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결단 제8회
내가 예전에 말을 하지 않았었나? 하루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 있었는데 말이오. 내가 있는 감옥에 두 관리가 수감되었는데, 그 분들이 들어오던 날에 장군께서 내게 직접 지시하시기를, 그 두 분을 나더러 보살펴드리라는 걸세. 그 양반들은 하나는 폐하의 술 담당관이고 또 하나는 폐하의 떡 담당관이었소. 당신도 아시다시피 두 사람 모두 폐하를 가까이에서 모시는 분이기에 평소라면 얼굴조차도 보기 힘든 분들이지 않나. 하지만 지금은 죄수 신분이고, 이곳 감옥은 나를 믿어주는 간수장 덕분에 내가 모두 관리하고 있었으니, 머지않아 그들과는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네.
나야 노예로 팔려와서 온 것만도 모자라 감옥에 갇힌 신세이지만, 그 분들은 최고관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갇힌 분들이니 얼마나 고달프셨겠는가. 이는 나중에 알게 되었으나, 죄목이 대역죄라 하지 않던가. 그야말로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것은 본인들도 잘 알고 계셨을 것이오. 내가 돌봐드리면서도 참 딱하기 짝이 없더군. 볼 때마다 말없이 어두운 표정으로 죽는 날만 기다리니 무슨 낙이 있었겠는가. 당연하다면 당연한 노릇이겠지. 희망이 없는 세월이었을 것이오. 허기사 희망이 없다고 하면, 그 때 당시 나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말일세.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그 분들 옥에 들어가 보니 수심이 가득하고 둘 모두 얼굴색이 잿빛이 아니었겠소. 나는 좀 의아했네. 만에 하나 형 집행 소식이 있다면 여기를 맡고 있는 내가 먼저 알았을 터인데, 전혀 그런 말도 없었는데도 두 분이 그러고 계시니 묘 노릇 아니겠소. 하도 이상하기에 그 분들께 여쭤봤더니, 간밤에 두 분이 비슷한 꿈을 꾸셨는데 그게 도무지 무슨 꿈인지 모르겠다는 것이오. 하지만 나에게는 그 때 확신이 있었소. 내가 어렸을 때 꾼 꿈이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것이라면, 이 분들이 꾼 꿈 또한 하나님이 보여주셨을 것이라는 확신 말이오. 그래서 내가 그 분들에게, 꿈 해석은 하나님께서 해주실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지.
그러자 술 담당관께서 하시는 말이, 눈 앞에 포도나무가 보이는데, 그 포도나무에 나뭇가지 세 개가 있고, 그 가지에 싹이 나고 꽃이 피고, 그리고 포도송이가 탐스럽게 열려있었다는군. 그런데 자기 손을 보니 폐하의 술잔을 들고 있었기에 그 포도열매를 따서 그 잔에 즙을 짜고는 폐하께 바쳤다는 꿈이라고 하더이다.
내가 그 꿈을 들으니, 이는 분명 하나님께서 주신 꿈이라는 마음이 들었다네. 나는 해몽이라는 것에 대해 배운 것이 없고 들은 바도 없지만, 그 꿈을 듣는 순간 모든 것을 알 수 있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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