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한국어 57

뚝따닥 뚝딱 - 한국어

뚝따닥 뚝딱(トカトントン)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7) 번역 : 홍성필 삼가 아룁니다. 한 가지만 알려주세요.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저는 올해 스물여섯입니다. 태어난 곳은 아오모리(靑森) 시 테라마치(寺町)입니다. 아마도 모르시겠지만, 테라마치에 있는 청화사(淸華寺) 옆에 토모야라는 작은 꽃집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토모야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아오모리에 있는 중학교를 나와, 그로부터 요코하마(橫浜)에 있는 군수공장에서 사무원이 되고 3년 근무하여, 그리고는 군대에서 4년간 지냈으며 무조건항복과 함께 태어난 곳으로 돌아왔으나, 이미 집은 불에 타서 없고, 아버지와 형님과 형수님 셋이서 그 불탄 자리에 대충 작은 집을 지어 지내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중학교 4학년 때 ..

[희곡] 봄의 낙엽 - 한국어

봄의 낙엽(春の枯葉) 1막 3장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8) 번역 : 홍성필 인물 노나카 야이치 초등학교 교사 36세 세츠코 그의 처 31세 시즈 세츠코의 생모 54세 오쿠다 요시오 초등학교 교사 노나카 집에 동거함. 28세 키쿠요 요시오의 누이동생 23세 기타 학생 몇 명. 장소 쓰가루 반도 해안의 벽촌 때 1946년 4월 제1장 무대는 마을 초등학교 한 교실. 방과 후 오후 4시경. 정면에는 교단. 그 전방에 학생들 책상과 걸상이 20~30. 왼쪽 유리문에서 햇살이 비춘다. 오른쪽도 유리문으로부터 바다가 보인다. 전교생 150 명 정도 되는 학교 규모. 정면 칠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난잡하고 무질서하게 적혀 있으며, 힘줘서 지운 곳도 있으나, 대개 읽을 수 있다. 수업 중에 교사 노나카가 ..

식도락가 - 한국어

식도락가(食通)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2)번역 : 홍성필 식도락가란 대식가를 말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나는, 지금은 그다지 심하지는 않으나 왕년에는 상당한 대식가였다. 그 무렵 나는 스스로가 대단한 식도락가인줄 알고 있었다. 친구인 단 카즈오(檀一雄)에게 식도락가란 대식가를 말한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알려주고는 오뎅집 같은 곳에서 두부, 튀김, 무, 다시 두부라는 순서로 끝도 없이 먹어보이자, 단(檀) 군은 눈을 크게 뜨고서, 자네는 정말 식도락가군,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이마 우헤이(伊馬鵜平)군에게도 나는 그 식도락가의 정의를 가르쳐주었으나 이마 군은 곧바로 얼굴에 희색이 돌더니, 어쩌면 자기도 식도락가인지 모른다고 했다. 이마 군은 그로부터 5, 6번 함께 식사를 했으나 역시 틀림없는 대식도..

바다 - 한국어

바다(海)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6) 번역 : 홍성필 동경 미타카(三鷹)에서 살 무렵은 매일처럼 인근에 폭탄이 떨어져, 나야 죽어도 상관 없지만, 그러나 이 아이의 머리 위에 폭탄이 떨어진다면, 이 아이는 끝내 바다라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죽고 만다는 생각을 하자 마음이 아팠다. 나는 츠가루(津輕) 평야 한 가운데에서 태어났기에 처음 바다를 본 것은 매우 늦어, 열 살 정도가 되어서야 비로소 바다를 보았다. 그러므로 그 때의 큰 흥분은 지금까지도 나의 가장 소중한 추억 중 하나로 남아있다. 이 아이에게도 한 번은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 아이는 딸이며 다섯 살이다. 이윽고 미타카에서 살던 집도 폭탄 때문에 허물어졌으나 집에서 살던 사람들은 누구도 다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곧 코후(甲府) ..

부모라는 두 글자 - 한국어

부모라는 두 글자(親という二字)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6) 번역 : 홍성필 '親(부모)라는 건, 두 글자라는 문맹인 부모님 말씀.' 이 옛 시는 읊는 사람으로 하여금 서글프게 만든다. "어디에 가서 뭘 하든지 親(부모)라는 두 글자는 잊지 말아라." "아부지. 親(부모)라는 글자는 한 글자라구요." "음, 어쨌거나 한 글자든 세 글자든 말이다." 이런 식의 가르침은 교훈이 안 된다. 그러나 나는 지금 여기서 옛 시의 해설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실은 얼마 전 어떤 문맹인 부모를 만나 이런 옛 시가 문득 떠올랐다는 것뿐이다. 이재민 생활을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으나, 이재민이 되면 이상하게도 우체국에 갈 일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내가 두 번이나 이재민 생활을 하여 결국 츠가루(津輕)에 사는 형..

무제 - 한국어

무제(無題)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2)번역 : 홍성필 - 오오이 히로스케(大井廣介)라는 작자는 실로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화가 치밀어 올라 못 참겠다. 열 아홉 글자씩 스물네 줄. 즉 정확히 사백 쉰 여섯 글자로 된 문장을 하나 써보라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발상이다. 나는 오오이 히로스케와 어울려 본 적도 별로 없으며, 지금까지 둘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관계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와 같은 난제를 퍼붓는다. 그야말로 난처하기 짝이 없다. 오오이 군이여. 나는 그렇게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네.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정확히 사백 쉰 여섯 글자로 된 문장이라니, 그렇게 정확한 글을 쓸 수 있는 인물이 아니야. "도저히 안 되겠다"며 거절하였더..

화폐 - 한국어

화폐(貨幣)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6) 번역 : 홍성필 외국어에 있어서는 명사에 각각 남녀의 성별 있어 그리하여 화폐를 여성명사로 한다. 저는 77581호 백엔 짜리 지폐입니다. 당신의 지갑 속 백엔 지폐를 잠깐 살펴보세요. 어쩌면 제가 그 속에 들어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저는 매우 지쳐서, 저 자신이 지금 누구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지, 아니면 휴지통 속에라도 쳐 박혀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근래에는 현대식 지폐가 나와, 저희들 구식 지폐는 모두 불태워지고 만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만, 이제 이런,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심정으로 있을 바에는, 아예 깨끗하게 불태워져 승천하고 싶습니다. 불태워진 후 천국으로 갈지 지옥으로 갈지 그건 하느님께 달렸습니다만, 어쩌면 저는 ..

달려라 메로스 - 한국어

달려라 메로스(走れメロス)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0) 번역 : 홍성필 메로스는 격분했다. 반드시 그 사악하고 포악한 왕을 제거해버려야만 한다고 결심했다. 메로스는 정치를 모른다. 메로스는 마을의 목동이다. 피리를 불고 양들과 놀면서 지내왔다. 그러나 사악한 것에 대해서는 남들보다 민감했다. 오늘 미명에 메로스는 마을을 출발하여 들을 넘고 산을 넘어 백 리 떨어진 이 시라크스 시에 도착했다. 메로스에게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다. 열 여섯을 먹은 내성적인 누이동생과 단 둘이서 살고 있다. 이 누이동생은 마을에 있는 어느 건실한 목동을 머지않아 신랑으로 맞이하기로 되어 있었다. 결혼식이 코앞에 닥쳐 있었다. 메로스는 이를 위해 신부가 입을 옷이나 축하연 때 대접할 음식들을 사들이기 위해 머나먼 도시..

기다림 - 한국어

기다림(待つ)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2) 번역 : 홍성필 작은 전철역으로 저는 매일 마중을 나갑니다. 누구랄 것 없는 마중을. 시장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반드시 역에 들러 전철역 앞 차가운 의자에 앉아 장바구니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멍하니 개찰구를 보고 있습니다. 상행선, 하행선 전철이 역에 도착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전철에서 뱉어지고 와글와글 개찰구로 와서는 하나같이 화난 표정으로 패스를 꺼내거나 표를 건네주거나, 그리고 재빨리 한눈도 팔지 않고 걸어가며, 제가 앉아 있는 의자 앞에 있는 역전 광장으로 나와서는, 그리고는 제 갈 길로 가기 위해 흩어집니다. 저는 멍하니 앉아 있습니다. 누군가가 하나 웃으며 제게 말을 겁니다. 아아, 무서워요. 아아, 큰일납니다. 가슴이 두근두근 뜁..

만원 - 한국어

만원(満願)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38) 번역 : 홍성필 이것은 지금부터 4년 전의 이야기이다. 내가 이즈(伊豆)지방 미시마(三島)에 사는 친구 집 2층에서 한 여름을 지내며 ‘로마네스크’라는 소설을 쓰고 있을 무렵이었다. 어느 날 밤, 술에 취해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달리다가 부상을 입었다. 오른발 복사뼈 쪽이 까졌다. 상처가 심하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술을 마셨기에 출혈이 많아,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 들어갔다. 동네 의사는 서른두 살로, 몸집이 크고 뚱뚱하여 사이고 타카모리(西鄕隆盛)를 닮았었다. 매우 취해 있었다. 나와 비슷할 정도로 비틀비틀 취한 모습으로 진료실에 나타났기에 나는 매우 웃겼다. 진찰을 받으며 나는 피식피식 웃고 말았다. 그러자 의사도 피식피식 웃기 시작하여, 결국 서로 참..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