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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54

메두사의 머리 - 한국어

메두사의 머리(メューサの首) 고사카이 후보쿠 (小酒井 不木) (1926) 번역 : 홍성필 T의과대학 4학년 여름 방학에 우리는 졸업시험을 위해 친구인 마치다(町田)와 함께 둘이서 이즈산(伊豆山)에 있는 S여관에 갔습니다. 6월 말이었기에 피서객도 아직 그리 많지 않았으므로, 공부하기에는 매우 좋았으나, 공부는 명분만 그럴 뿐, 저희들은 신나게 놀고 말았습니다. 동양에서 최고라고 하는 센닌(千人)온천을 단둘이서 독점하고 헤엄치거나 삼대온천폭포를 맞기도 하였으며, 철도가 보이는 방에서 당구를 치거나, 돌멩이만 수두룩한 해안을 걸으며 모래 없는 것을 개탄하기도 하고, 아니면 방안에서 하츠시마(初島)를 멍하니 바라보거나, 오징어만 먹은 탓에 설사를 하거나, 때로는 많은 돌계단을 올라 이즈산 신사를 참배하고, 또..

공포의 선물 - 한국어

공포의 선물(恐ろしき贈物) 고사카이 후보쿠 (小酒井 不木) (1925) 번역 : 홍성필 뉴욕 시 웨스트 제70가에 있는 아파트에 그레이스 워커라는 40대 전후인 여성이 살고 있었다. 겉으로는 지극히 조용한 생활을 하고 있었으나 경찰은 예전부터 그녀를 지목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그녀는 쉽게 말하자면 ‘만남의 방’ 같은 것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많은 양가집 자녀에게 부끄러운 행위를 강요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바이로렛 리오나드라고 하는 15세 여자 아이를 데려왔을 때 경찰 단속에 걸려 소녀는 어떤 교화원으로 보내지고 그녀도 구속된 후 상당한 죄값를 치렀다. 석방되고 난 후 그녀는 이전에 살던 집 근처에서 아파트를 빌려 역시 예전과 같은 어둠의 일을 시작했었다. 어느 날 그녀에게 친구가 찾아와..

연애곡선 - 한국어

연애곡선(恋愛曲線) 고사카이 후보쿠(小酒井不木)(1926) 번역 : 홍성필 친애하는 A군! 자네의 인생 최대의 축제를 축하하기 위해 나는 지금 내 정성어린 기념품으로서 ‘연애곡선’이라는 것을 보내려 하고 있네. 이와 같은 선물은 결혼식 때는 물론 기타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도 일본은 고사하고 중국이나 서양, 아니 천지개벽 이후 아직 누구 손에 의해서도 시도되지 않았으리라 하고 나는 매우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네. 가난한 일개 의학자인 내가 아무리 자신의 전 재산을 걸고 산 물건이라 하더라도 백만장자 2세인 자네한테는 절대 만족을 줄 수 없을 것이라고 믿은 나는 심사숙고한 끝에 이 연애곡선을 생각해냈고, 이것이라면 충분히 자네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믿으며 이 편지를 쓰면서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처..

좌흥이 아니다 - 한국어

좌흥이 아니다(座興に非ず)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39) 번역 : 홍성필 나의 미래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쳐 이도 저도 못할 저녁 무렵에는 혼고(本鄕)에 있는 아파트에서 지팡이를 질질 끌며 우에노(上野)공원까지 걸어본다. 9월도 중순이 지났을 무렵의 일이다. 내가 입은 백지의 유카타(浴衣)도 이미 철이 지난 듯하여, 내가 보아도 저녁 어둠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것 같아 더욱 슬퍼지고, 살기가 싫어진다. 시노바즈(不忍) 연못을 훑어가며 불어오는 바람은 미지근하여 시궁창냄새가 났고, 연못에 있는 연꽃도 뻗은 채로 썩어 처참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웅성웅성 떼를 지어 지나가는 사람들도 넋이 나간 듯,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여, 이 세상의 종말을 연상케 했다. 우에노 역까지 오고 말았다. 수많은 검..

용모 - 한국어

용모(容貌 )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1) 번역 : 홍성필 내 얼굴은 요즘 또다시 한층 커진 것 같다. 본래부터 작은 얼굴은 아니었으나 요즘 들어 더 커졌다. 미남이란 작고 아담한 얼굴을 말한다. 얼굴이 매우 큰 미남이란 그리 흔하지 않다. 상상하기도 힘들다. 얼굴이 큰 사람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저 “대단”, “장엄”, 또는 “훌륭”해지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듯하다. 하마구치 오사치 (浜口雄幸) 씨는 얼굴이 매우 큰 사람이었다. 역시 미남은 아니었다. 그러나 훌륭했다. 장엄하기까지 했다. 용모에 대해서는 남몰래 수양한 적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도 이렇게 되면 하마구치 씨처럼 되도록 수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얼굴이 커지면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남들에게 거만하다고 오해를 받는다. ..

여인훈계 - 한국어

여인훈계(女人訓戒)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0) 번역 : 홍성필 타츠노 유타카(辰野 隆) 선생님이 쓰신 “프랑스 문학 이야기”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글이 있다. “1884년이라고 하니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오베르뉴 지방 끌레르몽 페랑 시에 사는 시브레 박사라고 하는 안과 명의가 있었다. 그는 동착적인 연구에 의해 인간의 눈은 짐승 눈과 바꾸기 쉬우며, 유독 짐승 중에서도 돼지와 토끼눈이 가장 사람 눈과 가깝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그는 어느 소경인 여인에게 이 놀라운 수술을 시도한 것이다. 접안재료로서 돼지 눈은 아무래도 좀 불쾌하므로 토끼눈을 쓰기로 했다. 실제로 기적이 일어나고 그 여인은 그날부터 세상을 지팡이로 더듬을 필요가 없어졌다. 오디푸스 왕이 버린 빛의 세상..

[희곡] 겨울의 불꽃놀이- 한국어

겨울의 불꽃놀이(冬の花火)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6) 번역 : 홍성필 등장인물 카즈에 29세 무츠코 카즈에의 딸, 6세 덴베에 카즈에의 부, 54세 아사 덴베에의 후처, 카즈에의 계모, 45세 카나야 세이조 마을 사람, 34세 기타 에이이치 (덴베에와 아사의 자, 미귀환) 시마다 데츠로 (무츠코의 친부, 미귀환) 모두 등장 안함. 장소. 쓰가루 지방의 어느 부락. 때. 1946년 1월 말경에서 2월에 걸쳐. 제1막 무대는 덴베에 집 거실. 다소 유복해 보이는 지주 집과 같은 형태. 안쪽에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이 보인다. 안쪽은 부엌, 바깥쪽은 현관이다. 막이 열리자 덴베에와 카즈에, 방 안쪽에 있는 스토브를 쬐고 있다. 둘 모두 말이 없다. 큰 벽시계가 3시를 알린다. 어색한 분위기. 갑자기 ..

뚝따닥 뚝딱 - 한국어

뚝따닥 뚝딱(トカトントン)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7) 번역 : 홍성필 삼가 아룁니다. 한 가지만 알려주세요.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저는 올해 스물여섯입니다. 태어난 곳은 아오모리(靑森) 시 테라마치(寺町)입니다. 아마도 모르시겠지만, 테라마치에 있는 청화사(淸華寺) 옆에 토모야라는 작은 꽃집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토모야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아오모리에 있는 중학교를 나와, 그로부터 요코하마(橫浜)에 있는 군수공장에서 사무원이 되고 3년 근무하여, 그리고는 군대에서 4년간 지냈으며 무조건항복과 함께 태어난 곳으로 돌아왔으나, 이미 집은 불에 타서 없고, 아버지와 형님과 형수님 셋이서 그 불탄 자리에 대충 작은 집을 지어 지내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중학교 4학년 때 ..

[희곡] 봄의 낙엽 - 한국어

봄의 낙엽(春の枯葉) 1막 3장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8) 번역 : 홍성필 인물 노나카 야이치 초등학교 교사 36세 세츠코 그의 처 31세 시즈 세츠코의 생모 54세 오쿠다 요시오 초등학교 교사 노나카 집에 동거함. 28세 키쿠요 요시오의 누이동생 23세 기타 학생 몇 명. 장소 쓰가루 반도 해안의 벽촌 때 1946년 4월 제1장 무대는 마을 초등학교 한 교실. 방과 후 오후 4시경. 정면에는 교단. 그 전방에 학생들 책상과 걸상이 20~30. 왼쪽 유리문에서 햇살이 비춘다. 오른쪽도 유리문으로부터 바다가 보인다. 전교생 150 명 정도 되는 학교 규모. 정면 칠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난잡하고 무질서하게 적혀 있으며, 힘줘서 지운 곳도 있으나, 대개 읽을 수 있다. 수업 중에 교사 노나카가 ..

식도락가 - 한국어

식도락가(食通)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2)번역 : 홍성필 식도락가란 대식가를 말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나는, 지금은 그다지 심하지는 않으나 왕년에는 상당한 대식가였다. 그 무렵 나는 스스로가 대단한 식도락가인줄 알고 있었다. 친구인 단 카즈오(檀一雄)에게 식도락가란 대식가를 말한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알려주고는 오뎅집 같은 곳에서 두부, 튀김, 무, 다시 두부라는 순서로 끝도 없이 먹어보이자, 단(檀) 군은 눈을 크게 뜨고서, 자네는 정말 식도락가군,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이마 우헤이(伊馬鵜平)군에게도 나는 그 식도락가의 정의를 가르쳐주었으나 이마 군은 곧바로 얼굴에 희색이 돌더니, 어쩌면 자기도 식도락가인지 모른다고 했다. 이마 군은 그로부터 5, 6번 함께 식사를 했으나 역시 틀림없는 대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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