담당관의 꿈은 파멸이었기 때문이오. 온몸이 떨려오더군. 바로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죽음과 절망과 파멸을 전해야 했으니 말이오.
 이를 그대로 전해야 할지 어떻게 할지 망설였으나,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내 입에서는 꿈의 해석이 나오고 있었다네.
 당신 머리에 있었다고 하는 세 바구니는 역시 3일을 가리킵니다. 지금부터 3일 안에 당신은 나무에 달리게 되고, 새들은 당신의 살을 쪼아먹을 것입니다.
 아아, 참으로 끔찍하더군. 온몸에 소름이 돋아오지 않는가.
 나는 말을 하치고 당황했네. 내 힘으로는 그를 구해줄 수도, 하물며 3일이라고 하는 고통의 나날을 짧게 해줄 수도 없었으니 말이오. 나는 곧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지. 넋을 잃고 있는 그 양반을 바라보고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나는 도망치듯 거기서 빠져 나오고 말았소.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벌어졌던 입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절망의 밑바닥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어두운 눈빛을 본 것이 그날 떡 담당관을 본 마지막 모습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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