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貨幣)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6) 번역 : 홍성필 외국어에 있어서는 명사에 각각 남녀의 성별 있어 그리하여 화폐를 여성명사로 한다. 저는 77581호 백엔 짜리 지폐입니다. 당신의 지갑 속 백엔 지폐를 잠깐 살펴보세요. 어쩌면 제가 그 속에 들어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저는 매우 지쳐서, 저 자신이 지금 누구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지, 아니면 휴지통 속에라도 쳐 박혀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근래에는 현대식 지폐가 나와, 저희들 구식 지폐는 모두 불태워지고 만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만, 이제 이런,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심정으로 있을 바에는, 아예 깨끗하게 불태워져 승천하고 싶습니다. 불태워진 후 천국으로 갈지 지옥으로 갈지 그건 하느님께 달렸습니다만, 어쩌면 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