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카이 후보쿠/어리석은 자의 복수

어리석은 자의 복수 - 한국어

관 리 인 2018. 5. 1.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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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의 복수(痴人の復讐)

고사카이 후보쿠 (小酒井 不木) (1925)

번역 : 홍성필


기이한 괴기와 전율을 찾아 조직된 ‘살인구락부’ 정기모임에서, 오늘 저녁은 주로 ‘살인방법’이 화제가 되었다.

회원은 남자 13명. 명칭은 ‘살인구락부’라도 살인을 실행하는 것이 아닌, 살인에 관한 자신의 경험(만약 있다면)을 이야기하거나 충격적인 살인사건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이 구락부의 주된 목적이다.

“절대로 처벌받지 않는 살인의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라고 회원 A가 말하자,

“그것은 죽이려고 하는 인간이 자살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라며 즉석에서 회원 A는 대답했다.

“하지만 자살할만한 사정을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렵지 않을까요?” 라고 A.

“어렵지만 무엇보다 실력에 달렸겠지요.” 라며 B.

“그렇죠. 그렇고말고요.”라고 그 때 중앙 탁자에 놓인 고풍스러운 등불이 희미하게 흔들릴 만큼 큰 소리로 구석에서 소리친 이가 있었으니, 회원들은 모두 일제히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머리가 말끔히 벗어진 C안과의사로서, 그는 이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말을 하여야만 했다.

C안과의사는 작은 기침 하나를 하고 커피 잔을 기울이며 한 마디 한 마디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저는 지금부터 15년 정도 전, T의학전문학교 안과교실에서 조수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저 자신을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저는 선천적으로 머리는 그리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나, 유독 거동이 느리고 손재주가 없기에, 초등학생시절에는 ‘느림보’, 중학교 때는 ‘얼간이’라는 흔한 별명을 갖곤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병적이라고 해도 될 만큼 복수심이 강한 기질이었으므로, 누군가가 저를 ‘느림보’ 또는 ‘얼간이’라고 불렀을 때, 반드시 그에 대하여 복수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복수라고 해도 모욕을 받은 그 시점에 폭력을 하거나 거친 말을 내뱉는 것이 아니라, 그 때는 얌전히, 오히려 다소 웃어두고는, 그로부터 하루나 이틀, 때로는 일주일, 어떤 때는 한 달, 아니, 어떤 경우에는 1년이나 걸려 적당한 기회를 찾아, 가장 통쾌한 방법으로 복수를 하곤 했습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이야기도 그런 내용입니다.

T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자 저는 곧바로 안과교실에 들어갔습니다. 학교를 졸업해도 여전히 ‘느림보’였으므로 급한 성미를 가진 주임 S선생은 제 동작을 보고서 다른 조수나 간호사 앞에서도 Stumpf, Dumm, Faul이라며 제게 모욕을 주었습니다. 모두 ‘둔하다’, ‘바보’ 또는 ‘멍청이’ 라는 뜻을 가진 독일어 형용사입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복수를 다짐하면서도 여느 때처럼 묵묵히 일하고 있었으므로, 나중에 S선생은 저를 혼내는 일에 일종의 재미를 붙인 듯, 날이 갈수록 맹렬하게 그와 같은 말을 내뱉었습니다. 그러나 S선생은 책임감이 매우 강한 사람으로서, 조수가 한 실패는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항상 할 정도였으므로, 제게 소리 지르면서도 한편으로는 제게 지도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제 실력도 상당히 발전했으나, 제 동작은 여전히 느렸으므로 선생의 조롱은 점점 그 도를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S선생이 저를 대하는 태도는 자연히 다른 조수들이나 간호사들한테도 번져나가, 그들도 저를 ‘바보’로 취급했습니다. 나중에는 입원환자까지 저를 놀렸습니다. 저는 역시 묵묵히 지내며 마음속으로 “두고 봐라.” 하고 벼르면서 지냈으나, 복수해야 할 인간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누구를 희생양으로 삼을 것인지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가급적 빨리 기회를 찾아내어 가장 격렬한 수단으로 모든 적에 대한 복수심을 단번에 만족시킬 만한 계획을 세우고자 마음먹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고 있던 차에 어느 날, 한 젊은 여성 환자가 입원해왔습니다. 그녀는 모 극장 배우로서 매우 신경질적으로 생긴 미인이었습니다. 반년 전부터 오른쪽 안면에 통증이 있어, 가끔 악성 구토 때문에 고민했었으나, 요즘에 와서는 오른쪽 눈 시력이 떨어져, 특히 이삼일 전부터 오른쪽 눈에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고 이와 동시에 갑작스럽게 시력이 떨어졌기에 병원을 찾아온 것입니다. 그 곳에서 ‘녹내장’ 우려가 있다는 진찰을 받고서 입원수속을 밟고 제가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알고 계실지 모르겠으나, 녹내장에 걸린 눈은 외견상으로는 건강한 눈과 구별할 수 없습니다. 이 질병은 이른바 ‘돌멩이 눈’이라고 하여 안구 내압이 올라가기 때문에 안구는 딱딱해지지만 눈 속을 검사하여 시신경이 안구를 관통하는 부분이 상한 것을 확인하여야만 객관적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진단은 비교적 쉽지만 내압이 상승하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는 물론 서양에서도 예전에 이 병은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어, ‘천형병(天刑病)’의 일종으로서 치유범위 외에 놓여 있었습니다. 최근에 들어서는 초기 녹내장이라면 수술 등의 방법으로 어느 정도까지 치료할 수 있으나, 중증이라면 물론 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통증이 심하므로, 이를 없애기 위해서는 안구를 적출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말하자면 눈깔을 뽑아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염증성 녹내장이라면 한쪽 눈에서 발생한 녹내장은 교환성 안구염증이라고 하여 머지않아 건강한 다른 쪽 안구로도 옮아가게 되므로, 건강한 눈을 살리기 위한 응급수단으로서 질병에 걸린 눈을 적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녹내장 수술에는 안구적출법이 가장 자주 사용되는 것입니다.

한편 저는 외래진찰소로부터 온 그 여환자에게 병실을 배당해주고 담당 간호사를 선정한 후 시력검사를 한 후, 눈 속 검사를 하기 위해 그녀를 암실로 데려갔습니다. 암실은 말 그대로 사면을 시커멓게 발라놓아 거미줄만큼의 빛도 들어오지 않도록 만들어진 방이므로, 이미 익숙한 저희들이 들어가도 숨 막히게 느껴집니다. 하물며 신경질적인 여자에게 있어서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답답했겠지요. 저는 가스등에 불을 켜고 검안경을 꺼내어 환자와 마주보고 그 두 눈을 검사하였습니다. 그런데 역시 눈 검사를 할 때 저의 손놀림이 느리기에, 그리고 그녀는 몇 번씩 신경통 발작까지 일으키면서 심하게 얼굴을 찡그렸으나, 저는 개의치 않고 태연하게 검안을 했으므로 결국 참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는지, “정말 느려 터졌군요.”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이 한 마디는 제 가슴에 큰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거만한 태도를 보고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깊은 복수심이 타올랐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제 복수는 항상 일정 시기를 지나 기회를 기다린 후에 이루어지지만, 그 때만큼은 전례를 깨고, 저도 모르게 곁에 놓여있던 산동약(散瞳藥) 병을 집어 들어 환자의 두 눈에 두세 방울씩 아트로핀을 투여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눈 속을 검사하기 위해서는 편의상 산동약으로 동공을 확대시키도록 되어 있으나, 아트로핀은 안구의 내압을 높이는 성질이 있으므로, 이를 녹내장에 걸린 눈에 투여하는 일은 절대로 금지되어 있는 것입니다. 다만 그때는 눈 속이 잘 보이지 않아 답답했다는 것과, 또 하나는 환자의 말이 제 마음을 매우 상하게 했으므로 저는 그 자리에서 금기를 깼습니다. 아트로핀을 투여한 후 계속해서 그녀의 눈에 검안경을 갖다 대었더니, 그녀는 또다시, “그런 걸로 눈 속을 볼 수 있겠어요?” 라며 비아냥거렸습니다. 저는 눈을 부릅뜰 정도로 화가 났으나, ‘두고 봐라’라는 심정으로 아무 말도 없이 검사를 끝냈습니다. 검사결과는 두말할 것 없이 녹내장이며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으나, 굳이 안구적출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다른 작은 수술로 치료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에 이 사실을 S선생에게 보고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그날 밤은 마침 제가 당직이었는데, 밤중에 간호사가 황급히 저를 깨우러 왔기에 달려가 보았더니, 그녀는 침대 위에서 난리를 치고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갑작스럽게 질병이 악화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아트로핀을 투여한 것이 그 원인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문득 제 가슴에 통쾌함이 끓어올랐습니다. 우선 진통제로 모르핀을 주사해두었습니다만, 다음날 S선생이 진찰하자 오른쪽 시력은 완전히 사라졌으며 왼쪽도 다소 통증이 있어, 시력에는 변함이 없으나 오른쪽 안구를 당장 적출하지 않으면 두 눈 모두 잃는다고 환자에게 선고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 때 S선생은 환자 눈앞에서, 이 지경이 될 것을 왜 보고하지 않았느냐며, 여느 때와 같이 Stumpf, Dumm 을 되풀이하여 저를 책망했습니다.

S선생이 안구 적출을 선고했을 때 저는 그녀가 한쪽 눈을 뽑힌다는 생각을 하자 통쾌함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으나, S교수의 이 태도는 그 통쾌함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바로 그 때 저는 S교수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증오심을 느꼈습니다. 저는 떨리는 몸을 억지로 가라앉히고 묵묵히 참으며 S교수에게 복수하는 것은 바로 이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미모를 자랑하고 그것을 팔고 있는 여배우가 눈이 뽑힌다는 일은 그녀에게 있어서 분명 죽음보다도 더할 충격입니다. 만약 제가 투여한 아트로핀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면 저는 훌륭한 복수를 한 것이 된다고 생각하려 했으나, 이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그녀에 대해 더욱 심각한 복수를 이루고, 나아가 교수에 대해서도 마음껏 복수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더할 나위 없는 찬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환자가 안구적출이라는 말을 듣고 얼마나 반대했는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그러나 S교수는 그대로 두면 두 눈을 잃는다는 점, 의안(義眼)을 교묘하게 끼워 넣으면 보통 눈과 거의 구분이 안 간다는 점 등을 조목조목 설득하고, 그 말을 입증하기 위해 의안을 넣은 환자 몇 명을 그녀 앞으로 데리고 와서야 겨우 환자는 승복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여자의 안구척출수술은 일반적으로 전신마취를 하게 되어있습니다. 저는 곧바로 그 마취를 이용하여 S교수에 대한 복수를 하려고 결심했습니다. 여러분도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전신마취에는 클로로포름과 에테르 혼합액이 사용되지만, 저는 클로로포름만을 사용하면 신경질적인 환자는 어쩌면 수술 중에 사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수의 실수는 교수의 실수이므로 책임감이 강한 S교수는 어쩌면 사표를 내거나 자살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분명 “그래, 어리석기 짝이 없는 계획이다.” 라고 마음속으로 웃고 계시겠지요. 그러나 모든 일은 찬스에 따라 결정되기에 이렇게 해서 뜻밖의 결과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편 환자가 승낙하자 저는 때를 놓칠세라 수술준비를 하였습니다. 안과수술은 외과수술과 달리 지극히 쉽습니다. 언제나 교수와 조수, 그리고 간호사 셋이서 이루어집니다. S교수는 의술이 뛰어나므로 제대로 손도 씻지 않고 수술하곤 합니다. 저는 우선 환자를 수술대 위에 누이고 옆에 서서 마취제를 투여했습니다. 물론 클로로포름만을 썼지요. 마스크 위로 충분히 적셨더니 환자는 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기에, 간호사에게 명하여 옆방에 있는 교수를 부르게 하고, 그러는 동안 저는 한쪽 눈을 거즈로 덮고는 수술을 받는 쪽 눈을 보이게 한 후 교수를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S교수는 환자의 머리 뒤쪽에 서서 메스를 집었습니다. 항상 수술 중에는 저를 보고 독일어로 욕을 하곤 했으나, 그날은 제가 클로로포름에 신경을 쓰느라, 평소보다 더 꾸물거렸기에 한층 더 욕을 퍼부었습니다. 소리 지르면서도 교수는 날렵하게 안구를 적출하고 신속히 수술을 끝낸 후 나가버렸습니다. 뽑히고 거즈 위에 놓인 눈은 건강한 눈과 다름없이 저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아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저는 핀셋으로 짚어 재빨리 간호사가 내민 고정액이 든 병에 툭 던져 넣고 나가게 한 다음 붕대를 감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쪽 눈을 적출해도 건강한 눈에 대한 자극을 피하기 위해 두 눈에 붕대를 감고서 이틀 후에 비로소 두 눈을 뜨게 되어 있으므로, 저는 환자 눈에서 뒤통수에 걸쳐 검은 머리카락을 감싸며 빙글빙글 붕대를 감았습니다. 그것을 마치고는 아직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는 환자를 병실로 옮기게 한 후 뒷정리를 했습니다만, 제가 예상한 결과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매우 실망했습니다. 여러분은 제 계획이 역시 어리석은 계획으로 끝났다고 생각했겠으나, 제게는 아직도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녀에게 남겨진 건강한 눈도 어쩌면 녹내장에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제가 예상했던 일이 발생했습니다. 환자는 수술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무사히 마취에서 깨어나 기운을 회복하여, 그날은 특별한 일이 없었으나, 다음 날부터 왼쪽 눈이 아파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적출한 오른쪽 눈이 아프다고 하면 당연한 일이겠으나, 왼쪽 눈이 아프다면 녹내장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보고 저는 마음속으로 기쁜 나머지 찬스다! 절호의 찬스다! 라고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S교수에 대한 복수는? 여러분, 만약 왼쪽 눈에도 녹내장이 걸렸다면 다시 한 번 안구 적출수술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여기에 희망을 걸었습니다. 여러분! 무엇이든 찬스입니다.

드디어 사흘째가 되어 붕대를 풀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붕대를 풀고 난 후 만약 눈이 보이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녹내장이 걸렸다는 완벽한 증거이므로, 환자에 대한 복수심이 한층 만족될 뿐만 아니라 교수에게 복수할 찬스도 얻어지는 것입니다.

그날 아침 저는 S교수에게 환자의 건강한 눈이 아파온다는 사실을 보고했습니다. 그러자 교수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다시 감염 됐나.” 하고 말했으나, 그날은 어딘지 모르게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으므로 제게 소리 지르지는 않았습니다.

이윽고 저는 다른 조수나 간호사들과 함께 교수를 따라 환자가 있는 병실로 들어섰습니다. 환자는 의외로 건강하여 어서 붕대를 풀어달라고 졸랐습니다. 저는 환자를 침대 위에 일으켜 앉히며, 흥분 때문에 떨리는 손으로 풍대를 풀기 시작하였습니다.

“붕대를 풀면 잠시 동안은 눈이 부십니다.” 라고 S교수는 환자에게 주의를 주었습니다.

붕대를 풀자 당연히 척출한 쪽 눈에는 요오드포름 거즈로 막혀있었으므로 아름다운 얼굴도 참담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환자는 다른 쪽 눈으로 가만히 앞을 보더니 한두 번 눈을 깜빡이고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방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S선생님, 농담하지 마세요. 어서 암실 밖으로 나가게 해주세요.”

이런 뜻밖의 말을 듣고 지켜보던 사람들은 말을 잃고 서로를 마주보았습니다. 끔찍한 예감 때문에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드디어 내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어쩐 일인지 소름이 끼쳤습니다. 환자는 눈이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자 환자는 고개를 기울이고 그 흰 손을 천천히 들고서 가볍게 수영하듯 손을 젓더니, 얼굴에서 눈 쪽으로 가져갔습니다만, 그 때 그야말로 끔찍한 비명을 질렀습니다.

“아……악……선생님! 선생님은……, 좌우를 잘못보고, 보이는 눈을 뽑았어요!”

C안과의사는 여기서 잠시 말을 끊었습니다. 실내에는 기이한 기운으로 넘쳐났습니다.


여러분 실로, 아니, 사실은 환자의 나쁜 눈은 그대로 두고, 건강한 눈이 뽑혔던 것입니다……. 이 끔찍한 오진 때문에 책임감이 강한 S교수는 이틀 후에 자살했습니다. 여러분, S교수의 오진은 이미 여러분도 아시는 바와 같이 복수심에 불타오른 제가 지극히 쉬운 트릭을 쓴 결과입니다. 즉, 환자에게 마취를 걸고 간호사가 교수를 부르러 간 틈을 타서 적출해야 할 눈을 거즈로 가리고 건강한 눈을 보이게끔 해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이것이 제가 말하는 이른바 찬스입니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일석이조, 어리석은 자 치고는 훌륭한 복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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