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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 한국어

안락사(安死術:안사술) 고사카이 후보쿠 (小酒井 不木) (1926) 번역 : 홍성필 이야기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안사술(安死術)이 무슨 뜻인지를 잠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어려운 뜻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안락하게 죽도록 하는 방법”에 지나지 않으며, 영어에서 Euthanasia을 번역한 것입니다. “안락하게 죽도록 하는 방법”이란 두말 할 필요 없이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질병이라면 죽는 과정에 있어서 환자를 불필요하게 괴롭히지 않고 주사나 약 또는 그 외의 방법으로 가급적 고통을 줄이고 안락하게 사망에 이르도록 하는 것입니다. 들은 바에 의하면 ‘유서네이지어’는 로마 시대에 빈번하게 행해졌다고 하며, 토마스 모어가 쓴 ‘유토피아’ 중에서도 안사술을 통해 사람을 죽이는 이야기가 적혀있다고 합니..

안마사 - 한국어

안마사(안마:按摩) 고사카이 후보쿠 (小酒井 不木) (1925) 번역 : 홍성필 콜록콜록. 나이 든 안마사는 그의 어깨를 주무르면서, 그가 피우는 담배 연기 때문에 얼굴을 찌푸렸다. 고개를 조금 재치고 목과 오른쪽 어깨 각도가 60도 정도인 것을 보니 선천적인 맹인처럼 보인다. 교외에 있는 겨울밤은 고요하다. “선생님은 담배를 무척 좋아하시나봅니다. 30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열 개비씩이나 태우시니 말이에요.” 그는 교활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음. 난 니코틴 중독이라 온몸이 뻐근해서 안마사가 지나갈 때마다 안 부를 수가 없소. 니코틴 중독을 고칠 방법이 없는지 모르겠더군.” 그는 전형적인 중년 니코틴 중독자 특유의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나 잎담배를 입에서 댄 체로 말했다. “그야 선생님. 눈알..

신체검사 - 한국어

신체검사(체격검사 : 体格検査) 고사카이 후보쿠 (1927) 번역 : 홍성필 1. “또 입학시험으로 젊은이들이 뼈를 깎는 고생을 하는군.” 손님인 후지오카(藤岡)는 측은하게 말했다. “정말 딱한 일이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나 과로해서 고등학교 같은 데에서는 기껏 입학해도 곧바로 병에 걸려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라고. 참 안타까운 현실이지.”라고 저는 맞장구를 쳤습니다. “고민한 끝에 자살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그런 말을 듣고 있으면 학문이 증오스럽기까지 해.”라고 후지오카는 지극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동창이었던 후지오카는 24~5년 만에 저를 찾아왔는데 문득 말하다가 입학시험까지 주제가 흘러갔습니다. 올해 추위는 여전히 이어지고 춘분도 지났는데 겨울..

시체양초 - 한국어

시체양초(屍體蠟燭) 고사카이 후보쿠 (小酒井 不木) (1927) 번역 : 홍성필 저녁부터 심해진 바람은 바다에서 짐승이 굶주림에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내며 고리(고리 주고(廚庫), 본당 건물을 스쳐가고, 대지를 허물어뜨릴 것만 같은 비는 간혹 모래를 내던지듯 문을 두드렸다. 문짝이라는 문짝, 기둥이라는 기둥들은 흐느끼는 소리를 내고, 집체는 마치 공중에라도 떠 있는 것처럼 흔들렸다. 여름에서 가을에 걸친 폭풍부의 특징 때문에 실내 공기는 숨 막히듯 찜통더위가 계속 되었다. 그 더위는 한층 사람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고 폭풍우의 위력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랬기에 올해 열다섯이 되는 동자승 법신(法信)이 천정에서 떨어지는 그을음도 무서워 방안 구석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법신아!” ..

수술 - 한국어

수술(手術) 고사카이 후보쿠 (小酒井 不木) (1925) 번역 : 홍성필 X월 X일. 제 집에서 “탐정취미모임” 정규모임을 가졌습니다. 매우 더운 밤이었으나 모인 것은 남성이 다섯, 여성이 셋. 저를 포함하여 도합 아홉 명이 어두컴컴한 전등 밑에서 미꾸라지 피와도 같은 수박을 먹으며, 처음에는 범죄나 유령에 관한 하염없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아홉 명이라는 건 흥미롭군요. 서양 전설에 나오는 마귀할멈은 아홉이라는 숫자를 매우 좋아했다고 하니까요.” 라고 회사원이고 서양문화 통인 N씨는 말을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저희는 괴담 기분에 빠져있었기에 마귀할멈이라는 말이 여느 때보다도 무척이나 제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N씨는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맥배드에서 세 명의 마귀할멈이 요술약..

보기 드문 범죄 - 한국어

보기 드문 범죄(稀有の犯罪) 고사카이 후보쿠 (小酒井 不木) (1927) 번역 : 홍성필 1. 비극이란 종종 마치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원인으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매우 작은 호기심이나 사소하기 짝이 없는 장난으로 인해 생각지도 않은 큰 사건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는 책에서도 자주 나옵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리려는 것은 역시 엉뚱한 원인으로 세 명의 보석강도가 그 생명을 잃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쓰면 감이 좋으신 독자 분들께서는 “아아, 보석을 다룬 추리소설이군. 요즘 추리소설에서 보석을 들먹이다니 너무나 구식이야.”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사실 말씀 그대로 보석과 권총에 대해서는 이미 질릴 대로 질렸습니다. 하지만 손목시계가 보석을 포기할 수 없는 것처럼 추리소설도 좀처럼 보석과 인연을 끊기..

메두사의 머리 - 한국어

메두사의 머리(メューサの首) 고사카이 후보쿠 (小酒井 不木) (1926) 번역 : 홍성필 T의과대학 4학년 여름 방학에 우리는 졸업시험을 위해 친구인 마치다(町田)와 함께 둘이서 이즈산(伊豆山)에 있는 S여관에 갔습니다. 6월 말이었기에 피서객도 아직 그리 많지 않았으므로, 공부하기에는 매우 좋았으나, 공부는 명분만 그럴 뿐, 저희들은 신나게 놀고 말았습니다. 동양에서 최고라고 하는 센닌(千人)온천을 단둘이서 독점하고 헤엄치거나 삼대온천폭포를 맞기도 하였으며, 철도가 보이는 방에서 당구를 치거나, 돌멩이만 수두룩한 해안을 걸으며 모래 없는 것을 개탄하기도 하고, 아니면 방안에서 하츠시마(初島)를 멍하니 바라보거나, 오징어만 먹은 탓에 설사를 하거나, 때로는 많은 돌계단을 올라 이즈산 신사를 참배하고, 또..

공포의 선물 - 한국어

공포의 선물(恐ろしき贈物) 고사카이 후보쿠 (小酒井 不木) (1925) 번역 : 홍성필 뉴욕 시 웨스트 제70가에 있는 아파트에 그레이스 워커라는 40대 전후인 여성이 살고 있었다. 겉으로는 지극히 조용한 생활을 하고 있었으나 경찰은 예전부터 그녀를 지목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그녀는 쉽게 말하자면 ‘만남의 방’ 같은 것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많은 양가집 자녀에게 부끄러운 행위를 강요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바이로렛 리오나드라고 하는 15세 여자 아이를 데려왔을 때 경찰 단속에 걸려 소녀는 어떤 교화원으로 보내지고 그녀도 구속된 후 상당한 죄값를 치렀다. 석방되고 난 후 그녀는 이전에 살던 집 근처에서 아파트를 빌려 역시 예전과 같은 어둠의 일을 시작했었다. 어느 날 그녀에게 친구가 찾아와..

연애곡선 - 한국어

연애곡선(恋愛曲線) 고사카이 후보쿠(小酒井不木)(1926) 번역 : 홍성필 친애하는 A군! 자네의 인생 최대의 축제를 축하하기 위해 나는 지금 내 정성어린 기념품으로서 ‘연애곡선’이라는 것을 보내려 하고 있네. 이와 같은 선물은 결혼식 때는 물론 기타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도 일본은 고사하고 중국이나 서양, 아니 천지개벽 이후 아직 누구 손에 의해서도 시도되지 않았으리라 하고 나는 매우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네. 가난한 일개 의학자인 내가 아무리 자신의 전 재산을 걸고 산 물건이라 하더라도 백만장자 2세인 자네한테는 절대 만족을 줄 수 없을 것이라고 믿은 나는 심사숙고한 끝에 이 연애곡선을 생각해냈고, 이것이라면 충분히 자네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믿으며 이 편지를 쓰면서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처..

좌흥이 아니다 - 일본어

좌흥이 아니다(座興に非ず:ざきょうにあらず)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39) 일본어 원문 おのれの行く末を思い、ぞっとして、いても立っても居られぬ思いの宵は、その本郷のアパアトから、ステッキずるずるひきずりながら上野公園まで歩いてみる。九月もなかば過ぎた頃のことである。私の白地の浴衣(ゆかた)も、すでに季節はずれの感があって、夕闇の中にわれながら恐しく白く目立つような気がして、いよいよ悲しく、生きているのがいやになる。不忍(しのばず)の池を拭って吹いて来る風は、なまぬるく、どぶ臭く、池の蓮(はす)も、伸び切ったままで腐り、むざんの醜骸をとどめ、ぞろぞろ通る夕涼みの人も間抜け顔して、疲労困憊(こんぱい)の色が深くて、世界の終りを思わせた。 上野の駅まで来てしまった。無数の黒色の旅客が、この東洋一とやらの大停車場に、うようよ、蠢動(しゅんどう)していた。すべて廃残の身の上で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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