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海)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6)
번역 : 홍성필
동경 미타카(三鷹)에서 살 무렵은 매일처럼 인근에 폭탄이 떨어져, 나야 죽어도 상관 없지만, 그러나 이 아이의 머리 위에 폭탄이 떨어진다면, 이 아이는 끝내 바다라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죽고 만다는 생각을 하자 마음이 아팠다. 나는 츠가루(津輕) 평야 한 가운데에서 태어났기에 처음 바다를 본 것은 매우 늦어, 열 살 정도가 되어서야 비로소 바다를 보았다. 그러므로 그 때의 큰 흥분은 지금까지도 나의 가장 소중한 추억 중 하나로 남아있다. 이 아이에게도 한 번은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
아이는 딸이며 다섯 살이다. 이윽고 미타카에서 살던 집도 폭탄 때문에 허물어졌으나 집에서 살던 사람들은 누구도 다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곧 코후(甲府) 시도 적군의 전투기에 의해 폭격 당해, 우리들이 살던 집은 전소했다. 하지만 전쟁은 계속 이어진다. 결국 내가 태어난 땅으로 처자를 데리고 갈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 그 곳이 마지막 뼈를 묻을 장소인 것이다. 우리들은 코후에서부터 츠가루를 향해 출발했다. 사흘 밤낮에 걸쳐 겨우 아키타(秋田) 현 히가시노로(東能代)까지 도착하고는, 거기서부터 고로(五能) 선으로 갈아타자 조금 마음이 놓였다.
“바다는, 바다가 보이는 건 어느 쪽이죠?”
나는 우선 차장에게 묻는다. 이 철도는 해안선 바로 옆을 지나간다. 우리들은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앉았다.
“바다가 보인다. 이제 머지않아 보일 거야. 우라시마 타로(浦島太郞:일본 옛날 이야기 주인공)에 나오는 바다가 보인다구.”
나 혼자 어쩐지 소란스럽다.
“자, 바다야. 저것 봐, 바다야, 야아, 바다라니까. 정말 크지, 그렇지, 바다라구.”
끝내 이 아이에게도 바다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다.
“강이지, 엄마.” 라고 아이는 태연하다.
“강?” 나는 넋을 잃었다.
“그래, 강이야.” 부인은 잠결에 대답한다.
“강이 아니야. 바다라구. 전혀, 완전히 다르잖아! 강이라니 너무하네.”
매우 실망스러운 심정으로 나 홀로, 황혼이 지는 바다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