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니의 신(神)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1921) 번역 : 홍성필 1. 중국 샹하이에 있는 어느 마을입니다. 낮인데도 어두컴컴한 어느 집 2층에 인상이 험악한 인도인 노파 하나가 상인 같은 한 미국인과 연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번에도 할머니에게 점을 보러왔는데…….” 미국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새 잎담배에 불을 붙였습니다. “점이라고요? 점은 당분간 안 치기로 했습니다.” 노파는 비웃듯이 슬쩍 상대방 얼굴을 쳐다봤습니다. “요즘은 기껏 쳐줘도 사례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거든요.” “그야 물론 사례는 해드리죠.” 미국인은 아낌없이 300달러 수표를 한 장, 할머니에게 건냈습니다. “일단 이것만 지불해두지. 만약 할머니 점이 맞으면 그 때는 따로 사례를 할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