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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104

불꽃놀이 - 한국어

불꽃놀이(花火)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2) 번역 : 홍성필 소화(昭和) 초기, 동경에 있는 한 가정에서 일어난 기이한 사건이다. 요츠야(四谷) 구 모 번지 모 호에 츠루미 센노스케(鶴見 仙之助)라는,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서양화가가 있었다. 그 무렵 이미 50을 넘었었다. 동경에 사는 의사 아들이었으나 젊었을 때 프랑스로 건너가 르노와르라는 거장에게 사사하여 서양화를 배우고, 돌아와서는 일본 화단에 있어서 상당한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부인은 무츠(陸奧) 지방 출신이다. 교육자 가정에 태어나, 아버지가 전근을 명 받을 때마다 가족도 함께 이사하며 여러 곳으로 옮겨 다녔다. 그 아버지가 동경의 독일어학교 주사(主事)로 영전(榮轉)하여 온 것은 부인 나이 17세이던 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

황금풍경 - 한국어

황금풍경(黄金風景)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39) 번역 : 홍성필 나는 어렸을 때 그리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식모를 괴롭혔다. 나는 게으른 일에는 질색이어서, 그렇기 때문에 게으른 식모를 특히 괴롭혔다. 오케이(お慶)는 게으른 식모였다. 사과 껍질을 깎게 해도, 까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두 번, 세 번씩 손을 멈추고는 ‘야!’ 하고 그 때마다 따끔하게 주의를 주지 않으면 한 손에는 사과,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든 채로 언제까지나 멍하니 있는 것이다. 머리가 좀 모자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엌에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을 나는 자주 보았으나 어린 마음에도 볼품이 없고 이상하게 마음에 거슬려 “야, 오케이, 하루는 짧다구” 라며 어른 흉내를 내..

가정의 행복 - 한국어

가정의 행복(家庭の幸福)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8) 번역 : 홍성필 '관료가 나쁘다'는 말은 이른바 '밝고 명랑하고 씩씩하게'라는 말처럼 그야말로 어딘가가 좀 부족한 듯하기도 하고 진부하여 바보같이 느껴져서, 내게는 '관료'라는 족속의 정체는 어떤 것인지, 또한 그것이 어떻게 나쁜 건지 도무지 실감나게 느껴지지 않는다. 논외, 관심 밖, 이런 심정에 가까웠다. 즉, 관료는 목에 힘을 준다, 그것만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그러나 민중들도 치사하고 더럽고 욕심 많고, 배신도 하며 쓸모 없는 인간들도 많으므로 말하자면 피장파장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오히려 관리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학업에 전념하여 커감에 따라 입신출세, 오로지 육법전서를 달달 외우며 근검절약, 친구한테 구두쇠라는 말을..

누구 - 한국어

누구(誰)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1) 번역 : 홍성필 예수와 제자들이 가이사랴 빌립보 여러 마을로 나가실쌔 노중에서 제자들에게 물어 가라사대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여짜와 가로되 “세례 요한이라 하고 더러는 엘리야, 더러는 선지자 중의 하나라 하나이다” 또 물으시되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베드로가 대답하여 가로되 “주는 그리스도시니이다” (마가복음 8장 27절) 매우 위태로운 장면이다. 예수는 그 고뇌 끝에 자아를 잃고 너무나도 불안한 나머지 일자무식인 제자들을 향해 “나는 누구냐”라고 하는 이상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일자무식인 제자들의 대답에 의지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베드로는 믿고 있었다. 우직하게 믿고 있었다. 예수가 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믿고 있었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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