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필/요셉의 재회

요셉의 재회 - 제1장 결단 제6회

관 리 인 2020. 2. 2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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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결단 제6회

 몇 날 며칠을 나는 감옥 담장을 바라보며 실성한 인간처럼 살았었소. 밥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은 채 그저 하라는 노동만을 하면서, 누군가가 나를 때리면 아무런 생각 없이 맞곤 했었네. 더 이상 나는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지요. 도대체 무슨 기력이 있겠소이까. 내가 나와 내 동생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였으나 형님들의 시기와 질투로 인하여 노예로 팔려버리고 말았소. 이제 명백해지지 않았는가. 내 아버지가 섬기던 신이 있다면 그는 바로 내 불행을 바라는 이요, 내 앞길을 가로막는 방해자요, 내 노력을 짓밟아버리는 무자비한 신이라고 확신했네. 나는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도 잃었으며 형님들도 잃었고, 마지막 희망으로 남았던 내 아버지가 섬기던 신 여호와 하나님도 잃었네. 그런 내가 살아있는들 무슨 소용이요 죽은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나는 오로지 죽는 날을 고대하게 되었었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소. 하나는 내 꿈이오. 형님들의 곡식 단이 내 곡식 단을 향해 절을 하고, 해와 달과 열한 개의 별들이 나에게 절을 하던 꿈 말일세.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헛된 꿈이 아니오. 반드시 성사될 꿈, 그러나 아직 이루어지지는 않았다는 마음이 들었네. 하나님께서 나를 증오하셔서 이런 어려움을 겪게 한다고는 믿을 수가 없었소. 생각해보시오. 만약 나를 증오한다면 먼지보다도 벌레보다도 못한 나를 죽이는 일은 이 세상 그 어떤 일보다 쉬운 일일 것이오. 그렇잖소? 나를 죽이기로 작정했다면 보디발 장군의 손에, 아니, 이집트에까지 오기도 전에, 그 잔악무도한 형님들의 손에 의해 벌써 옛날에 죽고 말았을 것이오. 그런데도 아직까지 몇 번이고 고비를 넘어가며 살아 있는 것을 보면, 이것 또한 신의 뜻이 아닐까 하는, 나를 인하여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는 뜻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소. 그렇게 한 번 마음을 먹고 보니 보이는 세상도, 나를 대하는 주변 환경들도 조금씩 변하더군. 보디발 장군이 나를 정말로 증오했다면 벌레보다도 못한 노예인데 언제든 죽일 수도 있는 노릇 아닌가. 허나, 나를 죽이지 않았다네. 나를 아껴주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된 걸세.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하는 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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