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식

홍성필 (1998)


등장인물 : 


김덕길 노인 


김영선 : 김덕길 노인의 3녀 


김대식 : 김덕길 노인의 장남 


경혜선 : 김대식의 처. 이옥순의 외동딸 


이옥순 : 경혜선의 모 


윤수복 노인 : 김덕길 노인댁 이웃 


백함순 (백씨): 윤수복 노인의 처 


명희, 윤숙, 연경 : 영선의 대학 동창 


우체부, 순경, 하객, 사회자, 신문사 기자, 카메라맨. 


제 1 막 


199x년 4월 1일 아침 김덕길 노인 집 


무대 우측에 김덕길 노인댁 거실이 보이며, 좌측에는 현관이 있고, 현관 좌측에는 앞뜰이 있다. 김덕길 노인댁 거실의 벽은 뚫려 안이 보인다. 정면에는 김덕길 노인의 서재로 통하는 입구가 있으며, 우측에 침실 입구가 있고. 그 사이에는 부엌으로 통하는 입구가 있다. 서재 입구 앞에는 쇼파가 하나, 침실 앞과 맞은 편에는 각각 세 개짜리 쇼파가 있으며, 가운데에 직사각형 탁자가 놓여 있다. 


제 1 장 


우체부, 순경 


(우체부와 순경 좌측에서 등장) 


우체부 : (순경에게) 아이구, 이거 참 죄송하게 됐습니다. 이거야 원 이쪽에는 워낙 길이 복잡해서, 저 같은 신참한테는 어디 번지수 하나 가지고 찾을 수나 있어야죠. 


순경 : 누가 아니래요. 도대체 누가 정해놨는지 원. 순경이나 우편 배달부, 그리고 중국집 골탕먹이려고 한게 아니라면 이렇게 멕이기도 어려웠을게요. (김덕길 노인댁을 가리키며) 자, 여기가 그 영감 집입니다. 아마 지금쯤은 아직 계실겁니다.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쇼. 내가 좀 불러보리이다. (현관문을 두드린다) 영감님! 계신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는 몇 번 더 부른다) 


제 2 장 


우체부, 순경, 김덕길 노인 


(서재에서 김덕길 노인 등장) 


김덕길 노인 : 허 참. 아니, 내 귀가 먹은 줄 아나. 시방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구는거야. 누구여? (현관문을 연다) 어이구, 이거 순경양반 아니오? 이런 대낮부터 무슨 일이라도 있소? 그렇잖아도 심심했던 참인데 잘 됐구려. 자, 어서 들어오시게나. (순경의 등을 안고 안으로 들어오려 한다) 


순경 : (김 노인을 만류하며) 영감님, 그게 아니라 저……여기 우체부 청년이 영감님께 우편물을 하나 가지고 왔습니다. 얼마 전에 새로 일을 맡았나 본데 여기 골목이 좀 복잡해야 말이죠. 그래서 제가 이렇게 데리고 온 겁니다. 


김 노인 : 그래? 우편이라니 어디서 올 데가 있다구. 어디 한 번 줘보게나. (현관을 나와 우체부가 가진 봉투를 받으려 한다) 


우체부 : (노인의 손을 슬쩍 잡으며) 할아버지, 잠시만요. 이게 저, 등기우편이라서 받으시기 전에 도장을 찍어야 하거든요. 


김 노인 : 도장은 무슨 도장이야. 나헌테 온 거라면서? 아니면 젊은이는 내가 거짓말이라도 하고 있는 줄 알어?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조금 큰 소리로) 주민등록증이라도 보여주랴? 


순경 : 영감님, 이건 다른 우편과는 다른 거라서요. 받으실 때에는 도장을 찍으셔야 본인에게 무사히 전달이 됐다는 근거가 남거든요. 이건 저, 등기우편이라는 거라서 말입니다. 


김 노인 : 뭐라구? 허 참, 오래 살다보니 별 일 다 보겠네. 알았어, 됐네. 도대체 누가 그딴걸 보내가지고 사람을 귀찮게 만드나. (거실 쪽을 보고) 저기, 영선아. 거기 내 도장 좀 가지고 와라. 


제 3 장 


우체부, 순경, 김덕길 노인, 김영선 


(부엌에서 영선 등장) 


영선 : 갑자기 도장은 또 왜요? (방안을 둘러보며) 가만 있자……도장이 어디 있었나. (탁자 쪽을 보며) 여기 뒀었나? (탁자 밑에 있는 작은 상자를 뒤지고는 도장을 꺼낸다) 쓸 일이 없으니 이런 것도 까먹네요. 아빠, 여기 있어요. (현관 쪽으로 와 김 노인에게 도장을 건내준다) 


김 노인 : 여기 내 도장이오. 이게 벌써 10년은 된 거라네. 어때? 우리 아들이 내 생일 때 해 준거라구. (우체부에게 건내준다) 


영선 : (뒤를 돌아보고 독백) 흥, 맨날 우리 아들, 우리 아들. 


우체부 : (도장을 건내받고는 입김으로 불고는 도장을 찍고 돌려준다) 예, 됐습니다. 자, 받으세요. (도장과 봉투를 노인에게 준다) 


김 노인 : 어디 보자. 대체 누가 대낮부터 사람을 성가싫게 굴어. (봉투를 받아들고 뜯기 전에 살핀다) 흠, 눈이 침침해서 잘 보이지 않네그려. 어디, 자네가 한 번 봐 주겠나? (봉투를 우체부한테 건내준다) 


우체부 : (이리저리 봉투를 살피고는) 김대식……이라고 돼 있네요. 


순경 : 대식 씨라면, 그 서울에 있는 아드님이시잖아요? 


영선 : 오빠한테서요? 대체 무슨 일이길래 등기로 보냈대요? 


김 노인 : 아암, 그렇구 말구. (봉투를 햇빛에 비춰보며) 글쎄 이 놈이 어떻게 된게 결혼한지 1년이 지나도록 손주 소식을 못 듣겠다우. 아들이라고는 그 놈 하나 밖에 없는데, 정작 내 성씨를 딴 손주를 언제 볼 수나 있을런지 원……. 


영선 : 어이구, 그러다가 목이 빠져 버리겠어요. 아빠도 참, 그게 어디 사람 마음대로 되나요. 재작년에는 큰 언니가, 작년에는 둘째언니랑 미영언니가 아들 낳았잖아요. 


김 노인 : 에잇, 딸년이 낳은 건데 아들을 열 명 낳은들 뭘하겠어? 그래도 대를 이을 대식이 놈이라면 그래, 딸이라도 좋겠는데 말이야. 그런데 이놈들이 원……. (큰 기침을 하고는 봉투를 만지작 거린다) 


우체부 : 영감님, 이제 됐으니 어서 뜯어보시지 그러세요? 


김 노인 : (우체부를 힐끔 쳐다 보고는 다시 봉투를 만지작 거린다) 어, 음. 그래야지. 그런데 이거 왜 이리 마음이 불안헌고. 미리 전화도 없이 이런 걸 보내다니 말이야. 


영선 : 아휴. 아니, 언제까지 현관에서 서성이세요? 어서 들어오시지 않구. 순경아저씨도 한가하면 좀 들어왔다 가세요. 


순경 : 그럴까요? 그럼 차나 한 잔 얻어먹고 가겠습니다. (김 노인에게) 자, 영감님도 들어가시죠. 


우체부 : 그럼 전 이만 물러가도 되겠죠? 안녕히 계십쇼, 영감님. (등을 돌려 퇴장하려 한다) 


김 노인 : (황급히 우체부를 잡으며) 이봐 젊은이. 아니, 이건 자네가 가지고 온게 아닌가. 그럼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어디로 내빼려구 해! 같이 들어가 보자구. 


우체부 : (놀란 표정으로) 책임이라니요. 제게 무슨 책임이 있다고 그러세요. 단지 전 이것만 전해 드리면 제 임무는 끝난 거잖아요. 


김 노인 : 아니, 이 녀석 좀 보게. 어디서 노인한테 눈을 부릅뜨고 말대꾸야. 그리고 임무? 무슨 얼어죽을……자네가 책임을 질 것도 아니면서 남한테 도장까지 받아 쳐먹어? 허튼소리 말구 어서 따라 들어오기나 해! 


(일동 김 노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제 4 장 


전동. 


김 노인은 정면 쇼파에, 순경는 좌측, 우체부는 우측 쇼파에 앉는다. 


김 노인 : 영선아, 어서 여기 차 좀 가지고 와라. 


영선 : 예, 알았으니 어서 뜯어 보세요. (영선, 부엌으로 퇴장) 


제 5 장 


영선을 제외하고 전동 


김 노인 : 가만 있자……안경이 여기 있었을텐데. (탁자 밑에서 안경을 찾아 낀다) 올커니. 그럼 어디 한 번 봅시다. (봉투를 뜯고는 안에 들어있는 카드를 꺼낸다. 


우체부 : 무슨 초청장이나 청첩장 같은데요? 


김 노인 : (큰 소리로) 옛기 이 사람아. 우리 아들이 벌써 결혼한지가 언제라구 청첩장이야! 무슨 파티라도 있나. 이게 뭐야. (어이 없는 표정으로) 이, 이봐, 순경양반.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순경 : 예, 이 한자가 그러니까, 이, 혼, 식……이라고 돼 있네요. 


김 노인 : 이, 이 사람아. 내가 글씨를 못 읽어서 그런가. 이게 대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거야. 이게……이게……. 


제 6 장 


김 노인, 순경, 우체부, 영선. 


(영선, 찻잔을 들고 등장) 


영선 : 뜯어 보셨나요? 뭐가 들었길래 등기로 보냈대요? 


김 노인 : (불안한 표정으로 영선에게 손짓을 한다) 야, 영선아. 그래, 네가 와서 한 번 봐라. 이게 도대체 뭔 뜻인지 도무지 짐작이 안가네 그래. 


영선 : (차를 김 노인, 순경, 우체부 앞에 놓고는 카드를 받는다) 이혼식? 뭐라구요? 아니, 이럴 수가. 결혼식도 아니고 이혼식이라니. 세상에 이런 것도 다 있나요……. 


순경 : 글쎄 말입니다. 이혼식이라는 건 저도 처음 들어 보네요. 보통 이혼이라고 하면 서로 감정이 상해서 싸우도 다투고 하면서 헤어지지 않나요? 그런데, 이혼식을 올리면서 이혼을 한다는 말인가보죠? 


김 노인 : 이봐! 시방 누구 남 얘길 하나? 이, 이건 대식이 얘기야. 내 아들한테서 보내 온거라구. 이 사람아, 자네는 어떻게 그리도 침착할 수 있나! 허허어, 참. 


영선 : 세상에, (김 노인을 보고) 그럼 오빠가 이혼한단 말이에요? 


김 노인 : 이런, 답답한 녀석이 있나. 낸들 그걸 어떻게 알어! 나 이거 원……. 


제 7 장 


전동, 윤수복 노인. 


(윤수복 노인, 좌측에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윤수복 노인 : 이봐, 덕길이. 나 왔네 그려. 거, 왜 현관문은 열어놓고 대낮부터 야단들이야? 목소리 큰 걸 자랑할라고 작정을 했구만. 


김 노인 : 어, 수복이. 자네, 참 잘 왔으이. 어서 들어와서 이걸 좀 보세. 어디 소란을 안떨게 생겼냔 말일세! 


윤 노인 : 왜 그래? 자식들이 이혼이라도 한다든? 


(일동 놀란다) 


김 노인 : 뭐라구? 아니,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아나. 


윤 노인 : 뭐,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난 그냥 한 번 해 본 말인데……그럼 정말로 그 대식이가 헤어진단 말이야? 


김 노인 : 이런, 사람 하구. (혀를 찬다) 아무튼 어여 이리로 와서 이것 좀 보라구. 이게 대체 무슨 날벼락란 말이야. 


(윤 노인, 김 노인으로부터 카드를 받아들고 서서 읽는다) 


윤 노인 : 이혼식? 허허어, 이건 또 웬 예술적인 말인감. 


김 노인 : 예술? 이봐 수복이. 자네 보기엔 내가 지금 농담하고 있을 기분처럼 보이나.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냔 말일세. 


윤 노인 : 어디 일단 한 번 읽어나 보자구. (순경 옆에 앉으며 카드를 펴서 읽는다) 에……지난 수 년간 저희의 사랑으로 가꾼 가정을 돌보아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울러 저희는 이번 화창한 봄날을 맞아, 함께 지내왔던 생활에서 벗어나 서로의 미래를 가꾸어 나아가기로 결심을 하여, 아래와 같이 이혼식을 거행하고자 하오니, 하객 여러분께서는 바쁘시더라도 참석을 하셔서 우리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김 노인 : 뭐가 어째구 어째? 축하? 아니, 젊은 연놈들이 같이 살면서, 화창한 봄날에 그리도 할 짓이 없어 이혼을 한단 말이야! 내 이놈들을 그냥!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윤 노인 : 허허어, 이봐 덕길이. 좀 진정하라구. 


김 노인 : 진정? 아니, 지금 이 판국에 진정하라는 소리가 그 주둥아리에서 낼름 튀어 나온단 말이야? 내 이 놈들을 당장 가서 그냥 화악……. 


윤 노인 : 거 괜히 나한테 왜 화풀이야. 지금 그렇게 흥분해서 될 일이 아니잖아. 자, 자. 우리 앉아서 좀 생각해 보자구. (덕길의 팔을 잡고 앉힌다) (영선을 보고) 그래, 대식이한테 그 동안 전화나 다른 연락은 없었냐? 


영선 : 예, 요즘은 조금 뜸한 편이었어요. 그래도 지난 달에 연락이 왔을 때에는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보였는데? 


순경 : (영선을 보며 경찰수첩을 펼쳐든다) 그래도 다른 때에 비해서 어딘가 좀 수상하다거나 음흉한 구석이 있거나 하진 않았습니까? 


김 노인 : 이 양반이. 시방 무슨 사건이라도 조사하는 줄 아시오? 


순경 : 아니, 그래도 혹시나 단서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해서 그만…….(어줍잖다는 표정으로 수첩을 집어넣는다) 


김 노인 : 단서는 무슨 얼어죽을 단서야. 가만,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영선을 보고) 여, 영선아. 어서 그 놈한테 전화를 걸어 보자구. 우리가 지금 이렇게 태연하게 앉아 있을 때가 아니란 말이야. 


(영선이 전화를 걸려하자 윤 노인이 말린다) 


윤 노인 : 이봐. 이런 딱한 사람이 다 있나. 금방 알아차릴 줄 알고 내 가만히 있었는데, 자네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나? 


김 노인 : 뭐? 무슨 날이긴 오늘이……. 


우체부 : 어? (큰 소리를 내며 웃는다) 오늘이 그러고 보니 4월 1일이네요. 


김 노인 : 웃기는 시방 어디서 방정맞게 웃어! 그러니까 오늘이 무슨 날인데 그래? 


윤 노인 : 이런, 이런. 사람이 이렇게 둔해서야 원. 오늘이 4월 1일 만우절 아닌가. 


영선 : 아, 그러고 보니 정말 그랬네요. 아이구 내 정신 좀 봐. 아빠, 오늘이 그 거짓말을 해도 되는 만우절이잖아요. 


김 노인 : 어, 그……그랬던가. 흠…….(잠시 생각에 잠긴다) 


순경 : (씁쓸하게 웃으며) 영감님, 아무래도 아드님께서 농을 부렸나 봅니다. 


김 노인 : 아냐. 이런 괴씸한 노릇이 다 있나. 아니, 세상에 그래, 속일 놈이 없어서 지 애비를 속여먹어? 제아무리 만우절이 아니라 만우절 할애비라도 그래. 이런 버리장머리 없는 놈 같으니라구. (영선을 보며) 영선아, 당장 이 놈한테 전화를 걸어. 단단히 혼 좀 내줘야겠어! 


영선 : 그래도 아빠, 오늘 정도는 만우절이라는데 그 정도는 참아줘도 되지 않겠어요? 


순경 : 장난 치고는 조금 지나친 감도 없진 않으나, 그냥 넘기는게 좋겠습니다. 요즘은 많이 없어졌는데요, 영감님도 아시겠지만 옛날에는 얼마나 짓궂은 일이 많았습니까. 오늘 같은 날이면 소방차들도 쉴 새 없이 헛고생을 하는 날이었다니까요. 


윤 노인 : 그래, 말이야 바른 말이지, 오늘 같은 날 재롱을 부릴 자식이 있다는 것도 이게 얼마나 복인가, 안그래? 그냥 웃어 넘기는 것도 어른으로서 할 도리라구. 


김 노인 : 허, 그래. 수복이 말 잘했다. 좋아, 이런 날은 웃어 넘기기도 해야지. 아암, 그렇구 말구. 그런데 이런 괴씸한 녀석이, 그렇잖아도 손을 못봐 애달복걸인데 허구많은 재롱 중에서 지네들 이혼하겠다는 소리를 지껄이나? 그것도 친구들이면 또 몰라. 아니, 지 애비한테 이런 헛수작을 한다는게 말이 돼? 안되겠어. (영선에게) 얘야, 빨리 전화를 하라니까 왜 멍하니 앉아 있어! 


우채부 : 할아버지. 제가 나서도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너무 흥분하신 것 같습니다. 그냥 웃고 마는게 어떠실런지……. 


김 노인 : 뭐가 어째? 이봐, 젊은이. 이 좋은 날에 버리장머리 없이 귀찮게 도장을 찍으라느니 재주를 부리라느니 해 놓고 자네한테는 책임이 없는 줄 알어? 대체 어쩔 셈이야! 자네가 이래도 일을 똑바로 하고 있는 거야 뭐야! 


우채부 : 예, 예……? 재주를 부리라뇨. 그리고 책임이라뇨. 단지 전……. 


김 노인 : 허허어. 그래도 어른 앞에서 꼬박꼬박 말대꾸 하는 꼴 좀 보게. 자네는 가만히 있어. (갑자기 고개를 돌리고는 영선을 노려본다) 


영선 : 아이구, 예. 알았어요. 걸게요. 잠깐만 전화번호가……. (탁자 위에 있는 전화번호부를 뒤진다) 


(영선이 전화번호를 찾고 수화기를 들으려는 순간 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일동 조금 놀란다) 


영선 : 아이, 깜짝이야. 아니, 이게 또 누구야. (수화기를 든다) 여, 여보세요? (놀라며) 어머, 할머님 아니세요. 예, 무슨 일이라도……? (놀란 표정을 지으며 김 노인을 본다) 예, 예? 아니, 그런. 예, 예. 아이, 그럼요. 그냥 만우절이려니 하는거죠 뭐. 예, 아휴, 그러게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오빠들 장난이 너무 지나치다고 해서 지금 전화를 걸어 단단히 혼내주려던 참이었습니다. 예, 예, 예? 아아, 네에. 그럼요. 예, 예. (미소를 띄며) 아유, 잘 알겠습니다. 이거 괜한 일로 놀라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하하, 예. 예. 예에,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예, 예……예, 안녕히 계세요. (전화를 끊고는 미소를 지으다 말고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김 노인 : (잠시 침묵) 할머님이라니? 누가 건 거야? 


영선 : 아니, 그게 저……. 


김 노인 : 여, 영선아. 설마 이놈들이 사돈댁한테도 이런 장난을 쳤다는 건 아니겠지? 앙? 왜 가만히 있어? 어서 말을 해 보라구! 


영선 : 이게 그러니까 저……. 


김 노인 : 어서 말을 해 보라니까 그래! 


영선 : 아무래도 그런가보네요. 좀 장난이 심했다고 하시면서, 그래도 만우절이니 너무 지나치게 다그치지는 말라고 하시더군요. 


김 노인 : 나, 이런. 도대체 집안 망신을 시켜도 유분수지, 이 녀석이 쥐약을 쳐먹었나 이게 무슨 짓거리야! (이마에 손을 얹으며) 아이구, 그래. 이래서 놀라 지 애비 뒤지면 속이 참 후련하겠다. 


순경 : 아이, 말씀을 하셔도……. 


윤 노인 : 이런, 쯧쯧쯧. 


순경 : 그래도 불행중 다행이네요. 자, 그럼 저희들은 일어나 보겠습니다. 


우채부 : 이젠 남은 일도 있으니 저도……. 


윤 노인 : 어이구, 사람 성격 하고는 나도 가 보겠네. 


김 노인 : 그래. 그래. 잘 들 가슈. 


(윤 노인, 우채부, 순경 현관으로 퇴장) 


제 8 장 


김 노인, 영선 


영선 : 방에 조금 누워서 쉬세요. 그러다가 또 예전처럼 큰일나면 어쩌시려고요. 물 좀 갖다 드릴게요. (부엌 쪽으로 일어선다) 


김 노인 : 이거 혈압이 올라가서 도저히 안되겠다. 일단 전화는 다음에 걸어 보자꾸나. 영선아, 어서. 어서 약좀 가지구 와! 


(영선, 부엌 쪽으로 퇴장) 


제 9 장 


김 노인 


김 노인 : (일어서며 독백) 이 놈의 자식들이……. 도대체 내가 어떻게 성사시킨 결혼인데 그걸 장난 삼아 지껄여. 내가, 어떻게, 어떻게 시킨 결혼인데……, 어떻게……. 


(막) 


제 2 막 


5월 6일 낮 김덕길 노인 집 


제 1 장 


김 노인, 영선, 윤 노인, 백 함순. 


(김 노인은 중앙소파, 윤 노인과 영선은 각각 좌우측 쇼파에, 백 함순은 윤 노인 옆에 앉아 있다. 김 노인은 몹시 지친 표정으로 머리에 흰 띠를 두르고 있다.) 


윤 노인 : 그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대식이가 그런 말을 했다구? 


김 노인 : 아이구, 말도 말게. 아무래도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보오. 아들 한 놈 키워서 장가까지 보내놨더니 지금 와서 이렇게 망신을 시키니 내가 더 이상 살아서 뭐 하겠소……. 


윤 노인 : 그 놈이 쥐약을 먹었나 왜 그런 수작을 부린다지? 왜 이혼을 하겠다는 거냐구. 


김 노인 : 글쎄. 난 아무리 들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가. (영선을 보고) 얘야, 네가 한 번 말해봐라. 


영선 : 그러니까 지금까지 함께 살아왔으나 이제부터는 각자 살아가는 편이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그러니까……. 


김 노인 : 웃기는 소리! 결혼이 애들 장난이냐! (머리에 손을 얹으며) 아이구……. 


영선 : 아이, 참.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몸도 편치 않으시면서, 조금 침착하시라니까요. 


백씨 : 하지만 얘, 영선아. 이혼식인지 뭔지가 내일이라면서? 대체 어떡할 셈이니? 


영선 : 모르겠어요. 할머니 댁에도 초대장이 갔다면서요? 저희 주위를 돌아보니까 청첩장을 돌린 곳 모두에 똑같이 붙였대요. 


윤 노인 : (초대장을 손으로 흔들리며) 이걸 글쎄 가야 돼, 말아야 돼? 덕길이, 자네는 어쩔 생각인가? 


김 노인 : (계속 이마에 손을 얹고 천장을 보며 작은 소리로) 글쎄다. 이건 장난도 아니야. 단지 만우절 장난이 아니라구. 벌써 한 달도 더 지났는데……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제 전화가 와서 오라는 걸세. 


백씨 : 정말 어쩌려고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네요. 영감이 아들 하나라고 너무 끼고 돌아서 그런게 아니에요? 그 놈이 부족한걸 몰라서 그럴 지도 모르잖아요. 


윤 노인 : 허어. 이 사람이 남 일이라고 함부로 입을 놀리네. 그 녀석이 그래도 흑백은 가릴 줄 아는 놈이야. 


백씨 : 아니, 그런 녀석이 웬 이런 난리를 치고 그래요. 이혼식이라니? 이혼식은 무슨 이혼식. 하여튼 요즘 젊은 녀석들이 하는 짓이라곤……. 


윤 노인 : 임자는 가만히 좀 있으시게. 통 도움이 안돼. 


백씨 : 그건 그렇고 영감님. 내일 가실 거예요, 말 거예요? 


김 노인 : 이유야 어떻든 남들한테도 이런 걸 보냈다고 하니, 안 갈 수야 없잖소. 


백씨 : 그러다가 가서 앰한 망신이라도 당하면 어쩌시려구요? 


윤 노인 : (백씨를 보고) 설마 자식이 지 애비한테 망신이야 시키겠나. 대식이가 그 정도로 분별 없는 녀석은 아니라니깐 그러네. 


백씨 : 망신을 안시킨다뇨. 벌써 이것 만으로도 충분한 망신 아니겠어요? 거기다가 내일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아요? (김 노인을 보고) 영감님, 내가 영감님을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웬만하면 그냥 가지 마시지 그러세요? 뭘 좋은게 있다고 가세요. 나 같으면 차라리 그냥 모르는 척하고 가만히 있겠다. 영선아, 안그러냐? 


영선 : 글쎄요. 하지만 며칠 전부터 여러 차례 저희 집에도 전화가 오고 그랬거든요. 어떻게 된 영문이냐고 물어보는 전화며, 조소 섞인 전화며 수 십 번은 더 걸려왔을 거예요. 


백씨 : 그걸 왜 여기다가 묻니? 대식이네다가 직접 물어보지 않구선. 


영선 : 오빠네 연락을 하려 해도 잘 안되나봐요. 어차피 오빠나 올케언니도 아침에 일찍 나가 밤 늦게 돌아오고 그러니까요. 더구나 저희도 몇 번 연락을 해보려고 했지만 요즘은 아예 전화번호를 바꿔놓은 것 같아요. 


윤 노인 : 뭐? 그럼 대식이네가 번호를 알려 오지도 않았다는 말이냐? 


영선 : 예……. 며칠 전 오빠한테서 전화가 왔을 때 물어보려고 했는데……. 


김 노인 : (영선을 보고) 얘야, 나 좀 잠깐 누워 있어야겠다. (윤 노인과 백씨를 보고) 나 실례 좀 해야 되겠소. 몸이 영 좋지 않아서 말일세……. (천천히 일어선다) 


윤 노인 : 그러세. 내가 보기에도 좀 쉬는게 낫겠네 그려. 


백씨 : (윤 노인을 보고) 그럼 우리는 이만 일어나 보죠. 


제 2 장 


전동. 명희, 윤숙. 


좌측에서 명희, 윤숙 등장. 


윤숙 : 얘, 이혼식에도 주례가 있을까? 


명희 : 하하. 주례가 있어봤자 무슨 말을 하겠니? 이제 둘이 이혼하고 잘 먹고 잘 살라구? 아니면 "이런 나쁜 놈들아!" 라고 혼을 낼까? 


(윤 노인과 백씨가 현관으로 나오고, 그 뒤를 영선이가 잇는다.) 


영선 : (윤 노인과 백씨를 보고) 그럼 살펴 가세요. 


윤 노인 : 오냐. 네 아버지를 좀 잘 돌봐 드려라. 아무래도 너무 충격을 받은 것 같으니 말이야. 에이, 원……. 


명희·윤숙 : (윤노인과 백씨를 보고) 어머, 안녕하세요? 


윤 노인 : 어허, 그래. 너희들이구만. 잘 들 지내냐. 


명희 : 날씨도 좋은데, 나들이 하시나봐요? 


백씨: 그래, 근데 (김 노인 집을 돌아보며) 날씨가 너무 좋아도 탈인가 보더라. 


명희 : (김 노인 집을 보며) 예...? 


윤 노인 : 아, 아니야. (백씨를 보고) 당신은 참……쯧쯧쯧. (명희와 윤숙을 보고) 그래, 이만 가보겠다. 잘 지내라. 


명희·윤숙 : (윤노인과 백씨를 보고) 예, 안녕히 가세요! 


(윤노인과 백씨, 좌측으로 퇴장) 


제 3 장 


명희, 윤숙, 영선 


영선 : (명희와 윤숙을 보고) 어머, 너희들이 웬 일이니? 


명희 : 그냥 지나가는 김에 들려볼라구 왔어. 아버님 계시니? 


영선 : (독백) 오빠가 설마 쟤네들한테까지 그런 걸 보냈을까. (명희와 윤숙을 보고) 아빠는, 계시긴 한데 괜찮아. 어서 들어와. 


(명희와 윤숙, 거실로 들어간 후 좌측 쇼파에 앉는다) 


영선 : 뭐 마실래? 커피면 됐지? 


윤숙 : 신경 쓰지 마. 괜찮으니까. 


영선 : 거기 앉아 있어. 금방 타 올테니까. 


(영선, 부엌으로 퇴장) 


제 4 장 


명희, 윤숙 


명희 : 얘, 윤숙아. 근데 너도 갈거지? 


윤숙 : 내일 말이니?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남 좋은 일도 아니고, 이혼식이 뭐니. 장례식이라면 또 모를까. 


명희 : 얘는, 말을 해두. 하지만 좀 그렇지? 결혼식처럼 화려하게 치장하고 가야하는 건지, 아니면 엄숙하고 칙칙한 시커먼 옷을 걸치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며 등장해야할지 말이야. 


윤숙 : 그래도 그 초대장 좀 봐. 얼마나 화려하니. 마치 결혼식처럼 말이야. 우리 엄마가 그러던데 복장이나 그런건 초대장의 분위기랑 맞추면 무방하다 그랬어. 


명희 : 야. 그건 흔하디 흔한 결혼식이나 그렇지. 하지만 도대체 이혼식이라니. 사람 헷갈리게 만드는 것도 분수가 있지 무슨……. (부엌 쪽에서 들어오는 영선을 보고 말을 멈춘다) 


제 5 장 


명희, 윤숙, 영선 


(영선, 부엌 쪽에서 찻잔을 들고 입장한다) 


영선 : 지금 보니 너네들 본 것도 오랜만이네. 이렇게 화창한 날에 데이트도 안하고 여긴 웬 일이니? (탁자에 찻잔을 놓고서는 우측 쇼파에 앉는다) 


윤숙 : 으, 응. 그냥 우리도 오랜만에 영선이 얼굴이나 보고 수다나 떨러 온거야. 


영선 : 수다? 하하. 그래, 그럼 어디 이야기 봇다리나 풀어보시지 그래? 


명희 : 얘, 단도직입적으로 말해보자. 너네 오빠, 왜 그런데? 


영선 : (놀란다) 무, 뭐? 아니, 너네들한테까지도 그럼……? 


윤숙 : 그래. 나도 받아보고 어이가 없어서 진상규명 하러 왔다. 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면 되는거니? 


영선 : (태연하게) 어떻게 받아들이다니, 이혼식 한다잖아. 이혼식이라니까 이혼한다는 거겠지. 


명희 : 누가 이혼 한다는 걸 몰라서 물어봤니?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그래, 이혼을 한다면 그건 너네 오빠네 사정이야. 하기사 요즘 뭐 이혼하는 부부가 한 둘이니? 옛날 우리 옆 집 아저씨 이종사촌 동생의 앞 집 부부도 얼마전에 이혼했단다. 


영선 : (물끄러미 명희를 쳐다보며) 넌 참 요즘도 한가하긴 하나보네, 그런 것까지 다 알구. 


명희 :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좋아, 아니, 좋을 거야 없지만. 아무튼 좋아. 이혼을 해야겠다면 하란말이야. 그런데, 이런 아리까리한 걸 보내오면 우리더러 어쩌라는거야. 


영선 : 보낸게 뭐가 이상해. 결혼식 때도 너네들 불렀잖아. 그래서 이혼식에도 부른건데 얼마나 시종일관 되고 수미상접 되고 초지일관 된 일이야? 


명희 : 어이쿠. 문자 쓰면 단줄 아니. 결혼할 때 초청했으니 이혼할 때도 초청한다고 하면 말이야 될지 모르지. 하지만 말이야,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냔 말이야. 


영선 :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면서 역사가 발전하는 것이야. 


윤숙 : 아하. 그럼 너네 오빠도 이혼식을 거행하면서 역사발전에 일획을 긋겠다는 거구나? 


명희 : (윤숙을 보고) 얘가 국민교육헌장 같은 소릴 하구 앉았네. 


영선 : (오른 손을 들고 연설조로) 우리는 민족중흥의 이혼식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명희 : (영선을 보고) 그래도 농담이 나와? 지금 남말 하는게 아니라구. 가장 긴박해야 할 얘가 이렇게 태연하니 허, 왠지 우리가 김 새네. 


영선 : 안긴박해 보이니? 


윤숙 : 응……. 전혀. 


영선 : 생각해봐. 한 달 넘게 긴박해왔어. 이젠 긴박하기도 지쳤다구. 


명희 : 아무리 지금까지 긴박했다고 해도 그렇지. 며칠 뒤도 아니고, 내일이라구. 정신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영선 : 무슨 내가 이혼하기라도 하니? 다시 한 번 말하겠는데, 우리 오빠가 하는 거라구. 


명희 : 그래, 남의 오빠가 아니라 바로 니 오빠야. 전대미문 기상천외한 이혼식인지 뭔지를 성대히 거행하시는 날이 바로 내일이란 말이야. 


영선 :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아. 


명희 : 옳거니. 할 일이 많아서 이혼식도 한대? 


영선 : 얘네들이 가만히 보니까 이상하네. 아니, 이 좋은 날씨에 오랜만에 만나서는 왜 시비니? 


명희 : 영선이 니가 너무 태연해서 그런다. 어떻게 친오빠가 이혼을, 그것도 괴상막측한 이혼식이라는 걸 한다는데도 그렇게 침착하니, 보고 있는 우리가 더 답답해서 그러는 거라구. 


영선 : 이젠 괴상망측 씩이나? 무슨 잉카인이 심장이라도 도려낸다디? 


명희 : (가슴을 손으로 치며) 아이구 답답해라. 정말 네 사상이 의심스럽다. 


윤숙 : (얼굴을 영선에게 다가가며) 그런데 축의금은 얼마나 내야되는거니? 


명희 : (윤숙을 보고)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뭘 축하할게 있다구 축의금이야. 불난 집에 부채질 할 일 있나. 


윤숙 : 그래도 초청장에 보니까 전혀 안축하받을 분위기가 아니던데? 화창한 봄날을 맞아 함께 지내왔던 생활에서 벗어나 서로의 미래를 가꾸어 나아가기로 결심했다는데 축하해줘야 하는게 아닌가. 


명희 : 그래, 너나 열심히 축하해 주고 장차 본받아서 어디 한 번 성대하게 치뤄봐라. 


윤숙 : 얘는, 악담을 해도……. 


영선 : 우리나라에 지금 같은 결혼식을 치루게 된 지도 얼마 안됐잖아. 언제나 처음 하는 일에는 모험이 따르기 마련이라구. 


명희 : 차라리 로빈슨 크루소가 백 벌 낫다. 


영선 : 아무튼, 오빠가 이렇게까지 일을 벌여놨으니 알아서 수습을 하겠지. 


명희 : (한 숨을 쉰다) 그래, 좋아. 알았어. 우리가 여기서 흥분해봤자 될 일이 뭐가 있겠니. (초청장을 들며) 근데 이 말도 안되는 게 온 후로 오빠랑 연락해봤니? 


영선 : 응. 며칠 전에 잠깐 통화했었어. 


명희 : 오빠는 뭐래? 결혼식 분위기래, 아니면 장례식 분위기라디? 


영선 : 무슨 장례식 분위기야. 남들이 뭐라고 하든, 어떻게 보든 간에 오빠랑 언니는 화려한 파티로 생각하나보더라. 


윤숙 : (명희를 보고) 그것 봐. 그럼 역시 축의금을 내야 하는 거잖아. 


명희 : (딱한 눈초리로 윤숙을 바라본다) 그래,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구나. (영선에게) 그런데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 설마 결혼식 만큼 바글바글하진 않겠지? 


영선 : 모르는 소리 마. 요즘 세상이 얼마나 심심하고 진부한데 이렇게 재미있는 걸 사람들이 놓치겠니? 오빠가 그러는데 몇 몇 신문사랑 방송국에서도 취재하겠다며 연락이 왔다더라. 


윤숙 : (큰 소리로) 정말이야? 얘, 그럼 우리도 잘하면 매스컴 타겠네? 그치, 영선아? 


명희 : (윤숙을 보고) 아이, 참. 넌 좀 가만히 있어. 결혼식이나 축하연도 아니고 이혼식에 나오는건데 얼마나 수치스럽니? 에이, 난 안갈까보다. 


영선 : 이상한 애네. 수치스럽긴 뭐가 수치스러워? 유사이래 처음으로 치뤄지는 영광된 파티에 출연하는건데 수치스럽다면 말이 되니? 이왕 가는거, 아주 예쁘게 차려입고 나가 봐. 오빠 말 들어보니 정말 대대적으로 휘황찬란하게 하는 것 같더라. 


명희 : (영선에게) 근데 너희 아버님은 뭐라 하지 않으셔? 역시 너처럼 눈 초롱초롱 빛내가면서 기대감에 부풀어 좋아하시니? 


영선 : 아니, 앓아 누우셨어. 


명희 : (영선을 가리키며) 야, 그게 바로 정상이야. 아버님이 그렇게 정상인데 너희 남매는 왜 그러는건데? 


영선 : 왜는 뭐? 참 나……. 


(전화벨이 울린다) 


영선 : 어, 잠깐만. (수화기를 든다) 여보세요? 어, 오빠? 잠깐만. (수화기를 막고 명희에게) 얘, 지금 오빠한테서 온 전화거든? 스피커폰으로 할테니 너희들도 궁금하면 들어봐. 그대신 조용해야 해! (전화기 스위치를 누른다. 영선이는 수화기를 든 채로 통화) 오빠, 회사야? 


김대식(목소리) : 그래. 잘 있었니? 그런데 아버지는 아직도 화 나셨어? 


영선 : 그렇지 뭐. 아직 좀 그러신가봐. 


명희 : 좀 그런거 좋아하네. 


영선 : (명희를 보고 인상을 찡그리며 검지를 입에 갖다 댄다) 오빠, 사람들이 자꾸 물어봐서 그런데 말이야. 내일은 어떤거 입고 가면 돼? 


김대식(목소리) : 뭐? 하하하하. 누가 그러디? 


영선 : 웬만한 사람들은 다 그걸 고민하던데? 특히 내 친구들 말이야. 설마 우중충하게 검은 옷에 눈물 닦으며 가는 분위기는 아니지? 


김대식(목소리) : 무슨 소리야? 있는 힘껏 화려하게 치장하고 와라. 너도 말이야 얼마 전 괜찮은 정장 한 벌 샀다고 했지? 그걸 입고 와. 다른 사람들한테도 행여 장례식처럼 생각하지 말고 멋내고 오라고 전해. 그런데, 명희나 윤숙이도 온다디? 


영선 : (조금 당황하며) 으, 응. 그럼 가겠지. 


김대식(목소리) : 그럼 내일 아버지 모시고 잘 와야 된다. 너 아버지 모시고 오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 알고 있지? 


영선 : (갑자기 스피커폰을 끈다) 으, 응. 그럼. 어? 정말이야? 아휴, 그래 알았어. 아이, 알고 있다니깐. 그래, 끊어. (서둘러 수화기를 끊는다) 


영선 : (천장을 보며) 휴……. 


명희 : 얘, 잘 나가다가 왜 갑자기 스피커폰을 끄니? 무슨 얘길 했는데? 


영선 : 아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튼 너네 알았지? 


윤숙 : 그럼 화려하게 입고가면 되는거지? 그런데 텔레비전에는 정말 나온대? 


명희 : (윤숙을 보고) 으이그……. 


영선 : 하하. 모르겠어. 하지만 한 번 기대해 봐. 


명희 : 그래, 니가 모르겠다니 누군들 알겠니. 야, 윤숙아. 우리도 이제 이만 가자. 


윤숙 : (방긋 웃으며) 그러자. 내일 입을 옷도 골라야 하니까. 


명희 : (일어서며 윤숙을 보고 한 숨을 쉰다) (영선에게) 그럼 내일 보자구. 


영선 : (현관까지 배웅한다) 그래, 잘 가. 


(명희, 윤숙 퇴장) 


제 6 장 


영선 


영선 : (독백) 이것 참 고민되네……. 그나저나 아빠가 내일 가셔야 할텐데, 아잇 참. 오빠두 나한테 이런……. 에이, 모르겠다. 어쨌거나 어떻게든 되겠지 뭐. 


(영선, 부엌으로 퇴장) 


(막) 


제 3 막 


이혼식장. 


화려한 결혼식장과도 같은 분위기. 


무대 좌측에는 스탠드 마이크 두 개가 나란히 서 있으며, 그 안쪽에는 사회자 강대상과 의자, 그리고 피아노가 있고 반주자가 우아한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식장에는 부페가 마련되어 있어 정장을 차려입은 하객들이 여기저기 모여 음식을 먹으며 여러 얘기를 나누고 있다. 대부분 주위를 돌아보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 어딘지 모르게 적응이 안된다는 듯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대화를 나눈다. 의자는 마련되지 않았으므로 모두들 자유롭게 걸어다닌다. 


출입구는 무대 우측에 있다. 


제 1 장 


명희, 윤숙, 하객들 


(명희, 윤숙 우측 출입구에서 정장차림으로 무대 중앙으로 등장) 


명희·윤숙 주위를 돌아본다. 


윤숙 : (명희를 보고) 그것 봐. 역시 결혼식 분위기잖아. 


명희 : 그래, 분위기는 어느 정도 맞춘 것 같긴 한데, 사람들 저 당혹스러워하는 표정 좀 봐. (하객들을 돌아보며) 어, 저기 연경이도 왔네. 


제 2 장 


명희, 윤숙, 연경, 하객들 


명희 : 연경아! 너도 왔니? 


연경 : (하객들에게 잠시 인사를 하고 명희 쪽으로 온다) 어머, 너희들 오랜만이다. 


명희 : 그래, 공교롭게도 여기 결혼식 이후 처음으로 보는구나. 


윤숙 : (밝은 목소리로) 그럼 재혼할 때도 또 보겠네? 


명희 : (당황하는 연경을 보고 윤숙 옆꾸리를 팔꿈치로 찌른다.) (연경에게) 그나저나 이게 도대체 무슨 난리니. 혹시나 하고 와 보니 오히려 결혼식 보다도 더 화려하네. 


연경: 그러게. 나도 긴가민가 했는데 와보니 정말 분위기는 결혼식이더라구. 너넨 지금 온거니? 


명희 : 응. 근데 대식이 오빠는 아직 안왔어? 


연경 : 그러게, 나도 조금 전에 왔는데 오빠도 영선이도 아직인가봐. 


명희 : 오빠라…근데 오늘은 그 둘을 신랑 신부가 아닌 뭐라고 불러야 되지? 


윤숙 : 물론 그야 구랑 구부……. 


명희 : (이마에 손을 얹으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윤숙 : 근데, 연경아. 넌 축의금 가지고 왔니? (진지하게) 아니, 내가 집에서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축의금이라기 보다는 그…뭐냐, '격려금'이라고 해야할 것 같더라. 안그러니, 명희야? 


명희 : (여전히 이마에 손을 얹으며) 그래, 수고했다. 열심히 격려해줘라. 


제 3 장 


명희, 윤숙, 연경, 신문사 기자, 카메라맨, 하객들 


출입구에서 신문사 기자와 카메라맨이 등장하고 하객들에게 취재를 시작한다. 기자는 수첩과 펜을 들고 출입구 부근에 서 있는 남성 하객과 대화를 나누고 남성 하객은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손짓을 하며 몇 마디를 나눈다 (음성 없음) 


카메라맨은 식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계속 찍어댄다. 


윤숙 : (기자와 카메라맨을 보며) 얘, 얘, 어떡해. 정말 취재왔나봐. 


연경 : (냉소적으로) 어머, 정말. 무슨 경사가 났다고 저렇게 설친다니. 


명희 : (윤숙의 소매를 잡으며) 야, 우리 좀 저쪽에 가 있자. 올까봐 겁난다. 


윤숙 : 겁이 날게 뭐가 있어. 오히려 오면 좋지 않니? 혹시 또 알아? 이름이 나갈지 말이야. 


명희 : 얘, 만약 질문이라도 받으면 뭐라고 대답하니? 정말 기쁜 일이니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싶다고라도 해야겠니? (기자를 돌아보고 목소리를 죽이며) 얘! 큰일났어. 일루 오잖어! (윤숙을 보고) 야, 너 저런거 좋아하지? 너 책임져! 


기자 : (셋이 모여 있는 무대 중앙으로 온다) (명희에게) 저…매일신문에서 나온 기잔데요, 몇 마디 좀 여쭤볼 수 있을까요? 


명희 : (당황하며) 저, 저……, 예. 근데, (윤숙 등을 밀며) 근데 그런건 얘가 잘하거든요. (윤숙에게 목소리를 죽이며) 야, 뭐해! 


기자 : (윤숙에게) 오늘 이혼식이라는 건 아시고 오셨겠고. 이런 행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죠? 


윤숙 : (약간 당황하며) 예, 그러니까. 저……. (울상을 지으며) 여, 연경아. 


연경 : (기자를 보고 진지한 표정으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기자가 깜짝 놀라 연경 쪽으로 돌아선다) 물론 정말 생소하며 외국에도 이런 사례는 없을 줄 압니다만,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치루어진다는 것에 대해 의의를 가지며, 이러한 사실이 세계에 알려지면 장차 널리 보급되어……(목소리 fade out) 


명희 : (연경의 말하는 모습을 보고 넋을 잃으며) 얘, 윤숙아. 쟤 지금 무슨 소릴 하고 있는거니? 


윤숙 : 그, 글세. 쟤가 원래 저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무슨 소린지는 잘 모르지만 말빨 한 번 끝내주네. 


명희 : 야, 넌 어제 그렇게 설쳐대더니 오늘은 말한마디 못하고 뭘 하는거야. 


윤숙 : 으, 응. 할 말은 많이 생각했는데, 그게 생각처럼 잘 되지 않네……. 


(이 때 연경과의 대화동작을 마무리하고, 연경에게 "예,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고 한 후 관객쪽으로 가서 직접 관객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가능하겠다) 


명희 : 하이구……. (출입구 쪽을 보고 놀라며) 어? 얘, 윤숙아, 저기 누가 들어온다. 


제 4 장 


명희, 윤숙, 연경, 신문사 기자, 카메라맨, 하객들, 사회자 


사회자가 시계를 보며 허겁지겁 빠른 걸음을 하며 무대 안쪽으로 들어오고는 사회자 강대상에 선다. 반주자의 음악소리가 멎는다. 


사회자 : (숨을 간신히 가라앉히며) 하, 하객여러분. 죄송합니다. 시간이 조금 지체된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공사다망하신 데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리를 빛내 주신 하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지금부터 안내해 드린 바와 같이 김대식씨와 경혜선씨와의 이혼식을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오늘의 주인공인 김대식씨와 경혜선씨의 입장이 있겠습니다. (잠시 간격) 두 분 입장! 


(피아노 반주자가 베토벤 교향곡 '합창'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제 5 장 


명희, 윤숙, 연경, 신문사 기자, 카메라맨, 하객들, 사회자, 김대식, 경혜선. 


정장을 차려입은 김대식과 경혜선이 나란히 음악에 맞추어 입장을 한다. 


하객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마지못해 박수를 친다. 


김대식과 경혜선은 무대 좌측까지 행진을 하고는 두 대의 마이크 옆에 선다. 


사회자 : 다음으로 두 분의 인사말이 있겠습니다. 먼저 김대식씨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김대식 : 여러분, 오늘 바쁘신 와중에도 이 자리에 참석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간 많은 논란이 있었을 것이며, 또한 적지 않게 혼란도 느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가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첫째로, 결혼은 행복이요 이혼은 불행이라는 무책임한 선입견을 깨고자 하는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경혜선 : 음……결혼이라는 행사는 예나 지금이나 인륜지대사로 여겨지면서도 혼례 자체의 형태나 의미, 나아가 여기서 파생되는 수 많은 현상들은 알게 모르게 적지 않은 변화를 겪어 왔습니다. 예컨대 함과 예물, 그리고 지참금이나 혼수 같은 것들을 우리는 이미 결혼에 있어서 당연한 상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갖춘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여기에는 암암리에 왜곡된 부분마저 부각되어 사회적으로 문제시가 되어 온지 오래입니다. 


김대식 : 요즘은 결혼률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유는 왜 일까요? 물론 인구의 증가도 원인중 하나일 수 있겠으나, 여기에는 이혼률의 증가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결혼이 인생에 있어 큰 행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혼에 대해서는 아무런 행사도 없이 그저 불행의 결과로만 인식되어지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의 사회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이혼에 관해서만은 눈을 가리고 억지로 회피하려 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점에도 결혼 못지 않게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경혜선 : 과거 조선시대에는 이혼을 제기하는 권한 마저도 남성의 특권으로 여겨져 왔으며, 이른바 소박맞은 여성은 거의 인생을 포기하여야만 했습니다. 나아가 재혼이라는 것은 꿈도 못꾸는 일이었지요. 그러나 현재는 어떻습니까. 여성의 사회진출도 나날이 증가추세에 있으며 남성 못지 않은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김대식 : 이러한 과정에서 이혼을 꼭 비극의 결과물로 볼 수가 있을까요? 여러 하객들을 모시고 함께 하나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알리는 것이 결혼이라면, 이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각자가 자신의 길을 나아가고자 한다면 역시 많은 분들에게 알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경혜선 : 이제 저희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각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더욱 성숙한 관계로 발전해 나아갈 것을 약속 드립니다. 


김대식 : 아울려 또 한 가지 말씀드려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약간 침묵)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이유 중 어떻게 보면 가장 큰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갑자기 출입구 쪽에서 큰 남성 소리가 들려오며 소란스러워진다) 


제 6 장 


명희, 윤숙, 연경, 신문사 기자, 카메라맨, 


하객들, 사회자, 김대식, 경혜선. 김덕길, 영선. 


김 노인 : (출입구 바깥에서 소리를 지르며 안으로 들어온다) 네 이놈들! 이게 도대체 무슨 짓들이야! 당장 집어 치우지 못해! (김대식 앞으로까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고는 가만히 대식을 노려본다) (영선은 어쩔줄을 모르며 김 노인 뒤를 따라간다) 


김대식 : 이제 오셨군요.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하지만……. 


김 노인 : 하지만? 야, 이 놈아. (경혜선 쪽을 돌아본다) 그리고 아가야, 내가, 내가 너, 너희들을……. 너희들 결혼을 어떻게……, 어떻게 시킨 결혼인데……. (울먹인다) 


김대식 : (영선에게) 영선아, 아버님을 잠시 저 쪽으로 모시고 가서 진정시켜드려라. 약은 가지고 왔지? 그리고 명희야. 와 줘서 고맙다. 미안하지만 아버지께 물 좀 드릴 수 있겠니? (영선은 사회자 강대상 옆에 있는 의자에 김 노인을 앉힌다) (명희, 옆에 있던 테이블에서 물을 따라 영선에게 건낸다) (영선은 핸드백에서 약을 꺼내어 김 노인에게 물과 함께 건내준다. 김 노인은 처음에 뿌리치지만 두 번째 약을 받아 마신다) 


김 노인 : (물을 삼키고는) 야, 이, 이……. 


김대식 : (김 노인에게) 죄송합니다만, 조금만 더 제 말씀을 들어주세요. (마이크에 대고 다시 하객들에게) 여러분, 그럼 계속하겠습니다. 오늘 저희들의 이혼식 외에도 중요한 행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는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이유 중 어떻게 보면 가장 큰 부분입니다. 그것은 바로 또 하나의 새로운 결혼식을 거행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식장 내가 웅성거린다) 


남성하객 1 : (김대식에게) 또 하나의 결혼식이라니? 그럼 이제 이혼식은 끝내고 그대로 다시 결혼하겠다는건가? 


김대식 : (하객쪽을 보며) 물론 그것은 아닙니다. 이 결혼식에 앞서 먼저 여러분께 설명을 드려야 하겠군요. 여러분,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저희 어머님께서는 제 나이 불과 2살 때 타계하시고, 저희 부친께서 지금까지 홀로 네 남매를 키워오셨습니다. 그리고, 한편 제 부인인 경혜선 또한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 아버님께서 세상을 떠나시어 어머님 혼자서 외동딸을 키워오셨습니다. (잠시 침묵) 저희가 어떤 사실을 안 것은 결혼식을 앞둔 바로 얼마 전이었습니다. (고개를 숙인다) 


경혜선 : 이 사실은 저 혼자만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결혼이 어떠한 이유로 어떠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결혼인지를 이미 대식씨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50년 전, 물론 저희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있었던 일이지요. 여러분이 믿으실지 모르겠으나, 저희 어머니와 김대식씨 아버님께서는 이미 서로를 아는 관계셨습니다. 아니, 서로와 누구보다도 더할 나위없는 사랑을 나누었던 사이였습니다. 


김대식 : 그러나, 그 결혼은 친인척들의 반대에 직면하게 되어 무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시대가 시대인지라 부득이하게 둘은 갈라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서로는 갈라서더라도 자식들로 인하여 함께 살자는 굳은 약속을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저희의 혼례는 바로 이러한 과정 속에 이루어진 결혼이었습니다. 


김 노인 : (김대식에게) 야, 이 놈아. 지금 무슨 소릴 짓거리겠다는계야! 그래, 네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물론 그런 이유가 없진 않았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마음에 안들어서 둘이 갈라 선다는게냐? 이 늙은이한테 또 다시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 작정이냐! (흐느낀다) 


김대식 : 아버지, 절대 그런 건 아닙니다. 저희가 생각한 이 문제의 진실된 해결방법은 다른 곳에 있기에, 단지 저희가 결혼한다고 하여 두 분의 한이 풀어지지는 않으리라고 판단했습니다. 


김 노인 : (고개를 들며) 무, 무슨……? 


김대식 : 자, 여러분. 오늘의 마지막 행사이자 최대의 행사인 성대한 결혼식의 막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영선에게) 영선아, 어서 모셔와라. 


영선 : (김 노인과 김대식을 번갈아 본다) 아, 알았어……. (영선, 빠른 걸음으로 퇴장) 


(하객들이 다시 웅성거린다) 


제 7 장 


영선을 제외하고 전동 

사회자 : (관중들을 향해) 자, 여러분. 그럼 지금부터 신랑 김덕길씨와 신부 이옥순씨의 결혼식을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신부, 입장! 


반주자가 결혼행진곡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제 8 장 


명희, 윤숙, 연경, 신문사 기자, 카메라맨, 


하객들, 사회자, 김대식, 경혜선. 김덕길, 영선, 이옥순 


영선, 손수건을 얼굴에 대고 흐느끼는 이옥순과 함께 식장에 입장한다. 


하객들 박수를 친다. 


김 노인 : (의자에서 일어선다) 아니……이런. (이옥순에게 다가가며) 이, 이 보시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반주자의 반주가 멈춘다) 


이옥순 : (고개를 숙인 채로) 저도 오늘 아침에 여기에 도착하고 난 다음에 영선이로부터 들었습니다. (다시 흐느낀다) 


김 노인 : 아니, 이게 지금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이, 이게……. 


이옥순 : 말이 될 리가 있나요.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이제 조금이라도 옛날 일들을 잊을 수 있게 되었다 싶더니 다시 또 이런 일이……. 


김 노인 : (김대식에게) 야, 이 놈아. 이유야 어떻든 간에 너희들은 이미 부부로 맺어진 사이가 아니냐. 그런데 무슨 회괴망측한 소리를 지껄이는게야! 


경혜선 : 아버님, 걱정마세요. 저희는 이런 사실을 알고나서부터 일찍이 부부로서의 생활을 하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방도 따로 썼음은 물론입니다. 이제 저희는 부부가 아닌 남매로서 새롭게 출발할 생각입니다. 


김대식 : (하객들에게) 자, 여러분. (주머니에서 비행기 표 두 장을 꺼낸다) 이 두 분께서는 오늘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이 두 분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큰 박수를 보내 드립시다! 


(하객들 우렁찬 박수를 치고, 반주자는 결혼식에서 퇴장할 때의 결혼행진곡을 친다) 


(주위에서는 폭죽과 꽃가루가 쏟아지고, 카메라맨은 정신없이 사진을 찍어댄다. 김 노인은 흐느끼는 이옥순을 포옹하고 사회자, 경혜선, 영선, 명희, 윤숙, 연경, 그리고 일부 하객들에게 둘러싸여 천천히 퇴장한다.) 


(음악소리와 조명이 어두워진다) 


제 9 장 


남은 하객들, 김대식, 남성하객 1, 남성하객 2. 


퇴장해 가는 하객들 사이에서 남성하객 1과 남성하객 2가 무대 앞쪽으로 나오며 조명이 켜진다. 


남성하객 1 : 이봐, 넌 어떻게 생각하나? 대식이 저 녀석이 정말 계속 방을 따로 썼을까? 


남성하객 2 : 하하. 너도 그런 생각을 했구만. 글쎄다. 내가 아는 저 녀석이라면……하하. (뒤를 돌아보고 다시 남성하객 1에게) 야, 이런 문제는 말이야 우리 한 번 직접 물어보자구. 


남성하객 1 : 그래? 좋아. (뒤를 돌아보고) 야, 대식아! (빠르게 손짓을 한다) 


김대식 : (두 남성하객들이 있는 곳으로 온다) (웃는 얼굴로) 왜? 무슨 일이야? 


남성하객 2 : (한 손으로 김대식의 목에 팔을 걸친다) 내가 묻는 말에 솔직히 대답해라. 너 정말 혜선씨랑 계속 방을 따로 쓰면서 생활을 했어? 


김대식 : 하하. 그게 무슨 뜻인데 그래? 


낭성하객 1 : (김대식의 머리를 툭 친다) 얌마. 그러니까 그게……. (조금 머뭇 거린다) 


남성하객 2 :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결혼하고 지금까지 정말 혼자서 잤냐 이 말이야! 


김대식 : 아아, 그 말이었군. (씨익 미소를 지으면서) 오늘이 음력으로 몇 일인지 혹시 알아? 궁금하면 한 번 달력을 보는 것도 좋겠지. 그럼 난 이만 간다! (웃으면서 남성하객 2의 팔을 뿌리치고 퇴장) 

제 10 장 


남성하객 1, 남성하객 2. 


남성하객 1 : (출입구 쪽을 보며) 야, 저게 무슨 말이냐. 


남성하객 2 : 글세……. (수첩을 꺼내고 남성하객 1과 같이 수첩을 드려다 본다) 음력이니깐, 어제가 3월……그러니까 오늘이 4월……. 


남성하객 1 : 어!? (서로 얼굴을 마주본다) 아니, 이런……. (잠시 서로 배를 잡고 웃는다) 


남성하객 1 : 저 자식이 그냥……. (출입구 쪽으로 달려간다) 야, 대식아! 대식아! (퇴장) 


남성하객 2 : 어? 야, 같이 가! 이봐! (출입구 쪽으로 달려가며 퇴장) 


(경쾌한 음악이 흐른다)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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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식 - 한국어  (0) 2018.05.03
Posted by 문학관 관리인 위어조자(謂語助者)

봄의 낙엽(春の枯葉:はるのかれは)

一幕三章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8)

일본어 원문


 人物。


野中弥一(のなかやいち) 国民学校教師、三十六歳。

節子(せつこ)   その妻、三十一歳。

しづ   節子の生母、五十四歳。

奥田義雄(おくたよしお) 国民学校教師、野中の宅に同居す、二十八歳。

菊代(きくよ)   義雄の妹、二十三歳。

その他  学童数名。


 所。

津軽半島、海岸の僻村。


 時。

昭和二十一年、四月。



[#改ページ]




     第一場


舞台は、村の国民学校の一教室。放課後、午後四時頃。正面は教壇、その前方に生徒の机、椅子二、三十。下手(しもて)のガラス戸から、斜陽がさし込んでいる。上手(かみて)も、ガラス戸。それから、出入口。その外は廊下。廊下のガラス戸から海が見える。

全校生徒、百五十人くらいの学校の気持。


正面の黒板には、次のような文字が乱雑に、秩序無く書き散らされ、ぐいと消したところなどもあるが、だいたい読める。授業中に教師野中が書いて、そのままになっているという気持。

その文字とは、

「四等国。北海道、本州、四国、九州。四島国。春が来た。滅亡か独立か。光は東北から。東北の保守性。保守と封建。インフレーション。政治と経済。闇。国民相互の信頼。道徳。文化。デモクラシー。議会。選挙権。愛。師弟。ヨイコ。良心。学問。勉強と農耕。海の幸。」

等である。


幕あく。


舞台しばらく空虚。


突然、荒い足音がして、「叱(しか)るんじゃない。聞きたい事があるんだ。泣かなくてもいい。」などという声と共に、上手(かみて)のドアをあけ、国民学校教師、野中弥一が、ひとりの泣きじゃくっている学童を引きずり、登場。


(野中)(蒼(あお)ざめた顔に無理に微笑を浮べ)何も、叱るんじゃないのだ。なんだいお前は、もう高等科二年にもなったくせに、そんなに泣いて、みっともないぞ。さあ、ちゃんと、涙を拭(ふ)け。(野中自身の腰にさげてあるタオルを、学童に手渡す)

(学童)(素直にタオルで涙を拭く)

(野中)(そのタオルを学童から取って、また自分の腰にさげ)よし、さあ歌ってごらん。叱りやしない。決して叱らないから、いまお前たちが、あの、外のグランドで一緒に歌っていた唱歌を、ここで歌ってごらん。低い声でかまわないから、歌ってごらん。叱るんじゃないんだよ。先生は、あの歌を、ところどころ忘れたのでね、お前からいま教えてもらおうと思っているのだ。それだけなんだから、安心して、さあ、ひとつ男らしく、歌って聞かせてくれ。(言いながら、最前列の学童用の椅子に腰をおろす。つまり観客に対しては、うしろ向きになる)


学童は、観客に対して正面を向き、気を附けの姿勢を執り、眼をつぶって、低く歌う。

はる、こうろうの花のえん、

めぐるさかずき、影さして、

ちよの松がえ、わけいでし、

むかしの光、いまいずこ。


(学童)(歌い終ってうつむく)

(野中)(机に頬杖(ほおづえ)をつき)ありがとう。いや、先生はね、お前たちも知っているように、唱歌はあまり得意でないのでね、その歌も、うろ覚えでね、おかげで、やっといまはっきりと思い出した。悲しい歌だね。ちかごろお前たちは、よくその唱歌ばかり歌っているようだが、誰か先生が教えてくれたの?

(学童)(首を振る)

(野中) 誰も教えてくれなくても、自然に覚えたの?

(学童)(だまっている)

(野中) この歌の意味が、よくわかって歌っているの? いや、この歌が、お前たちのいまの気持に一ばんぴったりするから、それだから歌っているの?

(学童)(うなだれたまま、だまっている)

(野中) 決して叱りやしないから、思っている事をそのまま言ってごらん。先生もね、いまいろいろ考えているんだ。さっきもあんな工合に、(と、ちょっと正面の黒板を指差し)さまざま黒板に書いて、新しい日本の姿というものをお前たちに教えたつもりだが、しかし、どうも、教えたあとで何だか、たまらなく不安で、淋(さび)しくなるのだ。僕には何もわかっていないんじゃないか、という気さえして来るのだ。かえって、お前たちに教えてもらわなければならぬことがあるんじゃないかとも考えられてな。それで、どうなんだい? お前たちは、あの歌を、どんな気持で歌っているのか、それをまず正直に、先生に教えてくれないか? やっぱり、淋しくてたまらないから、あんな歌をうたいたくなるのかね? それとも、何か、いたずらの気持で歌っているのかね? どうなんだい?

(学童)(だまっている)

(野中) なんとか一言(ひとこと)でいいから、言ってくれよ。まさか、お前たちは、腹の中で先生を笑っているのじゃあるまいな。(ひとりで低く笑い、立ち上り)もういい。帰ってよろしい。しかし、気持を暗くするような歌は、あまり歌わんほうがいいな。他の生徒たちにも、そう言ってやるように。とにかく、いま僕たちは、少しでも気持を明るく持つように努めなければいけないのだから。もう、よし。お帰り。


学童、無言で野中教師にお辞儀をし、上手(かみて)の出入口から退場。野中は、それを見送り、しばらくぼんやりしている。やがて、ゆっくり教壇の方に歩いて、教壇に上り、黒板拭きをとって、黒板の文字を一つ一つ念入りに消す。

消しながら、やがて小声で、はる、こうろうの花のえん、めぐるさかずき、影さして、と歌う。

舞台すこし暗くなる。斜陽が薄れて来たのである。


くすくす忍び笑いして、奥田菊代、上手の出入口より登場。


(菊代) なかなかお上手(じょうず)ね、先生。

(野中)(おどろき、振りかえって菊代を見つけ、苦笑して)なんだ、あなたか。(黒板を拭き終って正面を向き)ひやかしちゃいけません。

(菊代) あら、本当よ。本当に、お上手よ。すばらしいバリトン。

(野中)(いよいよ口をゆがめて苦笑し)よして下さい、ばかばかしい。僕んところは親の代(だい)から音痴(おんち)なんです。(語調をかえて)何か御用? 奥田先生なら、ついさっき帰ったようですよ。

(菊代) いいえ、兄さんに逢いに来たんじゃないんです。(たわむれに、わざと取り澄ました態度で)本日は、野中弥一先生にお目にかかりたくてまいりました。

(野中) なあんだ、うちで毎日、お目にかかってるじゃないか。

(菊代) ええ、でも、同じうちにいても、なかなか二人きりで話す機会は無いものだわ。あら、ごめん。誘惑するんじゃないわよ。

(野中) かまいませんよ。いや、よそう。兄さんに怒られる。あなたの兄さんは、まじめじゃからのう。

(菊代) あなたの奥さんだって、まじめじゃからのう。


二人、笑う。野中教師ゆっくり教壇から降り、下手(しもて)のガラス戸に寄り添って外を眺(なが)める。菊代は学童の机の上に腰をかける。華美な和服の着流し。


(野中)(菊代のほうに背を向け、外の景色を眺めながら)もう、すっかり春だ。津軽の春は、ドカンと一時(いっとき)にやって来るね。

(菊代)(しんみり)ほんとうに。ホップ、ステップ、エンド、ジャンプなんて飛び方でなくて、ほんのワンステップで、からりと春になってしまうのねえ。あんなに深く積っていた雪も、あっと思うまもなく消えてしまって、ほんとうに不思議で、おそろしいくらいだったわ。あたしは、もう十年も津軽から離れていたので、津軽の春はワンステップでやって来るという事を、すっかり忘れていて、あんなに野山一めんに深く積っている雪がみんな消えてしまうのには、五月いっぱいかかるのじゃないかしらと思っていたの。それが、まあ、ねえ、消えはじめたと思ったら、十日と経たないうちに、綺麗(きれい)に消えてしまったじゃないの。四月のはじめに、こんな、春の青草を見る事が出来るなんて、思いも寄らなかったわ。

(野中)(相変らず外の景色を眺めながら)青草? しかし、雪の下から現われたのは青草だけじゃないんだ。ごらん、もう一面の落葉だ。去年の秋に散って落ちた枯葉が、そのまんま、また雪の下から現われて来た。意味ないね、この落葉は。(ひくく笑う)永い冬の間、昼も夜も、雪の下積になって我慢して、いったい何を待っていたのだろう。ぞっとするね。雪が消えて、こんなきたならしい姿を現わしたところで、生きかえるわけはないんだし、これはこのまま腐って行くだけなんだ。(菊代のほうに向き直り、ガラス戸に背をもたせかけ、笑いながら冗談みたいな口調で)めぐり来(きた)れる春も、このくたびれ切った枯葉たちには、無意味だ。なんのために雪の下で永い間、辛抱(しんぼう)していたのだろう。雪が消えたところで、この枯葉たちは、どうにもなりやしないんだ。ナンセンス、というものだ。


菊代、声立てて笑う。


(野中)(わざとまじめな顔になって)いや、笑いごとじゃありませんよ。僕たちだって、こんなナンセンスの春の枯葉かも知れないさ。十年間も、それ以上も、こらえて、辛抱して、どうやら虫のように、わずかに生きて来たような気がしているけれども、しかし、いつのまにやら、枯れて落ちて死んでしまっているのかも知れない。これからは、ただ腐って行くだけで、春が来ても夏が来ても、永遠によみがえる事がないのに、それに気がつかず、人並に春の来るのを待っていたりして、まるでもう意味の無い身の上になってしまっているんじゃないのかな。

(菊代)(あっさり)案外、センチメンタルね、先生は。しっかりなさいよ。先生はまだお若いわ。これからじゃないの。

(野中)(ちょっと本気に怒ったみたいに顔をしかめ)くだらん事を言っちゃいけない。僕はもう三十六です。都会の人たちと違って、田舎者(いなかもの)の三十六と言えば、もう孫が出来ている年頃だ。からかっちゃいけません。

(菊代) でも、先生にはまだお子さんがおひとりも無いじゃないの。だから、どこかお若く見えるわ。奥さんだって、あんなにお綺麗で、あたしより若いくらい。いくつ違うのかしら。

(野中) 誰とですか?

(菊代) あたしと、よ。

(野中)(興味無さそうに)女房は、三十一です。

(菊代) じゃあ、あたしと八つも違うのね。ずいぶん若く見えるわ。家附き娘だけあって、貫禄(かんろく)はあるし、どこから見たって立派な奥さんだわ。先生は果報者ね。あんな奥さんだったら、養子もまんざらでないでしょう?

(野中)(いよいよ、不機嫌そうに)なぜ、あなたは、そんなつまらない事ばかり言うのです。よしましょう、もう、そんな話は。何かきょう僕に用事でもあって来たのですか?

(菊代)(平然と)お金を持って来たのよ。

(野中) お金を?

(菊代) そうよ。(帯の間から、白い角封筒を出し、歩いて野中教師の傍に寄り)先生、黙って、ね、何もおっしゃらずに、黙って、受け取って頂戴(ちょうだい)!

(野中)(無意識の如く払いのけ)なに、なんですか?

(菊代) いいのよ、先生。平気な顔して受け取ってよ。そうして、おすきなように使って頂戴。誰にも言っちゃ、いやよ。

(野中)(腕組みして苦笑する)わかりました。しかし、僕も、落ちたものだな。菊代さん、まあいいから、その封筒はそちらへ引込めて下さい。


菊代、封筒を持てあまして、それを、傍の学童の机の上にそっと置く。


(野中) 御承知のように、僕のところは貧乏です。ひどく貧乏です。どんな人でも、僕の家に間借りして、同じ屋根の下に住んでみたら、田舎教師という者のケチ臭いみじめな日常生活には、あいそが尽きるに違いないんだ。殊(こと)につい最近、東京から疎開(そかい)して来たばかりの若い娘さんの眼には、もうとても我慢の出来ない地獄絵のように見えるかも知れない。しかし、御心配無用なんだ。あなたたちの御同情は、ありがたいけれども、しかし、僕たちの家庭にはまた僕たちの家庭のプライドがあるんだ。かえって僕たちは、あなたたちに同情しているくらいなんだ。そんな、お金なんか、そんな、そんな心配は今後は絶対にしないで下さい。僕たちはあなたたちから毎月もらっている部屋代だって、高すぎると思っているんです。気の毒に思っているんだ。さあ、もう、わかったから、そんなお金なんか、ひっこめて下さい。一緒に家へ帰りましょう。菊代さん! でも、あなたは、(しげしげと菊代の顔を見つめて)いいひとですね。御好意だけは、身にしみて有難く頂戴しました。(軽く笑って)握手しましょう。


野中教師、右手を差し出す。ぴしゃと小さい音が聞えるほど強く菊代はその野中の掌(てのひら)を撃つ。


(菊代)(嘲笑(ちょうしょう)の表情で)ああ、きざだ。思いちがいしないでね。間(ま)が抜けて見えるわよ。あたしは何でも知っている。みんな知っている。そんな事をおっしゃっても、あなたたちは、本当はお金がほしいんです。気取らなくたっていいわよ。あなたも、それからあなたの奥さんも、それからお母さんも、みんなお金がほしいのよ。ほしくてほしくて仕様が無いのよ。そのくせ、あなたたちは貧乏じゃない。貧乏だ、貧乏だとおっしゃっているけれども、貧乏じゃない。ちゃんとしたお家(うち)もあれば土地もあるし、着物だって洋服だってたくさんたくさん持っている。それでも、お金がほしいんだ。慾が深いのよ。ケチなのよ。お金よりも、よいものがこの世の中に無いと思い込んでしまっているんだ。それにくらべて、まあ、あたしたちの生活は、どうでしょう。兄は、前からずっとこの土地にいたのだから、あのひとは、べつだけれども、あたしは父とふたりで東京へ出て、大戦がはじまる前だってちっとも楽じゃ無かったし、いよいよ大戦がはじまって、あたしも父の工場に出て職工さんたちと一緒に働くようになった頃から、もう、あたしたちは生きているのだか死んでいるのだか、何が何やら、無我夢中でその日その日を送り迎えして、そのうちに綺麗に焼かれて、いまはあたしたちのものと言ったら、以前こちらに疎開させてあった行李(こうり)五つだけ、本当にもうそれだけなのよ。父がひとり東京に踏みとどまって頑張(がんば)って、あたしだけ、兄のところへやっかいになりに来たのだけれども、本当にあたしには何も無いのよ。何も無いから仕方なくこんないやらしい派手な着物なんかを行李の底から引っぱり出して着ているのだけど、田舎の人たちの眼から見ると、あたしたちがおそろしくぜいたくなお洒落(しゃれ)の衣裳(いしょう)道楽をしているみたいに見えているんじゃないかしら。ところが、それはあべこべで、地味(じみ)な普段着も何も焼いてしまって、こんな十六、七の頃に着た着物しか残っていないので、仕方なく着ているのだわ。お金だって、そのとおり、同じことよ。あたしたちには、もう何も無いのよ。いいえ、兄はあんな真面目(まじめ)くさった性質だから或(ある)いはお金をいくらかためているかも知れないけど、あたしたちにはもう何も無いのよ。手にはいったお金は、もうその場でみんな使ってしまうし、父もあたしも十年間、東京でそんな暮しをして来たのだわ。でも、あたしは、そのあいだ一度だって、お金をほしいと思った事は無かったわ。無ければ無いで、またどんなにかして切り抜けてやって行けたのだもの。だけど、田舎では、そうはいかないのね。田舎では人間の価値を、現金があるか無いかできめてしまうのね。それだけが標準なのだわ。もう冗談も何も無く、つめたく落ちついてそう信じ切ってしまっているのだから、おそろしいわ。ぞっとする事があるわ。どんなにお上品に取りすましていたって、心の中では、やっぱりそうなのだから、いやになるわ。もしあたしにいま一文(いちもん)もお金が無いという事がわかったら、あなたの奥さんも、お母さんも、それから、あなただって、どんなにいやな顔をするでしょう。いいえ、それにきまっているわ。しんそこから、あたしという女を軽蔑(けいべつ)し、薄きたない気味(きび)の悪いものに思うにきまっていますよ。あたしは、うっかり、自分の貧乏を口にすることも出来やしない。あなたたちは違うのよ。あなたたちは、ご自分のことを貧乏だの何だのと言っても、そりゃもうちゃんとした財産のあることが誰にもわかっているのだから、物価が高くて困るとか、このさきどうしようなんておっしゃっても、それはご愛嬌(あいきょう)にもなるけれど、それをもし、あたしたちが言ったらどうでしょう。冗談にもご愛嬌にもなりやしない。ただもう浅間(あさま)しい、みじめな下等な人種として警戒されるくらいのものなのだわ。ばかばかしい。だからあたしたちは、お金のありったけを気前よくぱっぱっと使って見せなければならなくなるのよ。そうするとあなたたちはまた、東京で暮して来た奴等(やつら)は、むだ使いしてだらしがないと言うし、それかと言って、あなたたちと同様にケチな暮し方をするともう、本物(ほんもの)の貧乏人の、みじめな、まるでもう毛虫か乞食(こじき)みたいなあしらいを頂戴するし、いったい、あなたの奥さんなんて、どこが偉くてあんなに気取っているの? 何か、あたしたちと人種が違うの? ひどく取り澄まして、あたしが冗談を言っても笑わず、いつでもあたしたちより一段と高いところにいるひとみたいに振舞っているけど、あれはいったい何さ。美人だって? 笑わせやがる。東京の三流の下宿屋の薄暗い帳場に、あんなヘチマの粕漬(かすづけ)みたいな振(ふる)わない顔をしたおかみさんがいますよ。あたしには、わかっている。あんなひとこそ、誰よりも一ばんお金をほしがっているんだ。慾張っているんだ。ケチなんだ。亭主よりも親よりも、お金だけを尊敬しているんだ。あたしには、わかる。先生、そのお金は、どうぞ奥さんに渡してやって下さい。先生、あたしの味方になってね! あたしは復讐(ふくしゅう)したいんです。先生、その封筒の中には、あなたの奥さんの一ばん喜ぶものがはいっているんです。全部、新円です。あたしが自分でもうけたお金ですから、誰にも遠慮は要(い)らないんです。


二、三の学童の口笛が聞える。はる、こうろうの花のえん、の曲の合奏である。


(菊代)(その口笛に聞耳を立て)おや、あたしのお友だちが迎えに来た。行かなくちゃいけない。それじゃあ、お願いしてよ。いいでしょう? 奥さんにね、あたしからだって言わないで、先生から何とか上手(じょうず)に嘘(うそ)ついて奥さんにあげてよ。あのお澄ましの奥さんが、どんな顔をするか、ああ愉快だ。


菊代、上手(かみて)の出入口に向って走り去る。野中教師、はっと気を取り直して呼びとめる。


(野中) お待ちなさい、菊代さん。どこへ行くのです。


菊代、戸口のところに立ち上り、野中教師のほうにくるりと向き直る。口笛は、なお聞えている。


(菊代)(ほがらかに)お友だちのところへ。

(野中) それじゃあの歌は、あなたが教えてやったのですね?

(菊代)(むしろ得意そうに)そうよ。あたしたちは音楽会をひらくのよ。音楽会をひらいてもうけるのよ。新円をかせぐのよ。はる、こうろう、も、それから、唐人(とうじん)お吉(きち)も、それから青い目をした異人さんという歌も、みんなあたしが教えたのよ。きょうはこれからみんなでお寺に集ってお稽古(けいこ)。うちへ帰るのがおそくなるでしょうから、兄さんにそう言ってね、日本の文化のためですからってね。


菊代、くすくす笑いながら退場。口笛はなお続く。舞台また少し暗くなる。

野中教師、菊代を二、三歩追いかけ、それから立ちどまり、引返して机の上の角封筒を取り上げ、上衣のポケットに入れて、少し考え、また取り出して封筒の中をしらべる。大型の紙幣、一枚二枚と黙って数える。十枚。あたりを見まわす。また数え直す。

――舞台、静かに廻る。


     第二場


舞台は、国民学校教師、野中弥一宅の奥の六畳間。ここは、奥田義雄、同菊代の兄妹が借りている。

部屋の前方は砂地の庭。草も花もなし。きたなげの所謂(いわゆる)「春の枯葉」のみ、そちこちに散らばっている。


舞台とまる。


弥一の義母しづ、庭の物干竿(ものほしざお)より、たくさんの洗濯物を取り込みのさいちゅう。

菊代の兄、奥田義雄は、六畳間の縁側にしゃがんで七輪(しちりん)をばたばた煽(あお)ぎ煮物をしながら、傍に何やら書籍を置いて読んでいる。

斜陽は既に薄れ、暮靄(ぼあい)の気配。


第一場と同じ日。


(しづ)(洗濯物を取り込み、それを両腕に一ぱいかかえ、上手(かみて)に立ち去りかけて、ふと縁側のほうを見て立ちどまり)あら、奥田先生、お鍋(なべ)が吹きこぼれていますよ。

(奥田)(あわてて鍋の蓋(ふた)を取り、しづの方を見て苦笑し)妹がまたきょうも、どこかへ飛び出して、帰らないものだから、どうも。

(しづ) おや、おや。それでは、お兄さんもたいへんですね。(笑いながら縁側に近寄り)何を煮ていらっしゃるの?

(奥田)(いそいでまた鍋の蓋をして)いや、これは見せられません。何でもかんでもぶち込んで煮て、そうして眼をつぶって呑(の)み込んでしまうつもりなんです。

(しづ)(声を立てて笑って)本当に、男の方の炊事はお気の毒で、見て居られませんわ。あとで、おしんこか何か持って来てあげましょう。

(奥田)(まじめに)いいえ、何も要りません。学生の頃から十何年間、こんな生活ばかりして来たので、かえって妹と一緒にいて妹のへんに気取った料理などを食べるのは、不愉快なくらいなんです。(書籍を持って立ち上り、部屋へはいって、電燈をつける。それから縁側に面した机に向ってあぐらをかき、つまり、観客に正面を向いて坐って、書籍を机の上に置き、無意識の如くパラパラ書籍のペエジをもてあそびながら、ぶっきらぼうに)女のこさえた料理なんて、僕はいちどもおいしいと思ったことが無いんです。

(しづ)(洗濯物を縁側にそっと置いて、自身も浅く縁側に腰をかけ)それはまあ。(鷹揚(おうよう)に笑って、それからしんみり)お母さんが亡くなって、もう何年になりますかしら。

(奥田)(べつに何の感慨も無げに)僕がここの小学校にはいったとしの夏に死んだのですから、もう二十年にもなります。

(しづ) もう、そんなになりますかねえ。わたくしどもも、お母さんのお葬式の時の事は、よく覚えていますよ。(洗濯物を一枚一枚畳みながら)いまの、あの、妹さんがお父さんに手をひかれて、よちよち歩いてお焼香(しょうこう)した時の姿が、まだどうしても忘れられません。あれを見てわたくしどもは、ああ、母親というものは、小さい子供を残しては、死んでも死にきれないと思いました。

(奥田)(冷静に)しかし、母は、自殺したのです。

(しづ)(顔を挙げて)まあ、そんな、あなた、決してそんな。

(奥田) 野中先生から聞きました。おもてむきは、心臓麻痺(まひ)という事になっているけれども、たしかに自殺だ。うちで使っていた色の黒い料理人と通じて、外聞(がいぶん)が悪くなって自殺したのだ。だから、妹の菊代の本当の父は、どっちだかわからない。それで僕のうちでは、旅館をやめて、この土地を引払い青森へ行き、僕が青森の師範学校へはいるようになったら、こんどは、父は僕ひとりを残して妹と二人で東京へ行ってしまった。よっぽど父は、この津軽地方には、いたくなかったらしい、と野中先生に聞かせていただきました。

(しづ) まあ、あのひとは、なんというおそろしい事を言うんでしょう。みんな、もう、根も葉も無い事です。だいいち、あなたのお母さんが亡くなった頃には、あの人はまだ、この村に来てやしません。あのひとが、わたくしどものうちへ養子に来てから、まだ十年も経っていないのですよ。その前は、あの人の生れた黒石のうちにいて、黒石の小学校の先生をしていたのですし、この村のそんな、二十年も昔の事など知っているわけはないじゃありませんか。ばかばかしい。

(奥田)(軽く)いいえ、でも、土地に新しく来た人というものは、へんにその土地の秘密に敏感なものですよ。

(しづ)(さびしく笑って)でたらめですよ。そんな馬鹿らしい事ってあるものですか。(ふと語調を変えて)あの人はその時、お酒を飲んでいませんでしたか? あなたにそれを言った時に。

(奥田)(ぼんやり)ええ、酔っていました。

(しづ) そうでしょう? (意気込んで)それにきまっています。あの人は若い時に、哲学だか文学だかをやった事があるんだそうで、そのためにひどい神経衰弱になって、それがまだすっかりなおっていないんでしょうね、いまでもお酒を飲むと、まるでもう気違いみたいなへんな事を口走って、ご自分が夢で見た事を、そのままげんざい在った事みたいに、それはもう、しつっこく言い張ったりして、いつもわたくしどもは泣かされていますのです。そんなまあ、料理人と、どうのこうのなんて、よくもまあ。

(奥田)(苦笑しながら)でも、その、色の黒い料理人というのは、たしかにうちにいましたね。函館の男だとかいって、ちょっとこう一曲(ひとくせ)ありそうな、……子供心にも覚えています。

(しづ)(やや鋭く)およしなさい、ばからしい。ご人格にかかわりますよ。

(奥田) 僕は平気です。過去の事なんか、どうだっていいんです。

(しづ) よかあ、ありませんよ。だいいち、あの人も、失礼じゃありませんか。げんざい、奥田家(おくたけ)のご総領に向って、そんなおそろしい事を言うなんて、まるで、鬼です。

(奥田) 鬼は、ひどい。(快活に笑う)

(しづ)(急(せ)きこんで)鬼ですとも。鬼以上かも知れない。あなたには、あの人の真のおそろしさが、まだわかっていらっしゃらないのです。お酒を飲むと、もう、まるで気違いですし、意地くねが悪いというのか、陰険というのか、よそのひとには、ひどくあいそがいいようですけど、内の者にはそりゃもう、冷酷というのでしょうか、残忍というのでしょうか、いいえ、ほんとう、本当でございますよ。げんにあなた、こないだだって、……。

(奥田)(さえぎるように)でも、野中先生は、正直ないいお方ですよ。(微笑して)僕なんかが、こんな事を言うのは、それこそ失礼かも知れませんが、これは、お母さんも、また奥さんも、一つ考え直さなければならないところがあるんじゃありませんか。

(しづ) まあ! (洗濯物を押しのけて、奥田のほうにからだをねじ向け)たとえば? たとえば、それは、どんなところでしょうか。

(奥田) たとえば、……さあ、……(口ごもる)

(しづ)(勢い込んで)わたくしは、もう、これだからいやなんです。誰ひとり、わたくしどもの、ひと知れぬ苦労をわかってくれやしないんですものねえ。養子を迎えた家の者たちのこまかい心遣(こころづか)いったら、そりゃもうたいへんなものなんです。殊(こと)にもあんな、まあ一口に言うと、働きの無い、万事に劣った人間を養子に迎えて、この野中の家を継がせ、世間のもの笑いにならないよう、何とかしてわたくしどもの力で、あのひとのボロを隠してあげたいと思って、よそさまへは、あのひとの悪いところは一言(いちごん)も言わず、かえって嘘ついてあの人をほめて聞かせたりして来ましたのに、あの人はまあ何と思っているのやら、剛情、とでもいうんでしょうかねえ、素直なところが一つも無くて、あれで内心は、ご自分の出た黒石の山本の家が自慢で自慢でならないらしく、それはまあ黒石の山本の家は、お城下まちの地主さんで、こんな田舎(いなか)の漁師まちの貧乏な家とは、くらべものにならないくらい大きい立派なお屋敷に違いございませんけれど、なあに地主さんだって、今では内証はみんな火の車だそうじゃありませんか。昔からあの家は、お仲人(なこうど)の振れ込みほどのことも無く、ケチくさいというのか、不人情というのか、わたくしどもの考えとは、まるで違った考えをお持ちのようで、あのひとがこちらへ来てからまる八年間、一枚の着換えも、一銭の小遣いもあのひとに送って来た事が無いんですよ。そんなにむごくされても、あの人は、やっぱり生れた家に未練があるのか、いつだったか、あの黒石の兄さんが、何とか議員に当選した時の、まあ、あの人の喜びようったら、あさましくて、あいそが尽きました。議員なんて、何もそんなに偉いものではないと思いますがねえ。わたくしどもの野中家(のなかけ)は、それはもうこんな田舎の貧乏な家ですけれども、それでも、よそさまから、うしろ指一本さされた事も無く、先祖代々この村のために尽して、殊にも、わたくしの連れ合いは、御承知のように、この津軽地方の模範教員として、勲章までいただいて居りますし、それに、わたくしどもの死んだ長男は、東京帝大の医科にはいって、もう十年もそれ以上も、昔の話でございますけど、あれが卒業間際(まぎわ)に死んだ時には、帝大の先生やら学生さんやら、たくさんの人からおくやみ状をいただき、また、こんな片田舎にまで、わざわざご自身でお墓まいりに来て下さった先生さえあったのです。本当にもう、あれが生きていたら、あれさえ生きていてくれたら。(泣く)いまごろはもうあれも、立派なお医者になって、わたくしどもも、いまのような、こんな苦労をしなくても、……(くどくどと、涙まじりの愚痴(ぐち)になる)

(奥田)(もてあまし気味で)しかし、そんな事をおっしゃったって、……。お母さん。僕の、考え直さなければいけないところというのも、つまり、そんなところなんです。ここの、野中のお宅のご主人は、いまは、あの野中先生なんでしょう? 過ぎ去った事よりも、現在が大事じゃありませんか。僕には、養子というものは本来どんな姿のものであるべきか、その道徳上の本質がよくわからないんですけれども、しかし、あなたたちのように、客間の正面に、あんな大きなお父さんのお写真と、それからお兄さんのお写真を、これ見よがしに掲げたりなんかして置いては、野中先生もあれで気の弱いお方ですから、何だか落ちつかない気持になるんじゃないでしょうか。

(しづ)(顔を挙げて)それは、あの人が劣っているせいです。いたらないせいです。わたくしどもが、あの写真を二つ並べて飾ってあるのは、あの人にも、死んだ父や兄に負けないくらいの人物になってもらいたいという、つまり、あの人をはげます意味で、それで、……。

(奥田) だから、それが、(笑い出して)いや、きりがないですね、こんな事を言い合っていても。(立ち上り、縁側に出て、鍋を七輪からおろし、かわりに鉄瓶(てつびん)をかける。この動作の間に、ひとりごとのように)これからも一生、野中家(け)だ、山本家だ、と互いに意地を張りとおして、そうして、どういう事になるのかな? 僕には、わからん。わからん。

(しづ)(興覚めた様子で)あなたも、いまにお嫁さんをおもらいになったら、おわかりでしょう。(立ち上り、襟元(えりもと)を掻(か)き合せ)おお、寒い。雪が消えても、やっぱり夕方になると、冷えますね。(そそくさと洗濯物をかかえ込んで)お邪魔しました。


風吹き起り、砂ほこりが立つ。春の枯葉も庭の隅で舞う。

しづ、上手(かみて)より退場。


(奥田)(縁側に立って、それを見送り)おしんこか何かとどけてくれると言ったが、あの工合いじゃあてにならん。(ひとりで笑って)さあ、めしにしようか。


奥田、鍋を部屋のなかに持ち運び、障子(しょうじ)をしめる。障子に、奥田の、立って動いて、何やら食事の仕度をしている影法師が写る。ぼんやり、その奥田の影法師のうしろに、女の影法師が浮ぶ。

その女の影法師は、じっと立ったまま動かぬ。外は夕闇(ゆうやみ)。

国民学校教師、野中弥一、酔歩蹣跚(すいほまんさん)の姿で、下手(しもて)より、庭へ登場。右手に一升瓶、すでに半分飲んで、残りの半分を持参という形。左手には、大きい平目(ひらめ)二まい縄でくくってぶらさげている。


(野中) 奥田せんせい。やあ、いるいる。おう、菊代さんもいるな。こいつあ、いい。大いにやろう。酒もあり、さかなもある。


障子の女の影法師、ふっと掻き消すようにいなくなる。

同時に、障子があいて、奥田が笑いながら顔を出す。


(奥田) ああ、お帰り。(縁側に出る)いいご機嫌ですね。きょうは、どこか、ご招待でもあったんですか?

(野中) ご招待? ご招待とは情ない。(縁側にどかりと腰をおろし)いかに我等国民学校教員が常に赤貧(せきひん)洗うが如しと雖(いえど)も、だ、あに必ずしも有力者どもの残肴余滴(ざんこうよてき)にあずからんや、だ。ねえ、菊代さん、そうじゃありませんか。(腕をのばして障子を左右一ぱいにあけ放つ)菊代さん! おや、いないのか。

(奥田) 妹は、まだ帰って来ないんです。また、れいの文化会でしょう。

(野中)(少し落ちつき)そう。それは僕も知っているんだが、……しかし、いま、たしかに、……。

(奥田)(静かに)きょうは、ずいぶんお酔いになっていらっしゃるようですね。まあ、お上りなさいませんか。

(野中)(急にまた元気づいて)ああ、上らせてもらおう。(サンダルのようなものを脱いで縁側に上り、よろめき)きょうは、ひとつ、盛大にやろうじゃないか。このたびの教員大異動に於(お)いて、君も僕も、クビにならず、まず以(もっ)て無事であった。これを祝する意味に於いて、だ、(一升瓶とさかなを両手にぶらさげ部屋にはいり、部屋の上手(かみて)の襖(ふすま)をあけ)おうい、おうい。節子! (と母屋(おもや)に呼びかける)


野中の妻、節子、登場。しかし、襖の外にしゃがんでいる形なので観客からは見えぬ。


(野中)(その襖の外の節子に平目(ひらめ)を手渡しながら)たったいま、浜からあがった平目だ。刺身(さしみ)にしてくれ。奥田先生と今夜は、ここで宴会だ。いいかい、刺身をすぐに、どっさり持って来てくれ。どっさりだよ。待て、待て。一まいは刺身に、一まいは焼く、という事にしたらいい。もの惜しみをしちゃいけねえ。お前たちも、食べろ。いいかい、お母さんにも、イヤというほど食べさせろ。


節子、無言で静かに襖をしめる。


(野中)(にやにや笑いながら一升瓶を持ったまま奥田の机の傍に坐り)どうも、ねえ、漁師まちの先生をしていながら、さかなが食えねえとは、あまりにみじめすぎるよ。

(奥田)(部屋の中央に持ち運んだ鍋(なべ)やら茶碗(ちゃわん)やらを、また部屋の隅(すみ)に片づけながら)さかなは、どうです、いま。新円になってから、すこしは安くなりましたか。

(野中)(苦笑して)安くならねえ。漁師の鼻息ったら、たいしたものさ。平目一まいの値段が、僕たちの一箇月分の給料とほぼ相似たるものだからな。このごろの漁師はもう、子供にお小遣いをねだられると百円札なんかを平気でくれてやっているのだからね。

(奥田) そう、そうらしいですね。(部屋の中央に据(す)えた小さな食卓も部屋の隅に取片づけ)子供たちにあんな大金を持たせるのは、いい事じゃないと思いますがね。子供たちの間で、このごろ、ばくちがはやっているそうじゃありませんか。

(野中) そうらしい。何もかも、滅茶苦茶さ。(語調をかえて)君、その食卓は、そこに置いといたほうがいいよ。金(かね)の話なんか、つまらない。飲もう。茶呑茶碗を二つ貸してくれ。


奥田、またその小さい食卓を部屋の中央に据えて、それから、茶呑茶碗を取りに縁側へ出る。


(野中)(その間に、ふと、傍の机の上にある奥田の読みかけの書籍を取り上げて)フランス革命史、なんだ、こんなものを読んでいるのか。よせ、よせ。歴史は繰り返しやしねえ。(軽く書籍を畳の上にほうり出す)歴史は繰り返すなんて、どだい、あれは、君、弁証法を知らんよ、なんてね、僕もこれは一つ、社会党へでもはいって出世をしようかな。つまらない。飲もう! 飲んで鬱(うつ)を晴らそう。汝(なんじ)、無力なる国民学校教師よ。


二人、小さい食卓をはさんであぐらを掻き、野中は、二つの茶呑茶碗に一升瓶の酒をつぐ。


(野中) 乾盃! (ぐっと飲む)

(奥田)(飲みかけて、よす)なんですか? これは。ガソリンのようなにおいがしますね。(そのまま茶碗を食卓の上に置く)

(野中) サントリイ。

(奥田) え?

(野中) サントリイウイスキイ。(と言いながら一升瓶を目の高さまで持ち上げ、電燈の光にすかして見て)無色透明なるサントリイウイスキイ。一升百五十円。

(奥田) 冗談じゃない。

(野中) いや、そこが面白いところさ。僕だって知ってるよ、これは薬用アルコールに水を割っただけのものさ。しかしだね、僕にこれをサントリイウイスキイだと言って百五十円でゆずってくれた人は、だ、いいかね、そのひとは、この村の酒飲みのさる漁師だが、このひと自身も、これをサントリイウイスキイという名前の、まことに高級なる飲み物であると信じ切っているんだから愉快じゃないか。つまり、その漁師は、青森あたりにさかなを売りに行って、そうして帰りに青森の闇屋にだまされて、三升、いや、四升かも知れん、サントリイウイスキイなる高級品を仕入れて来て、そうしてきょう朝っぱらから近所の飲み仲間を集めて酒盛りをひらいていた、そこへ僕が、さかなをゆずってもらいに顔を出したというわけだ。たちまち彼等は僕をつかまえ、あなたならばたしかに知っているに違いないが、これはサントリイといってわれらの口には少しもったいなすぎる酒だ、ぜひとも先生に一ぱい飲んでいただきたい、と言って大きい茶碗になみなみとついで突きつける。見ると、かくのごとく無色透明、しかも、この匂い。僕もさすがに躊躇(ちゅうちょ)したよ。れいの、あの、メチルかも知れないしねえ。しかし、僕は、あの漁師たちの、一点疑うところ無き実に誇らしげな表情を見て、たまらなくなり、死を決した。うむ、死を決した。この愚かで無邪気な、そうして哀(かな)しい漁師たちと一緒に死のうと覚悟した。僕は飲んだよ。そんなに味がわるくない。しかも、気持よく、ぽっと酔う。そこでだ、僕は、彼等から一升をわけてもらって、彼等と共に大いに飲んだ。やはり、サントリイに限る、サントリイを飲むと、他の酒はまずくて飲まれん、なんて僕はお世辞を言ってね、そうして妙に悲しかったよ。(言いながら、自分で注いで自分で飲む)あ、そうだ、煙草もあるんだ。吸い給(たま)え。たくさんあるんだ。(上衣(うわぎ)のポケットから、バラの紙巻煙草を一つかみ取り出し、食卓の上に置く)やっぱり、あの漁師たちから、わけてもらって来たんだ。まったく、あいつらのところには、何でもあるなあ。

(奥田)(ほとんど無表情で煙草を一本とり)いただきます。(ズボンのポケットから、マッチを取り出し煙草に点火する)

(野中) みんなあげる。みんなあげるよ。僕には、まだまだたくさんあるんだ。(さらに酒をひとりで注いで飲んで)

あなたじゃ

ないのよ

あなたじゃ

ない

あなたを

待って

いたのじゃない

という歌を知っているかね。これはね、「ドアをひらけば」というこの頃の流行歌だがね、知らんのか、君は。聞いた事が無いのかね。これは意外だ。怠慢の二字に尽きる。フランス革命史なんかよりは、現代の流行歌のほうが、少くとも我々にとっては重大ではないか。いやしくも君、国民学校の教師でありながら、君、(言いながら、また酒を注いで飲んで)現代の流行歌一つご存じないとは、君。

(奥田) 大丈夫ですか? そんなに飲んで。

(野中) 大丈夫、だいじょうぶ。これは君、サントリイウイスキイという高級品じゃないか。馬鹿にするな。君もそんなに気取ってないで一口(ひとくち)まあ、こころみてごらん。

あなたじゃ

ないのよ

あなたじゃ

ない

あなたを

待って

いたのじゃない

ちょっといいね、これは。失恋の歌だそうだよ。あわれじゃないか。まあ一つ飲め。(一升瓶を持ち上げる)

(奥田)(それを制して)いや、僕のはまだここに一ぱいあります。(苦笑しながら、申しわけみたいにちょっと自分の茶碗に口をつけ、すぐまたそれを卓の上に置き)どうも、これは。

(野中) いのちが惜しいか。(笑う)


上手(かみて)の襖しずかにあく。

野中の妻、節子、大きいお皿二つを捧げてはいって来る。一つのお皿には刺身、一つのお皿には焼(や)き肴(ざかな)。


(野中) やあ、来た、来た。おう、こりゃまた豪華だね。多すぎるぞ、これあ。

(節子)(にこりともせず、食卓の上を片づけて、その二つの皿を置き)これで、全部でございます。

(野中) 全部? (顔を挙げて、節子の顔を見る)お母さんは? 食べないのか?

(節子)(まじめに)あの、わたくしどもは、ごはんはもう、すみました。

(野中)(憤然と)そうか。(矢庭(やにわ)に食卓をひっくりかえす)久しぶりの平目(ひらめ)じゃないか。お母さんにも、お前にも、みんなに食べてもらいたくて買って来たんだ。それを、なんだ。きたないものみたいにして、気味(きび)のわるいものみたいにして、一口も食べてくれないとは、あまり、あんまり、ひどいじゃないか。(泣き声になる)


節子、無言で、その辺に散らばった肴を皿の上に拾い集める。


(野中) やめろ! 拾うのは、やめてくれ。それは皆、捨てちまえ! 拾い集めてもらって、また食べるなんて、あまり惨(みじ)めだ。惨めすぎる。少しは、こっちの気持も察してくれよ。(上衣の内ポケットから、白い角封筒を出し、節子の手もとにほうってやって)まだ、七、八百円は残っている筈(はず)だ。新円だぞ。それで肴を買って来い。たったいま買って来い。ケチケチするな。鯛(たい)でも鮪(まぐろ)でも、漁師の家にあるものを全部を買って来い。ついでに甚兵衛(じんべえ)のところへ寄って、このサントリイウイスキイがまだ残っていたら、もう一升ゆずってもらって来い。これからまた僕は飲み直すんだ。そうして、ぜひとも、お母さんとお前に、肴を食べてもらうんだ。

(節子)(角封筒のほうには目もくれず、黙ってうなだれている。やがて静かに面を挙げて)あの、お伺(うかが)いしたい事がございます。

(野中)(たじろぎ)何だ。何か文句があるのか。

(節子)(緊張した声で)あなたは、いったい、……。


この時、舞台下手(しもて)より庭先へ、学童二名駈(か)け込み、「先生! 奥田先生!」と叫ぶ。

奥田教師、縁側に出る。学童二名、息せき切って何やら奥田教師に囁(ささや)く。


(奥田)(それを聞いて)そうか、よし。すぐ行く。(部屋へはいって、壁にかけてある自身の上衣をとって着ながら野中に)妹が警察に挙げられました。ばくちです。麻雀賭博(マージャンとばく)を学校の子供たちに教えてやっていたのです。たぶん、そんな事じゃないかと思っていました。ちょっと警察に行って来ます。(会釈(えしゃく)して、縁側に出て、はきものを捜す)

(野中)(蹌踉(そうろう)と立ち上り)僕も行く。

(奥田)(靴をはきながら)だめ、だめ。あなたはもう、どだい、歩けやしませんよ。(学童たちに向い)さ、行こう。


奥田教師、学童二名と共に舞台下手(しもて)に走り去る。


(野中)(夢遊病者の如くほとんど無表情で歩き、縁側から足袋(たび)はだしで降りて)僕も行く。


野中教師、ほとんど歩行困難の様子だが、よろめき、よろめき、足袋はだしのまま奥田教師たちのあとを追い下手に向う。

節子、冷然と坐ったままでいたのであるが、ふと、膝元(ひざもと)の白い角封筒に眼をとめ、取りあげて立ち、縁側に出てはきものを捜し、野中のサンダルをつっかけ、無言で皆のあとを追う。

――舞台、廻る。


     第三場


舞台は、月下の海浜。砂浜に漁船が三艘あげられている。そのあたりに、一むらがりの枯れた葦(あし)が立っている。

背景は、青森湾。


舞台とまる。


一陣の風が吹いて、漁船のあたりからおびただしく春の枯葉舞い立つ。


いつのまにやら、前場の姿のままの野中教師、音も無く花道より登場。

すこし離れて、その影の如く、妻節子、うなだれてつき従う。


(野中)(舞台中央まで来て、疲れ果てたる者の如く、かたわらの漁師に倒れるように寄りかかり)ああ、頭が痛い。これあ、ひどい。


節子、無言で野中に寄り添い、あたりを見廻し、それから白い角封筒をそっと野中に差し出す。角封筒は月光を受けて、鋭く光る。


(野中)(力弱くそれを片手で払いのけるようにして)それは、お前から、菊代さんにやってくれ。


節子、そのままの形で、黙って野中の顔を見つめている。


(野中) いやなら、いい。(節子の手から封筒をひったくり、自身の上衣のポケットにねじ込み)僕から、返してやる。(急にまた、ぐたりとなって)しかし、お前は、強いなあ。……負けた、負けた。僕は、負けたよ。お前たちのこんな強さは、いったい、何から来ているのだろうなあ。男女同権どころじゃない。これじゃ、あべこべに男のほうからお助けを乞(こ)わなくちゃいけねえ。いったい、なんだい? お前たちのその強さの本質は、さ。封建、といったってはじまらねえ。保守、といってみたってばかげている。どだいそんな、歴史的なものじゃあ無えような気がする。有史以前から、お前たちには、そんな強さがあったんだ。そうしてまた、これから、この地球に人類の存在するかぎり、いや、動物の存続する限り、お前たちは、永久に強いんだ。

(節子)(落ちついて)あなたは、はずかしくないのですか?

(野中)(呻(うめ)く)ううむ、ちえっ、ちくしょう! (顔を挙げて)全人類を代表してお前に言う。お前は、悪魔だ!

(節子)(冷く)なぜですか!

(野中) わからんのか? 人が死ぬほど恥かしがっているその現場に平気で乗り込んで来て、恥かしくありませんかと聞ける奴(やつ)あ悪魔だ。

(節子) あなたは、はずかしがっていません。

(野中) どうしてわかる? どうして、それがわかるんだ。

(節子)(無言)

(野中) イエス答をなし給わず、か。お前のその、何も物を言わぬという武器は、強いねえ。あんまり、いじめないでくれよ。ああ、頭が痛い。

(節子) これから、どうなさるのですか?

(野中) 死ぬんだ。死にゃあいいんだろう? どうせ僕は、野中家(け)の面(つら)よごしなんだから、死んで申しわけを致しますですよ。(崩れるように、砂の上にあぐらを掻(か)き)ああ、頭が痛い。切腹だ。切腹をして死んでしまうんだ。

(節子) ふざけている時ではございません。菊代さんを、あなたは、どうなさるおつもりです。

(野中) どうもこうも出来やしねえ。ああ、頭が痛い。(頭をかかえ込んで、砂の上に寝ころび)負けたんだよ、僕たちは。僕と菊代さんは、お前たちに叛逆(はんぎゃく)をたくらんだが、お前たちは意外に強くて、僕たちは惨敗を喫したんだ。押せども、引けども、お前たちは、びくともしねえ。

(節子) だって、あなたたちは、間違った事をしているのですもの。

(野中) 聖書にこれあり。赦(ゆる)さるる事の少き者は、その愛する事もまた少し。この意味がわかるか。間違いをした事がないという自信を持っている奴(やつ)に限って薄情だという事さ。罪多き者は、その愛深し。

(節子) 詭弁(きべん)ですわ。それでは、人間は、努めてたくさんの悪い事をしたほうがいいのですか?

(野中) そこだ! 問題は。(笑う)何が、そこだ! だ。僕はいま罪人なんだ。人を教える資格なんか無いのに、どうも、永く教員なんかしていると、教壇意識がつきまとっていけねえ。いったい、この国民学校の教員というものの正体は何だ。だいいち、どだい、学問が無い。外国語を自由に読める先生が、この津軽地方には、ひとりもいない。外国語どころか、源氏物語だって読めやしない。なんにも知らねえ癖(くせ)に、それでも、教壇に立って、自信ありげに何か教えていやがる。学問が無くても、人格が立派とでもいうんならまだしも、毎日の自分の食べものに追われて走り廻っている有様で、人格もクソもあるもんか。学童を愛する点に於いては、学童たちの父母(ちちはは)に及びもつかぬし、子供の遊び相手、として見ても、幼稚園の保姆(ほぼ)にはるかに劣る。校舎の番人としては、小使いのほうが先生よりも、ずっと役に立つし、そもそもこの、先生という言葉には、全然何も意味が無い。むしろ、軽蔑感を含んでいる言葉だ。どうせからかうつもりなら、いっそもう、閣下(かっか)とでも呼んでもらいたい。僕たちの社会的の地位たるや、ほとんどまるで乞食坊主と同じくらいのものなんだ。国民学校の先生になるという事はもう、世の中の廃残者、失敗者、落伍者(らくごしゃ)、変人(へんじん)、無能力者、そんなものでしか無い証拠だという事になっているんだ。僕たちは、乞食だ。先生という綽名(あだな)を附けられて、からかわれている乞食だ。おい、奥田先生だって、やっぱり同じ事なんだぜ。あきらめろ、あきらめろ。

(節子)(鋭く)なんですの? (幽(かす)かに笑い)へんな事をおっしゃいますわね。

(野中) 知ってるよ。お前のあこがれのひとは、誰だか。

(節子) まあ! そんな。よして下さい! 下劣ですわ。

(野中) なんでも無いじゃないか。人間は皆、あこがれのひとを二人や三人持っているものだ。で、どうなんだい? その後の進行状態は。

(節子) わたくしには、あなたのおっしゃる事が、ちっともわかりません。

(野中) よし、それじゃ、わかるように言ってやろう。お前は、きょう僕の帰る前に、奥田先生の部屋に行っていたね。

(節子)(はっきり)ええ、まいりました。奥田先生がおひとりで晩ごはんのお仕度(したく)をしていらっしゃるという事を母から聞いて、何かお手伝いでもしようかと思ってお部屋をのぞいてみました。

(野中) それは、ご親切な事だ。お前にもそれだけの愛情があるとは妙だ。いいことだ。美談だ。しかし、僕が外から声をかけたとたんに、お前はふっと姿をかき消したが、あれは、どういうご親切からなんだい?

(節子) いやだったからです。

(野中) へんだね。

(節子)(泣き声になり)いったい、なんとお答えしたらいいのです。

(野中) まあ、いいや。よそう。つまらん。どうせお前には、かないっこないんだ。ああ、あ。世は滔々(とうとう)として民主革命の行われつつあり、同胞ひとしく祖国再建のため、新しいスタートラインに並んで立って勇んでいるのに、僕ひとりは、なんという事だ。相も変らず酔いどれて、女房に焼きもちを焼いて、破廉恥(はれんち)の口争いをしたりして、まるで地獄だ。しかし、これもまた僕の現実。ああ、眠い。このまま眠って、永遠に眼が覚めなかったら、僕もたすかるのだがなあ。(眠った様子)

(節子)(野中の肩に手をかけて)もし、もし。(肩をゆすぶる)

(野中)(なかば、うわごとの如く)殺せ! うるさい! あっちへ行け!


奥田教師、上手(かみて)より、うろうろ登場。


(奥田) あ、おくさん! (寝ている野中を見ていよいよ驚き)どうしたんです、これあ。

(節子) あなたの後を追ってここまで来て、寝てしまいました。それよりも、菊代さんは? いかがでしたの?

(奥田) いや、それがね、あの子供たちを途中で見失ってしまいましてね。とにかく、僕ひとり警察の前まで行って、それとなく中の様子をうかがって見たんですが、ばかに静かで、べつに変った事も無いようなんです。へたに騒ぎ立てて恥をかいてもつまりませんし、さっきの生徒たちを捜して、もういちどよく聞きただそうと思って、引返して来たところなんです。ことによったら、あいつ、……。

(節子) え?

(奥田) いや、べつに、……。

(節子) 奥田先生! わたくしどもは、菊代さんに何か悪い事でもしたのでしょうか。

(奥田)(あらたまって)なぜですか?

(節子) ばくちで警察に挙げられたなんて、嘘(うそ)です。わたくしには、もうみな、わかりました。(急に泣き出す)あんまりですわ。あんまりですわ。なぜ、わたくしどもはこんなに、菊代さんにからかわれなければならないのです。

(奥田) すみません。実は、僕も、警察の前まで行って、すぐこれあ菊代に一ぱい食わされたなと思ったのですが、しかし、もしそうだとしても、なんのために、子供たちまで使って、こんな、ばからしい狂言を、……。

(節子) それは、わかっています。菊代さんは、野中をけしかけて酒や肴(さかな)を買わせて、そうしてわたくしや母にまでごちそうさせて、それから、そのお金は実は菊代さんがばくちでもうけたお金だという事を知らせて、いい気持でごちそうになっている母やわたくしがみっともなく狼狽(ろうばい)するさまを、かげでごらんになってあざ笑うつもりだったのでしょうけれど、でも、それにしても、策略があくどすぎます。あんまり、意地がわるすぎます。

(奥田) すると? あの金は?

(節子) ご存じじゃなかったのですか? 菊代さんのお金です。

(奥田) そうですか。いや、いかにも、あいつのやりそうないたずらだ。(笑う)

(節子) まだあります。野中にたきつけて、わたくしとあなたと、……。

(奥田)(まじめになり)しかし、おくさん。妹はばかな奴(やつ)ですが、そんな、くだらない事は言わない筈(はず)です。

(節子) でも、野中はさっき、わたくしを疑っているような、いやな事を言いました。

(奥田) それじゃあ、それは野中先生ひとりの空想です。野中先生は少しロマンチストですからね。いつか僕と議論した事がありました。野中先生のおっしゃるには、この世の中にいかにおびただしく裏切りが行われているか、おそらくは想像を絶するものだ、いかに近い肉親でも友人でも、かげでは必ず裏切って悪口や何かを言っているものだ、人間がもし自分の周囲に絶えず行われている自分に対する裏切りの実相を一つ残らず全部知ったならば、その人間は発狂するだろう、という事でした。しかし僕はそれに反対して、人間は現実よりも、その現実にからまる空想のために悩まされているものだ。空想は限りなくひろがるけれども、しかし、現実は案外たやすく処理できる小さい問題に過ぎないのだ。この世の中は、決して美しいところではないけれども、しかし、そんな無限に醜悪なところではない。おそろしいのは、空想の世界だ、とまあ言ったのですが、どうも、野中先生の空想には困ります。

(節子)(変った声で)でも、それが本当だったら?

(奥田)(どぎまぎして)え? 何がですか?

(節子) 野中のその空想が。

(奥田) おくさん! (怒ったように)何をおっしゃるのです。

(節子)(声を挙げて泣き)わたくしは今まで何一つ悪い事をした覚えがありません。それなのに、なぜみなさんがわたくしをこんなにいじめるのでしょう。わたくしは自身の楽しみは一つもせずに、野中の家のために努めて来ました。家の名誉を大事に守るというのは悪い事ですか? 教えて下さい。あすの生活の不安の無いように、辛抱してむだ遣(づか)いをつつしむというのは悪い事ですか? 田舎女は田舎女らしく、音楽会や映画にも行かず家(うち)の中で黙って針仕事をしている事は、わるい事ですか? 小説も読まず酒も飲まず行儀をよくして男のひとと間違いを起さないというのは、悪い事ですか? 野中が先刻、間違いをしない人間は薄情だと言いましたが、そんなら人間は間違いをしたほうが正しいのですか? 先生、わたくしは田舎くさくて頭の悪い女です。何もわかりません。教えて下さい。わたくしが先生を好きだったとしたら、かりにそうだったとしたら、かえってわたくしが正しいのですか? わたくしは口が下手(へた)です。よく言えないんです。わたくしは、言葉を知らないのです。ただ、わたくしは、こらえて来ました。辛抱して来ました。自分で自分のすきな事を言ったりおこなったりするのは悪い事だと思って来ました。先生、教えて下さい。わたくしはもう、何がどうなのか、わからなくなって来たのです。わたくしのどこがいけなくて、みんながわたくしをこんなにいじめるのですか。

(奥田) おくさん。善悪の彼岸という言葉がありますね。善と悪との向う岸です。倫理には、正しい事と正しくない事と、それからもう一つ何かあるんじゃないでしょうかね。おくさんのように、ただもう、物事を正、不正と二つにわけようとしても、わけ切れるものではないんじゃないですか?

(節子) よくわかりませんけれど、それでは、わたくしが何か間違いを起しても?

(奥田)(笑って)それあいけません。どだい、不自然ですよ。それこそ、おくさんの空想の領域です。おくさんは、野中先生をずいぶん大事にしていらっしゃる。それがまた、おくさんの生き甲斐(がい)なのでしょう? ばかばかしい空想はやめましょう。おくさん、今夜は、どうかしていますね。現実の問題にかえりましょう。(語調をあらためて)僕たちは、お宅から引越します。問題は、それだけです。僕は学校の宿直室へ行きますし、妹は、あれは、東京へまた帰ったほうがいいだろうと思います。


遠くから、はる、こうろうの花のえん、の合唱が聞える。学童たちの声にまじって、菊代らしき女の声もまじる。


間。


(節子)(冷静になり、顔を挙げて、はっきり)そうお願い致します。

(奥田)(かえってまごつき)なんですか?

(節子)(それにかまわず、遠くの歌声に耳を傾け)ああやって歌をうたって遊ぶのが、都会ふうで、そうして文化的とかいうもので、日本はこれから、男も女もみんな、菊代さんのようにならなければならないのでしょうか。わたくしのような、旧式な田舎女は、もう、だめなのでしょうか。わたくしには、やっぱりどうしても、わかりませんわ。なぜ、人間は、都会ふうでなければいけないのです。なぜ、田舎くさいのは、だめなんです。

(奥田) 人間がだめになったんですよ。張り合いが無くなったんですよ。大理想も大思潮も、タカが知れてる。そんな時代になったんですよ。僕は、いまでは、エゴイストです。いつのまにやら、そうなって来ました。菊代の事は、菊代自身が処理するでしょう。僕たち二十代の者は、或る点では、あなたたちよりもずっと大人(おとな)かも知れません。自己に就(つ)いての空想は、少しも持っていません。

(節子)(しずかに)それは、どんな意味ですの?

(奥田) 妹は妹、僕は僕、という事です。いや、人は人、僕は僕、と言ってもいいかも知れない。おくさん、あんまり他人の事は気にしないほうがいいですよ。

(節子) でも、菊代さんは、わたくしどもをいじめます。野中をそそのかして、わたくしどもの家庭を、……。

(奥田)(笑って)引越しますよ、すぐに。

(節子)(にくしみを含めて)たすかりますわ。


歌声すこしずつ近くなる。

風吹く。枯葉舞う。


(奥田) 寒くなりましたね。(寝ている野中のほうを顎(あご)でしゃくって)どうしますか? ずいぶん今夜は飲んだからなあ。

(節子) 悪いお酒じゃないんですか? 頭が痛い痛いと言っていましたけど。

(奥田) だいじょうぶでしょう。あれと同じ酒を、漁師たちが朝から飲んでいて、それでなんとも無いようですから。

(節子) でも、あの人たちと野中とでは、からだがまるで違いますもの。

(奥田) 試験台にはなりませんか。(笑う)どれ、僕が背負って行ってやろうかな?

(節子)(それをさえぎって、鋭く)いいえ。わたくしが致します。もう、お手数(てすう)はかけません。

(奥田) 他人は他人、旦那(だんな)は旦那ですか。(いや味なく笑う)そのほうがいいんです。それじゃ僕はちょっと、あの(と歌声のほうを指さし)チンピラの音楽団のほうへ行って、妹をつかまえて、事の真相を問いただしてみましょう。つまらない悪戯(いたずら)をしやがって。(言いながら気軽に上手(かみて)より退場)


風さらに強く吹く。

歌声いよいよ近づく。


(節子)(奥田を見送り、それから、しゃがんで野中の肩をゆすぶる)もし、もし。風邪(かぜ)をひきますよ。さ、一緒に帰りましょうね。(野中の手をとり)まあ、こんなに冷くなって。すみませんでしたわね。わたくしが悪かったのよ。あなた、どうなさったの? (顔を近寄せる)あなた! (狂乱の如く野中の顔、胸、脚など撫(な)でまわし)もし、あなた! (突然立ち上って上手に走り)奥田先生! 奥田せんせい! (また馳(は)せかえり、野中の死体に武者振りついて泣く)すみません、すみません。あなた、もういちど眼をあいて。わたくしは、心をいれかえたのよ。これからはお酒のお相手でも何でもしようと思っていましたのに、あなた! (号泣する)


風。枯葉。歌声。

――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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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학관 관리인 위어조자(謂語助者)

겨울의 불꽃놀이(冬の花火)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6)

번역 : 홍성필


등장인물


카즈에                29세

무츠코                카즈에의 딸, 6세

덴베에                카즈에의 부, 54세

아사                  덴베에의 후처, 카즈에의 계모, 45세

카나야 세이조         마을 사람, 34세


기타                  에이이치 (덴베에와 아사의 자, 미귀환)

                      시마다 데츠로 (무츠코의 친부, 미귀환)

                      모두 등장 안함.


장소.

쓰가루 지방의 어느 부락.

때.

1946년 1월 말경에서 2월에 걸쳐.








제1막

무대는 덴베에 집 거실. 다소 유복해 보이는 지주 집과 같은 형태. 안쪽에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이 보인다. 안쪽은 부엌, 바깥쪽은 현관이다.

막이 열리자 덴베에와 카즈에, 방 안쪽에 있는 스토브를 쬐고 있다.

둘 모두 말이 없다. 큰 벽시계가 3시를 알린다. 어색한 분위기.

갑자기 카즈에가 조용하고도 기이한 웃음소리를 낸다.

덴베에, 얼굴을 들어 카즈에를 본다.

카즈에, 아무 말 없이 웃음을 그치고는 쑥스러움을 감추듯 난로 옆 나무 상자에서 장작을 꺼내어 난로에 두세 개를 집어넣는다.

[카즈에] (두 손의 손톱을 보면서 혼잣말처럼) 졌다, 졌다고 하지만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망한 거예요. 멸망해버린 거예요. 일본이라는 나라 구석구석까지 점령당하고 우리들은 하나도 남기 없이 포로인데도, 그걸 창피한 줄도 모르고 정말, 촌사람들은 정말 바보예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생활이 언제까지라도 계속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나보죠? 여전히 남 욕이나 하면서 자고 일어나면 먹고, 사람들을 보면 도둑인줄 알고, (또 낮은 목소리로 웃는다) 대체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신기하다구요.

[덴베에] (담배를 피우고는) 그야 뭐 어떻든 상관없지만 넌 지금 남편……인지 바람둥이인지 그런 게 있다는 건 사실이지?

[카즈에] (기분이 나빠져서)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혀를 찬다) 아무 말도 하지 말걸 그랬어요.

[덴베에] 네가 말하지 않더라도 여기저기서 내 귀에 들어와.

[카즈에] 괜히 숨기지 않아도 되요. 엄마죠?

[덴베에] (잠시 당황한 듯) 아니.

[카즈에] (작고 빠른 말투로) 그래요. 틀림 없다구요. 엄마는 또 어떻게 아셨대? 바보 같은 엄마.

- 틈 -

[덴베에] ‘아사’한테서 들었어. 하지만 ‘아사’는 절대 그렇다고 뭐…….

[카즈에] (그 말을 듣지도 않고 갑자기 태도를 바꾸더니) 엄마는 어디 가셨어요?

[덴베에] 대구를 사러 간다느니 하던데.

[카즈에] 무츠코를 업고서요?

[덴베에] 그렇겠지.

[카즈에] 무거울 텐데. 그 애는 이상하게 무거워요. 신기하게 할머니를 따르고, 그저 좋다면서 매달리고 있어요.

[덴베에] 네가 어렸을 때와 닮았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강한 말투로) ‘아사’는 그 아이를 갖고 싶다던데.

[카즈에] (얼굴을 돌리며) 말도 안 돼.

[덴베에] 아니야. 심각하게 하는 소리야. 한 번 들어봐. ‘아사’가 어제 저녁에 (슬쩍 쓴 웃음을 지으며) 나한테 심각하게 의논한 일이야. 에이이치 일은 이미 포기했어. 전쟁터에서 소식이 끊긴지도 벌써 3년이 지났어. 그 놈 부대가 남방의 어느 작은 섬을 지키러 갔다는 것만은 알고 있지만, 에이이치가 지금 무사한지 어떤지는 전혀 모르겠어. 포기했다고 ‘아사’가 그래. 하지만 너한테는 이미 숨겨놓은 사내가 있는 것 같아. 또 바로 동경으로 가버릴 셈이겠지. 가만히 잠자코 들어봐. 그건 네 마음이야. 좋을 대로 하면 돼. 그러나 무츠코는 놓고 갈 수 없겠니?

[카즈에] (또다시 기이한 웃음소리를 내며) 진심으로 말씀하신 거예요? 그런 바보 같은 말씀을……. 참 엄마도 어떻게 되셨나 보네요. 노망이라도 든 거 아니에요? 말도 안 돼.

[덴베에] 노망든 것일지도 모르지. 나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 사람은 진지하게 그런 걸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애. 네가 이제 지금 그 남편인지 바람둥이인지한테 간다고 해도 무츠코가 같이 있다면 장차 그 사내와의 사이에서 재미없는 일이라도 일어날지 모르지. 너도 아직 젊으니 이제부터 아이는 얼마든지 생길 거잖아. 아무튼 무츠코는 이 집에 두고 가줬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그 사람으로서도 여러 가지 생각한 끝에 말을 꺼냈겠지. 너를 위해서도 그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애.

[카즈에] 상관할 필요 없어요.

[덴베에] 맞아. 분명 상관할 필요 없겠지. 그러나 너처럼 그렇게 ‘아사’를 바보취급 하고…….

[카즈에] (끝까지 안 듣고) 아니, 무슨. 그렇지 않아요. 들어봐요, 아빠. 낳은 정보다 길은 정이라고 하잖아요? 나를 낳은 어머니는 내가 지금의 무츠코보다도 훨씬 어렸을 때 돌아가시고, 그로부터 계속 지금 엄마가 키워주셨는걸요. 나중에 남들이 ‘저 사람은 네 계모이고, 동생인 에이이치는 배다른 동생이다’라는 말을 들어도 전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계모든 뭐든 내 엄마인 건 틀림없고, 배다른 동생이라고 해도 에이이치는 역시 제 사이 좋은 동생이니 그런 건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제가 여학교에 다니게 되고부터는 왠지 가끔 문득 쓸쓸하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엄마는 너무 훌륭해서요. 하나도 단점이 없잖아요. 제가 아무리 버릇없이 굴어도, 또 아무리 잘 못해도 엄마는 한 번도 혼내지 않고, 항상 웃으면서 저를 너무나도 귀여워해주셨어요. 그렇게 마음씨 좋은 엄마는 정말 없어요. 너무 마음씨가 좋으세요. 지나칠 정도로 말이에요. 어느 날인가 제가 다리 엄지발가락 발톱이 뽑힌 날 엄마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제 발가락에 붕대를 감아주시면서 훌쩍훌쩍 우시는 걸 보고 너무한다고 생각했어요. 또 어떤 날에 제가 엄마한테, “엄마는 그래도 사실은 저보다도 에이이치가 더 귀엽죠?” 라고 여쭈었더니, 어쩌면 그렇게 대답을 잘하세요? 엄마는요, 그 때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가끔은 그래.” 라고 하시더군요. 너무 솔직하신 것처럼, 그리고 너무나 마음씨가 좋아 보여서 정말 미워지기까지 하더라구요. 에이이치한테만 어려운 일을 시키고 제게는 걸레질조차도 제대로 시키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저도 오기가 생겨서 닥치는 대로 말을 안 들으려고 했죠. 무조건 버릇없게 굴고, 나쁜 짓만 하려고 그래버렸어요. 하지만 저는 엄마가 싫지 않아요. 너무 좋아요. 너무너무 좋아서 사족을 못 쓸 정도예요. 엄마도 제가 진심으로 귀여우셨나 보죠. 너무 귀여워서 저한테는 항상 예쁜 옷만 입혀놓으시고는 집안일도 시키고 싶지 않으셨나 봐요. 그건 알겠어요. 그래서 불쾌하고 밉고, 그러고는 왠지 쓸쓸해지고는 마음껏 멋대로 굴고 닥치는 대로 나쁜 짓을 해서, 그리고 나서 엄마랑 대판 싸우고 싶어 어쩔 줄을 몰랐어요.

[덴베이] (얼굴을 찡그리며) 서른이 내일 모렌데 아직도 그런 바보 같은 소리만 하고 있으니. 좀 제대로 된 말을 해봐라.

[카즈에] (태연하게) 아버지는 둔하니까 아무 것도 모르시는 거예요. 아버지 같은 사람을 ‘호인(好人)이라고 하지 않나요? 정말 무신경하시다니까요. (말투를 바꾸고) 하지만 엄마는 옛날부터 아름다웠어요. 저 동경에서 10년 가까이 살면서 여러 여배우나 양갓집 규수도 봤지만 우리 엄마만큼 아름다운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저는 옛날 엄마랑 둘이서 목욕탕에 갈 때는 얼마나 기쁘고 부끄러웠는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뛸 정도예요.

[덴베에] 내 앞에서 그런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마. 그건 그렇고, 어떻겠니? 무츠코를 놓고 갈 생각이니?

[카즈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이, 아버지까지 그런 말도 안 되는…….

[덴베에] 그래도 사내가 있는 거 아냐?

[카즈에] (얼굴을 찡그리며) 좀 다른 말로 물어볼 수 없어요?

[덴베에] 어떤 말로 묻건 마찬가지잖니. (끌어 오르는 노여움을 억누르듯) 너도 하지만 멍청한 짓을 했다. 그렇게 생각 안 하냐?

[카즈에] (얼굴을 들고 말없이 차갑게 아버지 얼굴을 바라본다)

[덴베에] 어릴 적부터 말도 안 듣고 속을 썩였지만 그래도 이렇게 어리석은 녀석일 줄은 몰랐어. 너 때문에 ‘아사’도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구. 네가 히로사키(弘前)에서 여학교를 졸업하고 동경에 있는 전문학교에 가겠다고 했을 때도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대했고, 속이 상해 앓아 누웠지만 ‘아사’는 내가 누워 있는 머리맡에 계속 앉아 있으면서, 평생 소원이니 카즈에를 카즈에가 가고 싶다는 학교에 보내달라며 신신당부하고 울기에, 나도 고집을 꺾어가며 승낙했지. 너는 당연하다는 듯이 동경에 가더니 돌아오지 않아. 소설가인지 선생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그 시마다(島田)와 같이 살며 학교도 멋대로 그만두고, 그때부터 이미 너는 죽은 셈 치고 포기했었다. 하지만 ‘아사’는 한 마디 내게 싫은 소리 한 번 안 하고는 내게 숨긴 채 몰래 쌈짓돈을 네게 보내주고 있는 것 같더구나. ‘아사’는 자기 옷까지 팔아가며 너한테 돈을 보내주고 있었다구. 무츠코가 태어나고 바로 시마다가 군대에 끌려가서는, 그래도 너는 양재(洋裁)인지 뭔지를 하며 혼자 살 수 있다고 하고는 시댁으로 가지고 않고, 아니, 가려고 해봤자 시마다도 상당한 불효자식 같았으니 자기 부모와 사이가 안 좋은데, 이제 와서 처자식을 맡겨달라고 할 수 없었는지, 그렇다면 우리한테 기어들어오나 하고 있었더니 그것도 아니야. 난 두 번 다시 꼴도 보기 싫었기에 모르는 척 하고 있었지만 ‘아사’는 재차 시마다가 나가있을 때에는 이쪽에 와 있으라며 편지를 보낸 것 같더구나. 그래도 너는 쓸데없이 잘난 척을 하며 양재 일이 바빠 도저히 시골 같은 데 내려갈 수 없다는 등 답장을 보내와서는, 대체 어떻게 살고 있는 건지, 서서히 동경에서는 식량이 모자라진다는 소문을 듣고 ‘아사’는 거의 매일같이 소포를 만들어 너네들한테 먹을 것을 보내줬어. 넌 그걸 당연한 듯 태연하게 받아들고는 제대로 인사편지 하나 보내지 않았던 것 같지만 그래도 ‘아사’는 그것을 보내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너희가 알 턱이 없지. 하루라도 빨리 도착하라고 반드시 철도편으로 보내고, 그렇게 하려고 ‘아사’는 항상 나미오카(浪岡) 역까지 걸어서 갔었어. 나미오카 역까지는 여기서 10리 길이야. 겨울 눈보라를 뚫고도 걸어갔지. 여섯 시 상행선 첫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아직 캄캄할 때 일어나 역까지 갈 때도 있었어. 그 사람은 정말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잘 때까지 너희들만을 생각하며 살고 있었다구. 너처럼 행복한 녀석은 없다. 동경에서 이재(罹災)했다고 해서 아무런 말도 없이 싱글벙글 웃으며 이 집으로 와서는 그야말로 창피한 줄도 모르고 어떻게 기어들어왔을까 하고 나는 어이가 없어 너희들한테 말도 걸고 싶지 않았었으나 하지만 너희도 지금은 내 딸이 아니며 시마다라는 출정(出征)군인의 마누라이니 문전박대 할 수도 없어, 그저 남남인 이재민을 맡아주는 셈치고 아무 말 없이 너희들을 이 집에 있게 한 거야. 건방 떨면 못 써. 나한테는 너희들을 돌봐줄 의무도 없고, 너도 역시 이 집에서 멋대로 굴 권리 같은 건 안 가지고 있을 게야.

[카즈에] (고개를 숙이고는 그래도 또박또박) 시마다는 죽은 것 같습니다.

[덴베에]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직 유골이 오질 않아. 장례식도 치르지 않았어. 너는 참으로 어리석은 녀석이야. 대체 지금의 남편인지 뭔지는 어떤 놈이야?

[카즈에] 엄마한테 물어보면 되잖아요. 뭐든지 알고 계시니까.

[덴베에]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쥐고) 아직도 그런 바보 같은 소릴 하냐. ‘아사’는 아무 것도 몰라. 그저 네가 남몰래 누군가와 편지를 주고 받고 있는 것 같다는 것, 가끔 돈도 보내오는 것 같고 무츠코가 동경에 있는 아저씨가 어쩌구 하니, 이러면 ‘아사’가 아니더라도 눈치를 안 채겠냐.

[카즈에] 그래도 아버지는 모르셨잖아요?

[덴베에] (괴로운 듯이) 꿈에서 그런 걸 생각할 리가 있겠냐. (한 숨을 지으며) 넌 정말 이제부터 어디까지 타락할 생각이냐.

[카즈에] (조용히) 이 집에 있게 해주지 않으면 무츠코를 데리고 동경으로 돌아갈 생각이에요. 봄까지 여기에 머물고 있다가, 그리고 그러는 동안 스즈키(鈴木)가 저쪽에서 집을 찾아놓기로 했었는데.

[덴베에] 그 사내는 스즈키라고 하나?

[카즈에] (얌전히) 네에.

[덴베에] (거칠게) 그 녀석이랑 지낸 지 몇 년이나 되냐.

[카즈에] (말 없음)

[덴베에] 묻지 않기를 바라냐? 그래. 대충 알았어. (흥분을 누르며 조용히, 그러나 목소리가 변했다) 나가. 지금 당장 나가버려. 어디라도 상관없어. 나가버려라. 무츠코를 여기 두고 지금 당장 그 녀석한테 가버려!

[카즈에] (얼굴을 들며) 아버지. 아버지는 제가 동경에서 어떤 고생을 해왔는지 알고 계세요?

현관이 열리는 소리.

[계모 ‘아사’ 목소리] 아이구, 착해라. 정말 착하네. 추워도 전혀 울지도 않았지?

[무츠코 목소리] 그리고 또 무츠코가 도움이 많이 됐죠?

[‘아사’ 목소리] 그럼. 그렇구 말구. 할머니 지갑을 들고 떨어뜨리지도 않았지? 정말 도움이 됐어. 정말이야.

[무츠코 목소리] 다음에도 그럼 장 보러 갈 때 데리고 가실 거죠?

[‘아사’ 목소리] 물론이지 데리고 갈게. 자, 집에 들어가자꾸나.

바깥쪽 미닫이를 열고 ‘아사’와 무츠코 등장. 무츠코는 곧바로 카즈에 쪽으로 달려가, 카즈에 무릎 위에서 안긴다.

[카즈에] (‘아사’를 보고 웃으며) 무거우셨죠?

[아사]   (장을 봐온 생선 바구니, 가쿠마키(角卷:쓰가루 지방에서 사용되는 외출용 담요) 등을 안쪽 부엌으로 옮기면서) 요즘은 제법 꾀가 늘어서 말이야. 내려서 걷지 않으려냐고 물으면 갑자기 자는 척하고 그런다니까. 얼마나 맹랑한지 몰라.

[카즈에] (무츠코가 손에 쥐고 있는 한 다발 가느다란 불꽃놀이를 보고는) 어머, 이거 뭐니? 어디서 났어?

[무츠코] 이건 장난감이에요.

[카즈에] 장난감? (웃으며) 이상하게 생겼네. 할머니께서 사주셨니?

[무츠코] 고개를 끄덕인다.

[아사]   (부엌에서 부엌일을 하면서 역시 창호지 뒤편에서 목소리만) 지금 아이들은 불쌍해. 장난감 같은 건 하나도 팔지 않더구나. 작은 국기를 갖고 싶다며 무츠코가 그러는데 깜짝 놀랐어.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깃발 장난감이 전쟁 중에는 어느 구멍가게에서도 꼭 있었는데 요즘은 찾아볼 수 없더라구. 하다못해 아이들한테 만이라도 그 깃발을 들려주며 놀게 하고 싶은데 역시 안 되겠어. 무츠코한테 그 점을 뭐라고 설명해줘야 할지 할머니로서도 곰 곤란했었지 뭐야. (낮게 웃는다) 센코 하나비(가느다란 향처럼 생긴 모양새 끝에 불을 붙이고 즐기는 불꽃놀이 기구. 불꽃 크기는 매우 작다 - 역자 주) 정도는 가게에 많이 있어서 말이야. 무슨 영문인지 아무래도 요즘 가게에는 계절과 맞지 않는 물건만 있더라구. 밀짚모자다 파리채다, 웃기지 않니? 그런 거라도 사는 사람이 있나봐. 이맘때에 파리채 같은 걸 사서 어디다가 쓰려는 건지.

[카즈에] (웃으며) 파리채라도 하고이타 대신은 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런 센코 하나비보다는 아이들한테 좋은 장난감일 수도 있잖아요. (무츠코가 손에 들고 있던 센코 하나비를 들고 만지작거리면서) 겨울의 불꽃이라. 왠지 좀 기분이 이상하네요. 아까 무츠코가 들고 있는 걸 보고 왠지 모르게 소름이 끼쳤어요.

[아사]   (부드럽게) 그런 것들 말고 다른 건 안 팔고 있는데 어떡하겠어요. 지금 아이들은 정말 불쌍하죠. (말투를 바꾸고) 싱싱한 대구 같은데 대구지리를 드시겠어요?

[덴베에] 술은 아직 있나?

[아사]   역시 미닫이 뒤편에서) 네에. 아직 조금 있을 거예요.

[덴베에] 그럼 밤에는 대구지리로 한 잔 하도록 할까.

[카즈에] 나도 그래야지.

[덴베에] (인내를 잃고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낸다) 이 멍청한 것! 넌 어디까지 까부는 게야! (일어서려다 다시 앉고서) 사람이 좀 제대로 돼봐!

무츠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고 카즈에 품에 매달린다. 카즈에는 차분하고 말이 없었다.

[덴베에] 너 하나 때문에, 너 하나 때문에 이 집안이 너 하나 때문에(무언가 중얼거리며 울기 시작한다.)

카즈에, 무츠코를 안은 채로 조용히 일어서 안쪽 계단이 있는 곳으로 간다.

[덴베에] (분연히 일어나) 거기 서!

[아사]   (부엌에서 뛰쳐나와 덴베에를 말리며] 아이구, 여보. 왜 그러세요.

[덴베에] 두들겨 패줘야 해. 정신이 들 때까지 두들겨 패야 돼.

카즈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울부짖는 무츠코를 안고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키모도 밑자락에 흰 스타킹을 신고 있는 것이 보인다.

덴베에, 몸부림을 친다. ‘아사’ 필사적으로 말린다.

― ―  막



제2막

막이 열리자 무대는 캄캄하다. 찰칵 하고 전등이 켜진다. 이층 카즈에 거실. 카즈에가 지금 그 방 전등을 켠 것이다. 방에는 이불이 두 자리 깔려있고, 한 이불에서는 무츠코가 자고 있다. 카즈에는 잠옷 차림으로 서 있고 한 손으로 방금 스위치를 켰다는 듯한 자세. 한 손을 들고 스위치를 잡은 채로 한 곳을 응시하고 있다. 그 한 곳이란 아래쪽 덧문이었다. 덧문이 조용히 열린다. 눈바람이 들어온다. 이어서 전통 외투를를 걸친 사내가 뒷걸음으로 들어온다.


[카즈에] (조용히, 그러나 날카롭게] 누구, 누구세요?

[사내] (덧문을 닫고 외투를 벗고는 비로소 이 쪽을 돌아보고 그 자리에 정연하게 앉는다. 마을 사람 카나야 세이조(金谷淸藏)였다.) 접니다. 죄송합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카즈에] (놀라며) 아니, 세이조 씨. 무슨 일이세요? (재빨리 잠옷 위에 윗도리를 걸치고 띠를 묶으며 방의 화로 근처까지 가서 앉고서) 도둑이 든 줄 알았어요.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세이조]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제 마음을 차분히 들어주셨으면 해서 집 앞을 꽤 오랫동안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 결심하고 지붕 위로 올라, 여기 2층 창가 덧문에 손을 걸쳤더니 스르륵 열리기에 그래서…….

[카즈에] (쓴 웃음을 지으며) 엉뚱한 도둑이었네요. (화저로 화롯불을 끌어 모으면서) 그래도 시골에서는 이런 일이 드문 건 아니죠? 아마 요즘 시골에서의 연애형식이 되어 있나보군요. ‘요바이(夜這:남성이 여성의 침소에 몰래 들어가는 것 - 역자 주)’ 어쩌구 하는 거죠?

[세이조] 천만에요. 그런, 저는 절대 그런 실례를.

[카즈에] (웃으며) 아뇨. 그게 아니라면 오히려 실례 아닐까요? 지붕 위로 올라 2층 이 방으로, 그것도 이런 야밤에 방문하다니 제정신이 아니겠죠.

[세이조] (더더욱 괴로운 듯이) 부탁입니다. 놀리지 마세요. 제 잘못입니다. ‘요바이’ 같은 말을 듣는다면 무척 섭섭한 일입니다만, 그래도 하는 수 없습니다. 제게는 이렇게 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얼굴을 들고) 카즈에 씨! 이제 더 이상 저를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YES인가요, NO인가요? 그것을, 그것만을 오늘 밤 분명히 말씀해주세요.

[카즈에] (얼굴을 찡그리며) 어머, 당신, 술을 드셨군요.

[세이조] 마셨습니다. (침울하게) 벌써 이 며칠 동안 술만 마시고 있습니다. 카즈에 씨, 이것도 모두 당신 때문입니다. 당신이 돌아오지만 않았어도 아아, 필요 없어요. 이런 말을 해봤자 소용없습니다. 카즈에 씨, 당신은 기억하고 있나요? 잊었겠죠. 당신이 여학교를 졸업하고 동경으로 가셨을 때 그 무렵은 마침 눈이 녹아 길이 무척 안 좋아서 제가 고리짝을 짊어지고 당신 어머님과 셋이서 나미오카에 있는 역까지 걸어갔습니다. 길가에는 벌써 머위의 새순이 싹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걸으면서 ‘산도 들도 봄 안개에 덮이고 냇물은 속삭이며 복숭아 봉우리는 풀리려 한다’는 노래를 부르고요.

[카즈에] 풀리려 하는 게 아니에요. 복숭아 봉우리가 물기를 머금는다. ‘머금는다’였어요.

[세이조] 그랬군요. 역시 그 때 일을 기억하고 있었군요. 그리고 우리들은 나미오카 역에 도착하고 아직 시간이 상당히 있었기에 우리들은 역 대합실 의자에 앉아 도시락을 펼쳤습니다. 그 때 당신 도시락은 계란부침과 우엉 볶음이고, 제가 가지고 온 도시락 반찬은 연어알젓 절인 것과 찐 양파였습니다. 당신은 제 연어알젓이 먹고 싶다고 하기에 저한테 계란부침과 우엉 볶음을 주고는, 그리고 제 연어알젓과 찐 양파를 당신이 먹어버렸습니다. 저도 당신의 계란부침과 우엉 볶음을 먹고는, 왠지 이제 우리 둘 사이에 피가 서로 섞인 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 여기서 헤어지더라도 절대 영원히 헤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반드시 꼭 내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분명 부부……그렇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 때 스물 서너 살이었을까요. 이 마을에서는 아무튼 중등학교 이상을 나온 건 저 하나뿐이었으며, 당신과 하나가 될 자격이 있는 건 저 밖에 없다며, 예전부터 막연하게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 도시락 반찬을 서로 바꾸어먹고, 그리고 당신 어머님께서 당신에게 세이조 씨 반찬은 특별히 맛있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씀하시자, 당신은 “그야 세이조 씨는 남의 집안사람이 아니잖아요, 세이조 씨, 그렇죠?” 라며 저를 보고 묘하게 웃었어요. 기억 나요?

[카즈에] (화저로 재를 섞으면서 내뱉듯이) 잊어버렸어요.

[세이조] 그렇군요. (한숨을 쉬고)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바보였던 겁니다. 저는 그 때 당신이 하는 그 말을 듣고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이 나와서 밥도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을 정도였습니다. 이건 분명 카즈에 씨도 동경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돌아오면 틀림없이 저와 결혼할 생각을 하고 있고, 그리고 당신 어머님도 대충 그럼 마음을 가지고 계신 걸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카즈에] 그야 엄마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모르죠. 당신과 우리 집 사이는 옛날부터 친하게 지내왔고, 당신을 남처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세이조] (고개를 끄덕이고) 그렇죠. 그렇겠죠. 제가 어이없는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하지만 카즈에 씨. 저는 그날 이후 기다렸습니다. 이제 분명 당신과 결혼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는, 마음 석으로 당신을 ‘와이프’라 부르고 있었는데, 당신은 그날 이후 돌아올 기색이 없습니다. 제게도 여러 중매가 들어왔습니다만 모두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여름방학에도 겨울방학에도 마을로 돌아오지 않기에 그러던 중 당신이 당신 학교 선생님이며 소설가인 시마다 데츠로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생각해보세요. 저는 그 후로 사람이 변했습니다. 저희 집 정미소도 제대로 거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담배 맛도 배웠습니다. 술을 마시고는 사람에게 난폭해지기도 했습니다. ‘요바이’도 했습니다.

[카즈에] (웃음을 터뜨리며) 거짓말. 거짓말이에요. 거기서부터는 모두 거짓말이네요. 남자는 왜 그런 뻔한 거짓말을 하는 걸까요? 자기가 하는 거짓말을 자기도 모르는 것처럼 진지하게 그런 거짓말을 한다니까요. 제가 동경에 가고 당신에 대한 일을 잊고 있었던 것처럼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저와 나미오카 정거장에서 헤어지고 그로부터 계속 10년간 저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사람은 모두 하루하루 자신의 삶에서 부딪히는 것만을 생각하고, 그것만으로도 벅차죠. 자기 생활에 아무런 상관도 없는 멀리 있는 사람을, 그야 가끔 떠올릴 때도 있겠지만 어느새 잊어버리게 되는 거라구요. 당신이 그렇게 술을 마시거나 난폭해진 것 전혀 나 때문이 아닌 것 같아요. 당신은 옛날부터 그런 기질이 있었다고, 그런 실례되는 건 저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건 모두 당신의 생활환경 때문에 자연히 그렇게 된 거잖아요? 이 마을에서 빈둥빈둥 살다보면 분명 그렇게 돼 버릴 거예요. 그것뿐이라구요. 저 때문이라니, 너무해요. 제가 당신을 잊고 있었던 것처럼 당신도 저를 잊고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이번에 제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갑자기 마음에 걸려서 왠지 제가 미워지기 시작한 거죠. 사람이란 다 그런 거예요.

[세이조] (갑자기 심술이 난 듯) 아니에요. 그 증거로 저는 아직도 독신입니다. 대충 저를 둘러대려 해도 안 돼요. 저는 벌써 서른넷입니다. 이 지방에서는 서른넷이나 먹고 독신으로 지내면 정말 이상한 사람 대접을 받아요. 어딘가 모자란 게 아닌가 하는 심한 소문까지 납니다. 그래도 저는 당신을 잊지 않았어요. 당신은 이미 다른 곳에 시집갔고 당신을 잊어야 한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수 없었습니다. 거기엔 이유가 있어요. 카즈에 씨, 저는 시마다 데츠로가 쓴 소설을 읽었어요. 당신 남편은 어떤 소설을 쓰고 있는지 묘한 호기심 때문에 동경에 있는 서점에 주문하여 시마다 데츠로서의 신간서적을 네다섯 권 주문했습니다. 괜히 주문했어요. 그걸 읽고 저는 얼마나 비참하게 괴로워했는지 당신은 상상도 못하시겠죠. 시마다 씨의, 아니, 시마다가 쓴 소설에 나오는 모든 여자는 다름 아닌 모두 당신입니다. 당신과 꼭 닮았습니다. 그 사람이 당신을 얼마나 예뻐하고 있는지, 당신 또한 얼마나 전심으로 당신을 위해 애를 쓰는지 적나라하게 저는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다면 제가 당신을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지 않습니까. 당신이 저한테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 책을 읽으면 마치 당신들이 제 이웃집에서 지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져서 견딜 수 없는 걸요. 더 이상 읽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그래도 왠지 마음에 걸려 신문 같은 곳에 시마다의 신간서적 광고가 나오면 저도 모르게 또 주문하고 읽고서는 몸부림칩니다. 정말 저는 불행한 남자입니다. 그렇게 생각 안 드세요? 시마다의 소설 속에 이런 시가 나옵니다. 흰 버선이라, 주부의 하루가 시작되누나. 흰 버선이라, 주부의 하루가 시작되누나. 실제로 사람을 바보취급 하고 있어요. 제가 그 시를 읽었을 때는 당신이 얼마나 생동감 있고 생생한 모습이 선명하게 제 눈앞에 떠올라 안절부절 못하는 심정이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당신들한테 희롱 당하고 있는 것 같아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정말 술 퍼 마시고 사람한테 난폭해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럴 바에야 그저 아무나 시골 여자를 맞이할까 하기도 했지만, 흰 버선이라, 주부의 하루가 시작되누나. 당신의 그 아름다운 환상이 항상 눈앞에 아른거리는데도 시골 여자, 게으른 마누라를 바라보는 생활은 너무나도 비참합니다. 저도 비참하고, 또한 그런 일은 모르는 채 열심히 일하는 그 시골 여자도 딱합니다. 카즈에 씨, 저는 당신을 위해 한평생 결혼을 하지 않은 남자가 되었습니다. 시마다가 출정한 일을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시마다의 소설이 요 몇 년 동안 전혀 발표되지 않은 것도 이 전쟁 때문에 소설가들도 군수공장인가 어딘가에 진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겠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작 소설이 안 나오더라도 제게는 이전에 시마다가 쓴 책이 몇 권이나 남아 있습니다. 너무나도 저주스러워 태워버릴까 하던 적도 있었지만, 왠지 그건 당신 몸을 태우는 것만 같아 도저히 저는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시마다의 책을 미워하면서도 그래도 그 책 속에 나오는 당신이 사랑스러워 저는 제게서 떼어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10년간 당신은 항상 제 곁에 있었던 겁니다. 흰 버선이라, 주부의 하루가 시작되누나. 당신의 그 아름다운 모습이 아침부터 밤까지 제 주변에서 가물거리며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잊고 싶어도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마침 갑자기 당신이 돌아왔습니다. 듣자 하니 시마다는 이미 예전에 출정하여, 그리고 아무래도 전사한 것 같다고 해서 저는…….

[카즈에] 거기서부터는 말을 못하겠죠. 당신은 이미 제가 돌아와서부터 두세 달 동안 아침부터 밤까지 이 집에 맨날 들락거리고 제 아버지나 엄마한테도 그렇게 소심한 사람들이니 당신한테 오지 말라는 소리도 못하고 무척이나 곤란해 하는 것 같아, 제가 당신 집에 가서 (말하면서 문득 바닥 위에 흩어져 있는 ‘센코하나비’를 보고는 하나를 집어 들고 불을 붙인다. 따닥따닥 타오른다. 그 불꽃을 바라보며) 당신 어머니와 당신 여동생, 그리고 당신과 셋이 계신 앞에서, 그렇게 자주 오시면 남들이 분명 이상한 소문을 낼 테니 이제 오시지 말라고 하고는, 그 다음부터 당신도 찾아오지 않게 되고, (‘센코 하나비’가 꺼진다. 다른 하나를 집어 들고 불을 붙인다) 마음 놓고 있었더니 얼마 전 갑자기 그런 징그러운 편지를 보내와서는, 정말 당신도 변했더군요. 마을에서도 당신은 무척 소문이 안 좋던 것 같던데요.

[세이조] 징그럽든 어떻든 상관없습니다. 저는 그 편지를 울면서 썼습니다. 사나이가 울면서 썼습니다. 오늘은 그 편지에 대한 대답을 들으러 왔습니다. YES인가요, NO인가요. 그것만을 들려주세요. 겉멋 부리는 것 같지만, (주머니에서 수건에 싸인 식칼을 꺼내어 바닥에 놓고는 미소를 띄우며) 오늘 밤은 이런 것도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 불꽃놀이 같은 건 치우고 YES인지 NO인지 말해주세요.

[카즈에] (불꽃이 꺼지자 또 다른 불꽃놀이를 주워들어 불을 붙인다. 이후에도 마찬가지로 대여섯개 가까이 계속한다) 이 불꽃놀이는 말이에요, 이삼 일 전에 제 엄마가 무츠코한테 사주신 건데 저런 아이라도 난로 옆에서 따닥따닥 타오르는 불꽃놀이에는 전혀 흥미가 없나봐요. 재미없게 쳐다보더군요. 역시 불꽃놀이라는 건 여름 밤에 모두가 유카타(여름철에 입은 얇은 일본식 복장 - 역자 주)를 입고 스즈미다이(납량용 긴 걸상 - 역자 주)에 모여서 수박이라도 먹으며 따닥따닥 하고 그래야 가장 예쁘게 보이는 거겠죠. 하지만 그런 시대는 이제 영원히, (문득 한숨을 쉰다) 영원히 안 올 지도 몰라요. 겨울의 불꽃놀이, 겨울의 불꽃놀이. 바보 같고 시시해서 (한 속으로 따닥따닥 소리 내는 불꽃놀이를 든 채로, 다른 한 손으로는 눈물을 닦는다) 세이조 씨, 당신이나 나나, 아뇨 일본사람 모두가 이런 겨울날의 불꽃놀이 같은 거예요.

[세이조] (맥이 풀린 듯) 그건 어떤 뜻이죠?

[카즈에] 아무 의미도 없어요. 보면 알잖아요. 일본은 이제, (갑자기 불꽃놀이를 그만두고 소매로 얼굴을 덮는다) 모든 게 다 틀렸어요. (소매에서 얼굴을 반쯤 내밀고는 오열하면서 조금 웃고는) 그리고 저도 이제 틀렸어요. 아무리 발버둥치고 노력해도 나빠질 뿐이에요.

[세이조] (무슨 착각을 한 듯 앉은 채로 안 발자국 다가선다) 그래요, 그렇습니다. 이대로는 나빠질 뿐입니다. 마음먹고 생활을 바꾸는 거예요. 무츠코 씨 하나 정도는 훌륭하게 키우겠습니다. 저희 집은 아시겠지만 이 주변에서 단 한곳뿐인 정미소니까 쌀은 어떻게든 마련할 수 있어요. 지금은 정미소가 최고입니다. 지주보다 누구보다도 쌀이 풍족하잖아요.

[카즈에] (그 말을 전혀 듣지 않은 듯, 무릎 위에서 소매 끝을 만지작거리며) 언제부터 일본사람이 이렇게 뻔뻔한 거짓말쟁이가 된 걸까요. 모두 가짜 투성이고 아는 척 하고 속이고는, 약간의 학문인지 무슨 주의인지 같은 것에 매달리면서 삐걱거리며 사람들을 구원한다느니. 사람을 구원한다니 얼마나 터무니없는, (제1막에서와 같은 조용하고 기이한 웃음소리를 낸다) 치사한 것에도 분수가 있어요. 일본사람들이 모두 이런 꼭두각시 같은 이상한 걸음걸이를 시작하게 된 게 언제부터였을까요. 훨씬 전부터예요. 아마 한참 전부터예요.

[세이조] (멈칫하며) 그건 정말 도시 사람들은 그렇겠죠. 정말 그렇겠죠. 하지만 시골에서의 순정은 예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카즈에 씨, (이상하게 웃고는 다시 조금 더 다가선다) 옛날 일을 떠올려주세요. 당신과 저, 이미 오래 전부터 연결되어 있었던 거예요. 어떻게 해도 함께 되는 사이였다는 겁니다. 카즈에 씨, 생각해보세요. 역시 저도 지금까지는 부끄러워 이것만은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카즈에 씨, 우리는 어릴 때 당신 집에 있는 짚 창고에서 지푸라기 속으로 들어가 놀던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일을 설마 잊지는 않았겠죠? 당신은 여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자 이제 저와 그런 일이 일었다는 것을 완전히 잊은 듯한 얼굴이었으나 당신은 그 때부터 제게 시집을 와야만 했습니다. 저도 동정을 잃고 당신도 처녀를.

[카즈에] (경악하고 일어서서) 아니, 당신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마치 이건 불량배잖아요. 무슨 순정이에요. 당신 같은 사람이야말로 나쁜 사람입니다. 돌아가주세요. 돌아가지 않는다면 사람을 부르겠어요.

[세이조] (완전히 악당처럼 차분해져서) 조용히 하세요. (식칼을 잠깐 들어 보이고 바닥 위로 살짝 내던지고는) 이게 안 보이세요? 오늘 밤은 저도 목숨을 걸었습니다. 언제까지나 맨날 그렇게 당신한테 놀림 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YES예요, NO예요?

[카즈에] 그만 두세요. 징그럽습니다. 여자가 그런 어린 아이 때 사사로운 일로 평생토록 지탄 받아야 한다면 여자는 너무나 비참합니다. 아ㅇ, 저는 당신을 죽이고 싶어요. (세이조 쪽을 돌아보며 두 세 발자국 뒷걸음질 하며 갑자기 손을 뒤로 돌려 미닫이문을 연다. 문 바깥은 계단 내리막길 거기에 ‘아사’가 서 있다. 카즈에 그곳에 아사가 서 있다는 것을 아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역시 세이조 쪽을 보면서) 엄마! 부탁이에요. 이 사람을 돌려보내세요. 송충이 같은 사람이에요. 저는 이제 말도 하기 싫어요. 죽여버리고 싶다구요.

[세이조] (‘아사’가 서 있는 것을 보고 놀라) 이런, 어머님. 거기 계셨습니까. (갑자기 수줍어하며 바닥 위에 있던 식칼을 재빨리 품속으로 집어넣는다) 실례했습니다. 돌아가죠. (일어서서 겉옷을 걸친다)

[아사]   (어쩔줄을 몰라 하며 방으로 들어와서 세이조 곁에 다가가서는 세이조가 겉옷 입는 것을 조금 도와주고는 차분하게) 세이조 씨, 어서 색시를 얻으세요. 카즈에한테는 벌써…….

[카즈에] (작은 목소리로 날카롭게) 엄마! (말하지 말라고 눈짓을 한다)

[세이조] (순간 눈치를 챘다는 듯이) 그렇군요. 카즈에 씨, 당신도 너무합니다. (씨익 웃고는) 대단한 수완이네요. 탄복했습니다. 제가 송충이라면 당신은 뱀입니다. 음란해요. 기생입니다. 남들한테 다 말할 거예요. 그렇지. 다 말할 겁니다. (몸을 돌려 등뒤에 있는 덧문을 연다. 눈보라가 방 안까지 몰아친다.)

[아사]   (조용히 단호하게) 세이조 씨. 기다리세요. (세이조를 끌어안듯 하고는 품속을 뒤져 부엌칼을 꺼내어 거꾸로 들고는 세이조의 가슴을 찌르려 한다)

[세이조] (간발의 차이로 그 손을 잡고는) 무슨 짓입니까. 이 할망구가 미쳤나. (칼을 빼앗고는 아사를 발로 밀어내고 바깥으로 도망친다. 털썩 하고 지붕에서 아래로 뛰어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카즈에] (‘아사’를 껴안으며) 엄마! 괴로워요. (아이처럼 운다)

[아사]   (카즈에를 안으며) 듣고 있었어. 훔쳐 듣는 게 안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네가 걱정돼서 그래서……. (운다)

[카즈에] 알고 있었어요. 엄마가 저 미닫이에 숨어 울고 계셨죠. 저는 금방 알았어요. 하지만 엄마, 제 일은 이제 내버려두세요. 전 이제 틀렸어요. 나빠질 뿐이에요. 평생 어떻게 해도 행복이 오질 않아요. 엄마, 저를 동경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저보다도 훨씬 나이가 어린 사람이에요.

[아사]   (놀란 듯) 어머, 넌 정말. (카즈에를 꼭 껴안으며) 행복해질 수 없는 아이야.

[카즈에] (더 큰 소리로 울며) 할 수 없어요. 할 수 없다구요. 저랑 무츠코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 제 잘못이 아니에요. 제 잘못이 아니라구요.

눈이 끊임없이 불어 들어온다. 그 주변 바닥도, 두 사람의 머리카락과 어깨도 하얗게 되어간다.


― ―  막


제3막

무대는 덴베에 집 안방. 정면에는 대단한 걸개그림이 걸려 있으나 병풍이 서 있어 절반 이상 가려져 있다. 병풍은 매우 오래된 회색 빛 은 병풍. 그러나 찢어지지는 않았다. 안쪽은 미닫이. 그 미닫이 바깥은 복도인 셈. 복도 유리문에서 아침햇살이 들어와 창호지문을 밝게 비추고 있다. 바깥쪽은 미닫이문. 

막이 열리자 방 중앙에 ‘아사’의 병상(病床). ‘아사’는 창호지문 쪽에 머리를 두고 누워있다. 상당히 쇠약해져 있다. 잠을 자고 있다. 머리맡에는 약병, 약 봉지, 환자용 주전자, 기타. 병상 바로 앞에는 오동나무로 된 화로가 두 개. 양쪽에 각각 철병이 걸려 있어 김이 난다. 카즈에, 창호지 쪽 작은 책상 앞에 앉아 무슨 편지 같을 것을 쓰고 있다.

제2막으로부터 10일 정도 경과.

카즈에, 만년필을 놓고 책상에 턱을 괸 채로 창호지문을 멍하니 바라보고는, 이윽고 소리내지 않고 운다.

‘아사’, 자면서 괴로운 듯 신음소리를 낸다. 심음 소리가 이어진다.

[카즈에] (‘아사’ 쪽을 보고 책상 위에 적힌 편지를 접고 품에 넣고는, 그리고 일어나 ‘아사’ 쪽으로 가서는 ‘아사’를 흔든다. 엄마, 엄마.

[아사]   으응. (하고 눈을 뜬 후 깊은 한숨을 쉰다) 그래. 너였구나.

[카즈에] 어디 불편해요?

[아사]   아니 (한숨) 왠지 기분 나쁜, 무서운 꿈을 꾸고……(말투를 바꾸고) 무츠코는?

[카즈에] 아침 일찍 할아버지를 따라 히로사키에 갔어요.

[아사]   히로사키에? 무엇 때문에?

[카즈에] 어머, 모르셨나요? 어제 오셨던 의사선생님은 히로사키에 있는 ‘나루미(鳴海)’ 내과의원 원장님이세요. 그래서 아버지가 오늘 나루미 선생님께 약을 받으러 가셨어요.

[아사]   무츠코가 없으면 쓸쓸해.

[카즈에] 조용하고 좋잖아요. 하지만 아이들은 타산적이네요. 할머니가 편찮으시다고 하니까 이제 할머니 곁에는 한 번도 오지 않고, 이번에는 연신 할아버지한테만 매달리고 있잖아요.

[아사]   그게 아니야. 그건 말이야, 할아버지가 열심히 무츠코의 비유를 맞췄으니까 그렇게 된 거야. 할아버지한테 있어서는 지금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무츠코를 곁에 두고 싶어 하기 때문이지.

[카즈에] 아니, 왜요? (화로에 숯을 넣고 철병에 물을 붓고, ‘아사’ 이불을 고치고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가벼운 말투로 말상대가 되어주고 있다.)

[아사]   그건 왜냐하면 내가 없더라도 무츠코가 할아버지를 따르면 너도 동경에 돌아가기 어려워질 테니까 그렇지.

[카즈에] (웃으며) 아이참, 이상한 말씀을 하시네요. 관두세요. 바보 같애. 사과라도 깎을까요? 의사선생님은 무엇이든지 먹기만 하면 좋아진다고 하셨어요.

[아사]   (살며시 고개를 저으며) 먹기 싫어. 아무 것도 내키질 않아. 어제 오신 의사선생님은 내 병을 뭐라고 하셨어?

[카즈에] (조금 주저하고는 분명하게) 담낭염일지도 모른댔어요. 이 병은 엄마처럼 무엇을 먹어도 금방 토하니까 쇠약해져서, 그래서 위험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제 음식이 배로 들어가게 되고 일주일 정도면 좋아진댔어요.

[아사]   (조용히 웃으며) 그러면 다행이련만. 난 이제 틀린 것 같아. 그것 말고 또 병이 있는 거지? 팔다리가 전혀 움직이질 않아.

[카즈에] 그야 의사한테 내보이면 건강한 사람이라도 이런저런 말을 듣게 마련이에요. 하나하나 신경 쓰면 끝이 없겠죠.

[아사]   뭐라고 하시든?

[카즈에] 아뇨.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냥 말이죠, 가벼운 뇌일혈 증세가 있는 것 같다나요. 그리고 맥이 어떻다는 둥 이런저런 말을 했지만 잊어버렸어요. (익살스럽게) 말하자면 드시고 싶은 건 무엇이든 많이 드시면 낫는 거예요. 카즈에라는 여 박사님 진찰이면 그래요.

[아사]   (엄숙하게) 카즈에. 난 이제 낫고 싶지가 않구나. 이렇게 네가 간병해주면서 빨리 가고 싶어. 나한테는 그게 제일 행복하단다.

거실 시계가 천천히 10시를 알리는 소리가 들린다.

[카즈에] (‘아사’가 하는 말에 댓구도 하지 않고 안 들리는 척하며) 어머, 벌써 10시예요. (일어서며) 갈분탕(갈분에 설탕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 음료 - 역자 주)이라도 탈게요. 정말 뭐라도 드셔야지. (말하면서 안쪽 미닫이문을 열고) 아아, 오늘은 보기 드물게 좋은 날씨네요.

[아사]   카즈에. 여기에 있어줘. 뭘 먹어도 금방 토할 것 같아서 오히려 괴로울 뿐이니까. 어디에도 가지 말고 내 곁에 있어줘. 너한테 잠시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카즈에] (미닫이문을 조용히 닫고 다시 병상 곁에 앉아 밝게) 엄마, 왜요?

[아사]   카즈에. 넌 이제 동경에는 돌아가지 않겠지?

[카즈에] (망설임 없이) 돌아갈 거예요. 아버지는 저한테 나가라고 했잖아요. 그리고 그날부터 이미 저와는 제대로 말도 하지 않으시는 걸 봐요. 돌아갈 수밖에 없잖아요.

[아사]   내가 이렇게 누운 채로 있는데 말이니?

[카즈에] 엄마 병 같은 건 금방 나으실 거예요. 그야 나을 때까지는 역시 전 아버지가 아무리 나가라고 하셔도 이 집에서 열심히 엄마 간호를 해드릴 작정이지만요.

[아사]   몇 년이라도?

[카즈에] 몇 년이라도라뇨. (웃으며) 엄마, 곧 나을 거예요.

[아사]   (고개를 저으며) 아냐 아냐. 난 알고 있어. 카즈에야. 나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넌 아버지를 홀로 이 집에 남겨두고 동경으로 갈 생각이니?

[카즈에] 이제 됐어요. 그런 말씀. (얼굴을 돌리며 운다) 만약 그렇게 되면, 만약 그렇게 되면 카즈에도 죽어버릴 거예요.

[아사]   (한숨을 쉬고) 나는 너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었는데 반대가 돼버렸어.

[카즈에] 아뇨. 저만이 불행한 게 아니에요. 지금 일본에서는 단 하나라도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요, 엄마. 아까 이런 편지를 써봤어요. (품속에서 방금 전 쓰다 만 편지를 남고 살며시 펴 들고) 잠깐 읽어볼게요. (조용히 읽는다) 삼가 아룁니다. 어음 300엔 분명히 수령했습니다. 이쪽에서는 쓸 일이 전혀 없었기에 당신으로부터 지금까지 받은 돈은 아직 그대로 있습니다. 당신이야말로 얼마든지 돈이 필요하시겠지요. 이제부터는 돈을 이쪽으로 보내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만약 그쪽에서 돈이 급히 필요하게 되면 전보로 알려주세요. 이쪽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으니 얼마든지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맡아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일은 열심히 하고 계신 것 같군요. 올해 전람회에 출품하실 그림도 그렇다면 어느 정도 완성되셨으리라 짐작됩니다. 새로운 현실을 그려야 하신다고 얼마 전 편지로 말씀하셨는데, 무엇을 그리셨나요? 우에노(上野) 역에서의 부랑자 무리인가요? 저라면 히로시마의 전쟁으로 타버린 모습을 그릴 텐데요. 그러지 않다면 동경에서 우리들 머리 위에 쏟아진 그 아름다운 화염과도 같은 비. 분명 좋은 그림이 될 거예요. 제가 있는 곳에서는 어머니가 열흘 정도 전에 어떤 안 좋은 사건의 충격 때문에 쓰러지셔서, 그로부터 계속 누워 계시므로 제가 간호해드리고 있습니다만, 오랜만이라 저는 왠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이 어머니를 제 목숨보다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도 똑같이 저를 사랑하고 계십니다. 제 어머니는 훌륭한 분입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분이세요. 제가 그 일본 대부분이 공습을 당하고 있는 와중에 당신들이 말리는 것도 뿌리치고 무츠코를 데리고서 거지처럼 반미치광이 같은 차림으로 아오모리(靑森)행 기차를 타고, 도중에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공습을 당하면서 여러 역에서 내려지고는 노숙하고, 끝내는 식량이 떨어져 무츠코와 둘이서 끌어안고 울고 있었더니 어떤 여학생이 주먹밥과 잘게 썬 다시마, 그리고 딱딱한 빵을 주었기에 무츠코는 너무 기뻐서 흥분한 나머지 그 주먹밥을 여학생한테 화를 내며 던지곤 하여, 정말 보기도 흉하고 처참한 거지 모녀가 되어, 그래도 이 동북지방 끝에 있는 태어난 집으로 돌아오고 싶었던 것은, 지금 생각하면 분명 제가 죽기 전에 다시 한 번 제 아름다운 어머니를 만나고 싶은 일념이었던 것입니다. 제 어머니는 좋은 분입니다. 이번 어머니 병도 근본적으로는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지금 이 어머니를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그 외에 다른 일은 일체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어머니가 제게 언제까지나 어머니 곁에 있으라고 하시면 저는 이제 평생토록 어머니 곁에 있을 생각입니다. 당신 곁으로도 돌아가지 않을 작정입니다. 아버지는 세상에 대한 걱정이나 어머니에 대한 의리 때문에 저더러 일찍 동경으로 돌아가라고 합니다만, 그러나 어머니가 병으로 앓아눕게 되시더니 그런 아버지도 눈에 띄게 풀이 죽고 고집도 꺾인 듯합니다. 저는 이제 동경으로 돌아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당신 쪽에서 저를 그립게 여겨주신다면 그림 그리는 것을 그만 두시고 여기 시골에 와서 저와 함께 농부가 되어 주세요. 그러실 수 없겠지요.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드실 때에는 꼭 와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날도 풀리고 눈도 녹아 논에도 푸르른 초목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저는 매일 괭이를 짊어지고 논밭에 나가 묵묵히 일할 생각입니다. 저는 그저 여자농부가 되겠습니다. 저만이 아니라 무츠코까지도 여자 농부로 만들어버릴 작정입니다. 저는 지금 일본의 정치가나 사상가, 예술가 그 누구한테도 의지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자기들의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로 벅차겠지요? 그렇다면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좋을 텐데 정말 뻔뻔하게 국민을 지도한다거나 그러면서 밝게 살라는 둥 희망을 가지라는 둥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는 잔소리만을 늘어놓고, 그리고 그게 문화라니요. 어이가 없잖아요. 문화라는 게 어떤 거죠? 글(文)귀신(お化け : 귀신이라는 뜻 - 역자 주 )이라고 써 있죠. 왜 사람들은 누구든지 모두 지도자가 되고 싶어 하는 걸까요. 전쟁 중에도 이상한 지도자만 많아서 질렸는데 이번에는 또다시 일본 재건하겠다는 지도자들의 인플레이션 같더군요. 끔찍한 일이에요. 일본은 이제부터 훨씬 더 나빠질 거예요. 젊은 사람들은 공부해야만 하고 저희들은 일해야만 한다는 건, 그건 당연한 일인데도 그것을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그럴싸한 핑계가 붙더군요. 그렇게 해서 점점 떨어질 데까지 떨어져가는 거예요. 근데요, ‘아나키’가 어떤 거죠? 저는 그건 중국에 있는 도원경 같은 것을 만들어보는 게 아닐까 해요. 마음이 맡는 친구들끼리 논밭을 갈고 복숭아나 배나 사과나무를 심고는 라디오도 안 듣고 신문도 안 읽고 편지도 안 오고 선거도 없고 연설도 없고 모두가 자신의 과거에 대한 죄를 자각하고 소심해져서, 그야말로 자기가 사랑하듯 이웃을 사랑하여, 그리고 지치면 잠이 드는, 그런 부락을 만들 수 없을까요? 저는 지금이야말로 그런 부락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글쎄요. 우선 제가 농부가 되어 스스로 시험해볼게요. 눈이 사라지면 곧바로 저는 논으로 나가 (읽는 것을 멈추고 편지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는 굳은 미소를 지으며 어머니를 보고서) 여기까지 썼는데 이제 저는 이 편지를 마지막으로 스즈키 씨와는 헤어지게 될지도 몰라요.

[아사]   스츠키 씨라고 하니?

[카즈에] 네. 저희들이 신세를 많이 졌어요. 이 분 덕분에 저와 무츠코는 그 전쟁 속에서도 어떻게는 살아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엄마, 저는 이제 다 잊을게요. 이제부터는 평생 동안 엄마 곁에 있을 거예요. 생각해보면 엄마도 에이이치가 돌아오지 않고, (말해버리고 나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그래도 에이이치는 괜찮아요. 이제 곧 씩씩하게 돌아오겠지만요.

[아사]   너와 무츠코가 이 집에 있어준다면 에이이치가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아. 그 아이 일은 이미 포기했어. 카즈에, 난 에이이치보다도 너와 무츠코가 너무나 가여워서 말이야. (운다)

[카즈에] (손수건으로 ‘아사’ 눈물을 닦아주고서) 전 저 같은 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어요. 정말로 항상 그렇게 생각해요. (고개를 숙이고) 나쁜 일만 해왔잖아요.

[아사]   카즈에. (색다른 목소리로) 여자한테는 모두 비밀이 있어. 너는 그걸 숨기지 않았을 뿐이야.

[카즈에] (이상하다는 듯이 아사 얼굴을 들여다본다) 엄마, 왜 그러세요, 그렇게 심각한 얼굴로요. (수줍은 듯한 미소)

[아사]   (그것에 개의치 않고) 그로부터 며칠이나 됐니.

[카즈에] 언제부터요?

[아사]   그날 밤부터.

[카즈에] 글쎄요, 이제 열흘 정도 되지 않았나요? 관두자구요. 그날 밤 얘기는.

[아사]   열흘? 그렇구나. 열흘밖에. 난 반년이나 된 것 같아.

[카즈에] 그야 엄마는 그날 밤 그러시고 계단 밑에서 쓰러져서 사흘 동안이나 의식이 없으셨잖아요. 그날 밤이 훨씬 먼 꿈처럼 느끼는 건 그럴 만도 하죠. 꿈이에요. 저는 그것도 잊기로 했어요. 모든 것을 잊어버릴 거라구요.. 저는 농부가 돼서 우리들의 도원경을 만들 거예요.

[아사]   세이조 씨는 그 후로 어떻게 됐는지 무슨 소식 못 들었니?

[카즈에] 몰라요, 그런 사람 소식 같은 건. 이제 전 잊어버릴 거니까 괜찮아요. 술을 끊고 요즘 사람이 바뀐 것처럼 일하게 되었다며 어제 그 사람 여동생이 와서 그런 말을 했지만, 그래도 믿을 게 못 돼요.

[아사]   어서 색시라도 맞으면 좋을 텐데.

[카즈에] 요즘 무슨 그런 얘기도 있데요. 여동생이 그러더군요. 이번 중매는 어쩐 일인지 오빠가 적극적이라면서요. 저는 알 것 같아요.

[아사]   뭘 아는데?

[카즈에] 뭐라뇨. 세이조 씨 마음이요.

[아사]   왜?

[카즈에] 왜라뇨. 그건 엄마한테 그날 밤 그렇게까지 당하는, 그랬는데도 회심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바보나 악마예요.

[아사]   그 바보나 악마는 나야. 나라구. 난 그날 밤 그 사람을 정말로 죽이려고 했어.

[카즈에] 됐어요. 이제 그만해요, 엄마. 저를 위해서, 모두 저를 위해서, 엄마 미안해요. 이제부터 저는 (울음을 터뜨리며) 효도 잘 하고 은혜를 갚을 테니 아무 말도 하지 말세요. 일본에는 이제 세계에 자랑할 거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제 엄마는, 제 엄마만은.

[아사]   아니야. 난 너보다 훨씬 더 나쁜 여자란다. 난 그날 밤 그 사람을 죽이려 한 건 너 때문이 아니었어. 나 때문이야. 카즈에, 나를 이대로 죽여줘라. 죽는 게 제일 행복해. 카즈에, 그 사람은 6년 전 똑같이 그렇게 해서 나를…….

[카즈에] (고개를 들고 파랗게 질린다)

[아사]   난 바보라서 속았어. 여자는, 여자는 왜 이토록……. (운다)

[카즈에] (고통을 못 이기듯 거칠게 숨을 쉬고는 일어선다. 무릎 위에서 편지가 흩날리듯 떨어진다. 그것은 보고는) 도원경, 유토피아, 농부, (제1막에 있었던 것과 같이 조용하고 기이한 웃음소리를 낸다) 웃기고 있네. 다들 웃기고 있어. 이게 일본의 현실이야. (크게 ‘아하하하’ 하고 소리 내어 웃는다) 일본의 지도자들이여 우리들을 구원해주시오.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냐구요. (라고 말하면서 편지를 두 장으로, 네 장으로, 여덟 장으로, 박박 찢고는) 에이, 마음대로 해요. 난 동경의 좋아하는 남자한테 갈 거야. 타락할 데까지 타락하는 거라구. 이상도 나발이고 있기는 뭐가 있어.

현관문을 난폭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전보예요, 시마다 카즈에 씨. 전보 왔어요.” 라는 집배원 목소리.

[카즈에] 어머, 나한테 전보라니. 싫어, 됐어. 쓸데없어. 지금 일본에서는 누구한테나 좋은 소식이라는 게 있을 리가 없어. 분명 나쁜 소식일 거야. (우왕좌왕 거리다가 손에 들고 있던 많은 종이조각들은 한 번에 화로 속으로 던져 넣는다. 불길이 솟아오른다. 아아, 이것도 불꽃놀이. (미친 듯이 웃는다) 한겨울의 불꽃놀이야. 내가 꿈꿨던 도원경도 애처로운 결심도 모두 말도 안 되는 한겨울의 불꽃놀이라구.

현관에서, “전보 왔어요. 아무도 안 계시나요. 시마다 카즈에 씨. 긴급 전보예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 ―  막

Posted by 문학관 관리인 위어조자(謂語助者)

봄의 낙엽(春の枯葉)

1막 3장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8)

번역 : 홍성필


인물

노나카 야이치   초등학교 교사 36세

         세츠코   그의 처       31세

         시즈   세츠코의 생모 54세

오쿠다 요시오   초등학교 교사 노나카 집에 동거함. 28세

         키쿠요   요시오의 누이동생 23세

기타 학생 몇 명.


장소

쓰가루 반도 해안의 벽촌


1946년 4월



제1장


무대는 마을 초등학교 한 교실. 방과 후 오후 4시경. 정면에는 교단. 그 전방에 학생들 책상과 걸상이 20~30. 왼쪽 유리문에서 햇살이 비춘다. 오른쪽도 유리문으로부터 바다가 보인다. 전교생 150 명 정도 되는 학교 규모.

정면 칠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난잡하고 무질서하게 적혀 있으며, 힘줘서 지운 곳도 있으나, 대개 읽을 수 있다. 수업 중에 교사 노나카가 쓰고 그대로인 것처럼 보인다.

그 글자들이란,

“四等國(사등국), 北海道(홋카이도), 本州(혼슈), 四國(시코쿠), 九州(큐슈), 四島國(사도국), 봄이 왔다. 멸망이냐, 독립이냐. 빛은 동북지방에서부터. 동북지방의 보수성. 보수와 봉건. 인플레이션. 정치와 경제. 어둠. 국민 상호간의 신뢰. 도덕. 문화. 민주주의. 의회. 선거권. 사랑. 사제. 착한 아이. 양심. 학문. 공부와 농경. 해산물.

등이다.


막이 열린다.

무대 잠시 공허.

갑자기 거친 발자국 소리가 나더니 “혼내는 게 아니야. 묻고 싶은 게 있어. 울지 않아도 돼.” 등의 목소리와 함께 오른쪽 문을 열고 초등학교 교사 노나카 야이치가 혼자 울고 있는 학생을 데리고 등장.


[노나카] (파랗게 질린 얼굴에 억지로 미소를 띠며) 무슨 혼을 내는 게 아니야. 그게 뭐냐. 벌써 고등과 2학년이나 되었으면서 그렇게 울고. 보기 안 좋다. 자아, 어서 눈물을 닦아. (노나카 자신이 허리에 차고 있던 수건을 학생에게 건네준다.)


[학생] (얌전히 수건으로 눈물을 닦는다.)


[노나카] (그 수건을 학생으로부터 건네받고 다시 자신의 허리에 차고는) 그래. 자아, 노래를 불러봐. 혼내지 않을 테니. 절대 혼내지 않을 거야. 지금 너희들이 저 바깥 운동장에서 함께 부르던 노래를 한 번 불러봐. 조용하게 불러도 상관없으니까 한 번 해보렴. 나무라는 게 아니야. 선생님은 그 노래를 몇 군데 잊어버려서 말이야. 너한테 배우려고 하는 거야. 그뿐이니까 마음 놓고, 자아, 어디 한 번 남자답게 들려줘. (말하면서 제일 앞줄 학생용 걸상에 앉는다. 즉, 관객에서 보면 뒤를 돌아보게 된다)


학생은 관객에 대해 정면을 바라보고 차렷 자세로 눈을 감고 조용히 부른다.

봄날 높은 누각(樓閣)에서의 꽃놀이

주고받던 술잔 생각 사무치누나

천대를 이어온 소나무 가지 사이로 비쳐들던

지난 날 영화로운 모습은 지금 어디에


[학생] (노래를 마치고는 고개를 숙인다)


[노나카] (책상에 턱을 궤고) 고맙다. 아니, 선생님은 말이야, 너희들도 알겠지만 노래는 잘 못하거든. 그 노래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어. 덕분에 이제 확실하게 생각났다. 슬픈 노래구나. 요즘 너희들은 자주 그 노래만 부르고 있는 것 같은데,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셨니?


[학생] (고개를 젓는다)


[노나카] 아무도 안 가르쳐줬는데 그냥 알게 됐어?


[학생] (가만히 있는다)


[노나카] 절대 혼내지 않을테니 마음속에 있는 걸 그대로 말해봐. 선생님도 지금 여러 가지 생각하고 있어. 아까도 저렇게 (라며 잠시 정면으로 보이는 칠판을 가리키고) 다양하게 칠판에 적고는 새로운 일본 모습이라는 것을 너희들에게 가르친다고는 하는데, 하지만 아무래도 가르친 다음에 왠지 모르게 무척 불안하고 쓸쓸해지거든. 선생님 스스로도 전혀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하기도 해. 오히려 너희들에게 배워야 할 점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말이야. 그런데 어때? 너희들은 그 노래를 어떤 심정으로 부르고 있는지, 그걸 우선 솔직하게 선생님한테 말해줄 수 있겠니? 역시 무척이나 쓸쓸해서 그런 노래를 부르고 싶어지니? 아니면 무슨 장난기로 부르니? 응?


[학생] (가만히 있다)


[노나카] 무슨 말 한마디라도 해봐. 설마 너희들은 마음속으로 선생님을 비웃고 있는 건 아니겠지? (혼자 조용히 웃고는 일어선다) 이제 됐어. 돌아가도 돼. 하지만 마음을 우울하게 만드는 노래는 별로 안 부르는 게 좋겠다. 다른 학생들한테도 그렇게 전하도록. 아무튼 지금 우리들은 조금이라도 마음을 밝게 갖도록 노력해야만 하니까. 그럼 됐어. 돌아 가.


학생. 말없이 노나카 선생에게 고개를 숙이고 오른쪽 출입구로부터 퇴장. 노나카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는 멍하니 있다. 이윽고 천천히 교단 쪽으로 걸어가, 교단 위로 오르고는 칠판지우개로 칠판 글씨를 하나하나 꼼꼼히 지운다.

지우며 이윽고 조용히 ‘봄날 높은 누각(樓閣)에서의 꽃놀이 주고받던 술잔 생각 사무치누나’ 라고 노래한다.

무대는 조금씩 어두워진다. 석양이 저물어가는 것이다.

몰래 조용히 웃고는 오쿠다 키쿠요. 오른쪽 출입구로부터 등장.


[키쿠요] 꽤 잘 부르시네요, 선생님.


[노나카] (놀라며 뒤돌아서서 키쿠요를 보고는 쓴 웃음을 지으며) 아아, 당신이었군요. (칠판을 다 지우고는 정면을 돌아보고) 놀리면 못 써요.


[키쿠요] 어머. 정말이에요. 정말로 잘 하시네요. 멋진 바리톤이세요.


[노나카] (점점 더 얼굴을 찡그리고 쓴 웃음을 지으며) 됐어요. 그만 두세요. 저희 집은 대대로 음치거든요. (말투를 바꾸고) 무슨 볼일이라도? 오쿠다 선생님이라면 방금 전 가신 것 같던데요.


[키쿠요] 아뇨. 오빠를 만나러 온 건 아니에요. (장난 기 섞이게 일부러 정중한 자세로) 오늘은 노나카 야이치 선생님을 뵈러 왔습니다.


[노나카] 아, 그래요? 집에서 매일 뵙고 있잖아요?


[키쿠요] 네에. 그래도 같은 집에 있으면 좀처럼 단둘이서 말할 기회가 없잖아요. 어머, 죄송. 유혹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노나카] 상관없습니다. 아니, 관둡시다. 오빠한테 혼나요. 당신 오빠는 고지식한 분이시라서 말이외다.


[키쿠요] 당신 부인께서도 고지식한 분이시라서 말이외다.


둘 웃는다. 노나카 교사 천천히 교단에서 내려와 왼쪽 유리문 쪽으로 다가가 바깥을 바라본다. 키쿠요는 학생용 책상 위에 앉는다. 아름다운 평상 일본 전통의상을 입고 있다.


[노나카] (키쿠요 쪽에 등을 보이며 바깥 풍경을 바라보면서) 벌써 봄이네요. 츠카루의 봄은 한꺼번에 갑자기 찾아오더군요.


[키쿠요] (차분하게) 정말 그래요. 조금씩 찾아오는 게 아니라 단번에 봄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많이 쌓였던 눈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너무 신기해서 무서울 정도였어요. 저는 벌써 10년이나 쓰가루를 떠나 있었으니 쓰가루의 봄은 단번에 찾아온다는 사실을 모두 잊고 있기에, 그토록 산에 가득 쌓여있던 눈이 사라지는 건 5월 내내 걸릴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글쎄. 녹나보다 했더니 열흘도 지나지 않아 깨끗이 사라졌잖아요. 4월 초에 이렇게 봄에 나는 풀잎들을 볼 수 있을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노나카] (여전히 바깥 풍경을 바라보면서) 풀잎이요? 하지만 눈 밑에서 나타난 건 풀잎만은 아니에요. 저길 봐요. 모두 낙엽이에요. 작년 가을에 떨어진 낙엽이 그대로 다시 눈 밑에 나타나기 시작했군요. 의미가 없군요, 이 낙엽은. (조용히 웃는다) 오랜 겨울 동안 낮에도 밤에도 눈 밑에 깔려 참고 있으면서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소름이 끼칩니다. 누이 사라지고 저렇게 지저분한 모습을 나타냈다고 해서 되살아나는 것도 아니고 저건 그대로 썩어갈 뿐이죠. (키쿠요 쪽을 돌아보고 유리 문에 등을 기대고는 웃으며 농담 같은 말투로) 또다시 봄이 찾아 왔건만 저 지치고 지친 낙엽들에게는 무의미합니다. 무엇 때문에 눈 밑에서 오랫동안 참고 있었을까요. 눈이 나라졌다고 해도 이 낙엽들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넌센스라는 거겠죠.


키쿠요, 소리 내어 웃다.


[노나카] (일부러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아니, 웃을 일이 아니에요. 우리들도 저런 난센스 같은 낙엽일지도 모르니까요. 10년 동안, 그 이상 참으며 어쨌든 벌레처럼 간신히 살아온 것이겠지만, 그러나 어느새 낙엽처럼 떨어져 죽고 말았는지도 모릅니다. 이제부터는 썩어져갈 뿐 봄이 와도 여름이 와도 영원히 살아날 일은 없는데도 그것도 알지 못한 채 자기 딴에는 봄이 오는 것을 기다리거나 해서, 마치 이미 의미 없는 처지가 되고만 게 아닐까요.


[키쿠요] (단백하게) 의외로 감상적이시군요, 선생님은. 힘내세요. 선생님은 아직 젊잖으신데, 이제부터잖아요.


[노나카] (조금 심각하게 화를 내는 듯 얼굴을 찌푸리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저는 벌써 서른여섯입니다. 도시 사람들과 달리 촌에서 서른여섯이라고 하면 이미 손주가 있을 나이예요. 놀리지 마세요.


[키쿠요] 그래도 선생님한테는 아직 아이가 한 명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어딘지 모르게 젊어 보여요. 사모님도 그렇게 아름다우시고 저보다 젊게 보여요. 얼마나 차이가 나시나요?


[노나카] 누구하고요?


[키쿠요] 저랑요.


[노나카] (흥미가 없다는 듯이) 아내는 서른하나예요.


[키쿠요] 그렇다면 저랑 여덟 살이나 차이가 나네요. 정말 젊어 보이시네요. 좋은 집안 따님이셔서 관록도 있으시고 훌륭하세요. 선생님은 복도 많으세요. 저런 사모님이라면 양자를 두셔도 될 것 같더군요.


[노나카] (더욱 앉잖다는 듯이) 왜 당신은 그런 시시한 말만 하는 거죠? 이제 그런 얘기는 그만 합시다. 오늘은 제게 무슨 볼 일이라도 있어서 오셨나요?


[키쿠요] (태연하게) 돈을 가지고 왔어요.


[노나카] 돈이요?


[키쿠요] 그래요. (가슴 띠 속에서 흰 봉투를 꺼내고는 걸어가 노나카 교사 옆에 가서는) 선생님. 아무 말씀 마시고. 알았죠? 그냥 가만히 받아 주세요!


[노나카] (무의식인 듯 뿌리치고) 이, 이게 뭐예요?


[키쿠요] 괜찮아요, 선생님.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주세요. 그리고 좋을 대로 써주세요. 아무한테도 말씀하시면 안 돼요.


[노나카] (팔짱을 끼고 쓴 웃음을 짓는다)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도 참 타락했군요. 키쿠요 씨. 알았으니까 그 봉투는 일단 집어넣으세요.


키쿠요. 봉투를 만지작거리다가 그것을 옆에 있는 학생 책상 위에 살며시 놓는다.


[노나카] 아시는 바와 같이 저희 집은 가난합니다. 매우 궁핍하죠. 어떤 사람이든 저희 집에서 사글세로 같은 지붕 아래 살아보면, 시골 교사라고 하는 치사하고 딱한 일상생활에 진저리가 날 것입니다. 특히 최근 동경에서 막 피난 온 젊은 여자분들 눈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옥처럼 보일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당신들의 동정은 감사하지만 그러나 저희 가정에도 또한 저희 가정만의 자존심이 있습니다. 오히려 저희들은 당신들을 동정심을 느낄 정도입니다. 그런 돈 같은, 그런, 그런 걱정은 다음부터 절대 하지 말아주세요. 저희들은 당신들로부터 매달 받고 있는 사글세조차도 비싸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어요. 자아, 이제 아셨으면 그런 돈 같은 건 집어넣어 주세요. 함께 돌아갑시다. 키쿠요 씨! 그러나 당신은 (지긋이 키쿠요 얼굴을 바라보며) 좋은 분이시군요. 호의만은 뼈저리도록 고맙게 받겠습니다. (살짝 웃으며) 악수합시다.


노나카 교사, 오른손을 내민다. 찰싹 하고 작은 소리가 들릴 정도로 세게 키쿠요는 그 노나카 손바닥을 때린다.


[키쿠요] (조소하는 표정으로) 아아, 멋 부리긴요. 착각하지 마세요. 시시해보여요. 저는 다 알고 있어요. 모두 알고 있죠. 그렇게 말해도 당신들이 사실은 돈이 갖고 싶은 거예요. 폼 잡으실 필요 없어요. 당신도, 사모님도, 그리고 어머님도 모두 돈이 갖고 싶은 거예요. 너무너무 갖고 싶어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도 당신들은 가난하지 않지요. 가난하다, 가난하다 하지만 가난하지 않아요. 제대로 된 집도 있고 땅도 있으며 옷도 갖가지로 많이 가지고 있죠. 그래도 돈이 갖고 싶은 거예요. 욕심이 많은 거예요. 구두쇠죠. 돈 보다도 더 좋은 것이 이 세상에는 없다고 생각하는 거라구요. 그에 비해 참, 당신들의 생활은 어떤가요? 오빠는 예전부터 여기에 살고 있었으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저는 아버지와 둘이서 동경을 나와 전쟁이 시작하기 전에도 편하지 않았으며, 드디어 전쟁이 시작하고는 저도 아버지 공장에 나가 직공들과 함께 일하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벌써 저희들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뭐가 뭔지도 모르는 채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며, 그러는 사이에 깨끗이 모든 것이 타버리고는 지금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거라고는 예전에 이쪽으로 옮겨놓았던 짐짝 다섯 개뿐. 정말로 그것뿐이에요. 아버지가 홀로 동경에 머물면서 고생하고 저만 오빠한테 신세지러 왔지만 정말로 저한테는 아무 것도 없어요. 아무 것도 없으니 하는 수 없이 이런 보기 흉하게 화려한 옷 같은 걸 짐짝에서 꺼내 입고 다니지만, 시골 사람들 눈에는 저희들이 엄청난 사치라도 하는 것처럼 보고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건 정반대예요. 얌전한 평상복은 모두 타버려서 이런 열여섯 일곱에 입었던 옷밖에 안 남아 있기에 할 수 없이 입고 있는 거예요. 돈도 역시 마찬가지예요. 저희들은 이제 아무 것도 없다구요. 오빠는 그렇게 고지식하니 어쩌면 돈을 어느 정도 모았는지는 모르지만, 저희들은 이제 아무 것도 없어요. 들어온 돈은 모두 그 자리에서 써버리고, 아버지나 저는 10년 동안 동경에서 그런 생활을 해왔지요. 하지만 저는 그 동안 단 한 번이라도 돈이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없으면 없는 대로 어떻게 해서든 이겨내 해왔거든요. 하지만 시골에서는 그럴 수가 없잖아요. 시골에서는 인간의 가치를 현찰이 있는지 없는지로 평가하더군요. 그것만이 표준인 거예요. 이제 농담도 아무 것도 없이 냉담하고도 침착하게 그렇다고 믿고 있는 걸 보면 끔찍해요. 오싹할 때가 있어요. 아무리 고상하게 모르는 척해도 속으로는 역시 그러니까 짜증나요. 만약 제게 돈 한 푼 없다는 걸 알면 당신 사모님도, 어머님도, 그리고 당신도 얼마나 싫은 표정을 지을까요? 아뇨. 분명 그러실 거예요. 진심으로 저라는 여자를 경멸하고 지저부한 밥맛없이 볼 게 틀림없다구요. 저는 경솔하게 자신의 가난한 처지를 말할 수도 없어요. 당신들과는 달라요. 당신들은 자신들을 스스로 가난하다 뭐라 해도 그야 제대로 된 재산이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으니 물가가 비싸 곤란하다거나 장차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해도 그건 애교라도 되겠지만, 그걸 만약 제가 말하면 어떻게 될까요? 농담도 애교도 되지 않아요. 그저 치사하고 비참한, 못난 인종들이라며 경계하게 될 거예요. 바보 같애. 그래서 저희들은 돈을 힘 닿는 데까지 펑펑 써보여야만 하는 거예요. 그러면 또 당신들은 동경에서 살다온 인간들은 씀씀이가 헤프다고 하고, 그렇다고 당신들처럼 자린고비처럼 생활하면 정말 가난한 사람의, 처참하고 마치 무슨 송충이나 걸음뱅이 쳐다보듯 하는데, 대체 당신 사모님은 뭐가 잘나서 그렇게 으쓱대요? 무슨 우리들과는 인종이 달라요? 무척이나 어깨에 힘을 주고 제가 농담을 해도 웃지 않고 항상 저희들보다 높은 곳에 있는 사람처럼 하던데 그건 대체 뭐죠? 미인이라구? 웃기지 말아요. 동경 삼류 하숙집 어두컴컴한 곳에서 장부 뒤지는 사람 중에 저런 수세미 절여놓은 것처럼 생긴 아줌마가 있어요. 자는 알고 있어요. 저런 사람이야말로 어느 누구보다도 제일 돈을 좋아하지요. 욕심이 많거든요. 쫀쫀한 거예요. 남편보다도 부모보다도 돈만을 존경하고 있는 거죠. 나는 알 수 있어요. 선생님, 그 돈은 어서 사모님께 갖다 드리세요. 선생님, 제 편이 되어줘요. 저는 복수하고 싶은 거예요. 선생님, 그 봉투에는 당신네 사모님이 제일 좋아하는 게 들어있어요. 모두 새 돈이에요. 제가 혼자서 번 돈이니까 아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두 세 학생이 휘파람을 불고 있다. ‘봄날 높은 누각(樓閣)에서의 꽃놀이’ 곡 합창이다.


[키쿠요] (그 휘파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어머, 제 친구들이 마중 왔네. 가야 해요. 그럼 부탁했어요. 아셨죠? 사모님한테는 제가 줬다고 하지 말고 선생님이 알아서 잘 둘러대서 사모님한테 드리세요. 그 으쓱대는 사모님이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아아, 재미있네요.


키쿠요 오른쪽 출입구 쪽으로 뛰어간다. 노나카 교사, 순간 정신을 차린 듯 불러 세운다.


[노나카] 잠깐 기다려요, 키쿠요 씨. 어딜 가시는 거예요?


키쿠요, 입구 쪽에 서서는 노나카 교사 쪽으로 휙 돌아선다. 휘파람은 계속 들려온다.


[키쿠요] (해맑은 목소리로) 친구한테요.


[노나카] 그럼 저 노래는 당신이 가르쳐준 거군요?


[키쿠요] (오히려 자랑스럽다는 듯이) 그래요. 저희들은 음악회를 열 거예요. 음악회를 열어서 돈을 벌 거라구요. 새 돈을 벌 거예요. ‘봄날 높은 누각에서의 꽃놀이’도, 그리고 ‘당 나라 사람 오키치’도, 그리고 파란 눈을 한 외국사람 노래도 모두 제가 가르쳐줬어요. 오늘은 이제부터 모두 절에서 모여 연습해요.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늦어질 테니 오빠한테 그렇게 전해주세요. 일본 문화를 위해서라고 하면서 말이에요.


키쿠요 킥킥 웃으며 퇴장. 휘파람소리는 계속 들려온다. 무대는 다시 조금 어두워진다.

노나카 교사, 키쿠요를 두 세 발자국 좇아가서는 멈춰선 후 뒤돌아 책상 위에 놓인 봉투를 꺼내어 윗도리 주머니 속에 넣고는 잠시 생각하고 다시 꺼내서 봉투 속을 본다. 큰 지폐를 한 장, 두 장 하고 묵묵히 센다. 열 장. 주위를 돌아본다. 다시 센다.


- 무대, 조용히 회전한다.


제2장


무대는 초등학교 교사 노나카 야이치 집 안쪽 여섯 첩(疊) 방. 여기는 오쿠다 요시오, 키쿠요 남매가 사용하고 있다.

방 전방에는 모래가 깔린 마당. 풀도 꽃도 없다. 지저부한 이른바 ‘봄의 낙엽’들만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무대 멈춘다.

야이치의 장모인 시즈. 마당에 있는 바지랑대에서 많은 빨래를 걷고 있는 중.

키쿠요의 오빠 오쿠다 요시오는 여섯 첩 방 툇마루에 쭈그리고 않아 화로에 대고 부채질을 하며 무언가를 찌면서 곁에 무슨 책을 두고 읽고 있다.

해는 많이 기울고 희미해졌다.

제1장과 같은 날.


[시즈] (빨래를 걷고는 그것을 두 팔로 한 아름 안은 채 오른쪽으로 사라지려하다가 문득 툇마루 쪽을 보고는 멈춰 서서) 어머, 오쿠다 선생님, 냄비가 넘쳐요.


[오쿠다] (서둘러 냄비 뚜껑을 들고 시즈 쪽을 보며 쓴 웃음을 짓고는) 여동생이 또 오늘도 어딘가로 뛰쳐나가 돌아오지 않으니, 이것 참.


[시즈] 저런 저런. 그럼 오빠도 힘들겠네요. (웃으며 툇마루 쪽으로 다가선다) 뭘 끓이세요?


[오쿠다] (서둘러 다시 냄비뚜껑을 닫고는) 아니, 이건 보여드릴 수 없어요. 닥치는 대로 집어넣고 끓이고는 두 눈 딱 감고 삼켜버릴 작정입니다.


[시즈] (소리 내어 웃고는) 정말 남자들이 밥 해먹는 건 딱해서 못 봐주겠군요. 나중에 장아찌라도 갖다 드릴게요.


[오쿠다] (진지하게) 아뇨. 아무 것도 필요 없습니다. 학생시절부터 십여 년간 이런 생활만 해왔기에 오히려 여동생과 함께 지내며 걔가 해주는 멋 떨어진 요리 같은 걸 먹는 건 불쾌할 정도입니다. (책을 들고 일어서서 방으로 들어가고는 전등을 켠다. 그리고는 툇마루 쪽을 바라보는 책상 앞에 앉아 책상다리를 하고 앉고는, 즉 관객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앉아 책을 책상 위에 놓고는 무의식적으로 책장을 이리저리 넘기며 무뚝뚝하게) 여자가 만든 요리 같은 걸 전 한 번도 맛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시즈] (빨래를 툇마루에 얌전히 놓고 자기도 툇마루에 앉으며) 어머, 그래요? (느긋하게 웃고는 천천히)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벌써 몇 년이나 됐죠?


[오쿠다] (그리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제가 여기 초등학교에 들어간 다음 해 여름에 돌아가셨으니 벌써 20년이나 되는군요.


[시즈] 벌써 그렇게 됐군요. 저희들도 어머니 장례식 저희들도 어머니 장례식 때는 잘 기억하고 있지요. (빨래를 한 장 한 장 개면서) 지금 그 여동생이 아버님 손에 끌려 아장아장 걸으며 분향하고 있는 모습을 아무리 해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걸 보고 저희들은, “아아 어머니란 어린 아이를 남기고는 죽을 래야 죽을 수도 없다”고 생각했죠.


[오쿠다] (냉정하게) 하지만 어머니는 자살했습니다.


[시즈] (얼굴을 들며) 아니, 그런, 이봐요. 절대 그런.


[오쿠다] 노나카 선생님으로부터 들었습니다. 겉으로는 심장마비라고 되어 있으나 분명 자살이다, 집에서 일하던, 피부가 검은 요리사와 정을 통하고, 소문이 나빠지니 자살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여관을 그만 두고 여기 땅을 팔아치운 다음 아오모리로 가서, 내가 아오모리에 있는 사범학교에 들어가자, 이번에는 아버지는 나를 혼자 버려두고 남동생과 둘이 동경으로 가버렸다, 정말 아버지는 이 쓰가루 지방에는 있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며 노나카 선생님이 말씀하시더군요.


[시즈] 어머, 그 분은 그렇게 끔찍한 말씀을 하시다니요. 정말 모두 뜬금없는 소리예요. 무엇보다 당신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무렵에는 그 사람은 아직 이 마을에 오지도 않았어요. 그 사람이 저희 집에 양자로 온지는 아직 10년도 안 된 걸요. 그 전에는 그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쿠로이시(黑石) 집에 있으면서 쿠로이시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을 하고 있었으며, 이 마을에 그렇게 20년이나 된 옛날 이야기들을 알 리가 없잖아요. 말도 안 됩니다.


[오쿠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아뇨. 하지만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은 유독 그 지역에 대한 비밀에 민감한 법입니다.


[시즈] (쓸쓸하게 웃고는) 거짓말이에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문득 말투를 바꾸고는) 그 분은 그 때 술을 드시고 있지 않았나요? 당신한테 그 말을 했을 때 말이에요.


[오쿠다] (허공을 바라보며) 예, 취해있었습니다.


[시즈] 그렇죠? (자신감 있게) 분명 그랬을 거예요. 그 사람은 젊었을 때 철학인지 문학인지를 한 적이 있다면서, 그 때문에 심한 신경쇠약 증세를 보이더니, 그게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나보죠. 지금도 술을 마시면 마치 미친 사람처럼 이상한 말을 하며 자기가 꿈에서 본 일들을 그대로 실제 있었던 것처럼 몇 번이고 되풀이 하시니 저희들은 항상 골치를 썩고 있어요. 그런데 피부가 검은 요리사와 어쩌구 저쩌구라니 그것, 참.


[오쿠다] (씁쓸하게 웃으면서) 그래도 그 색이 검은 요리사는 분명 우리 집에 있었지요? 하코다테 출신인가 하고 좀 끼가 있어 보이는……. 어린 마음에도 기억이 납니다.


[시즈] (약간 날카롭게) 그만 두세요. 말도 안 돼. 정신 차리세요.


[오쿠다] 저는 괜찮습니다. 과거사 같은 건 어떻더라도 상관 없으니까요.


[시즈] 괜찮긴요. 무엇보다 그 사람도 참 무례하군요. 지금 오쿠다 집안의 종손한테 그런 끔찍한 말을 하다니. 악마가 따로 없군요.


[오쿠다] 악마는 좀 심했군요. (쾌활하게 웃는다)


[시즈] (급하게) 악마이고말고요. 악마 이상인지도 몰라요. 당신은 그 사람의 진짜 끔찍함을 아직도 모르시는 거예요. 술을 마시면 이건 무슨 마치 정신병자이고, 고약하다고 할까요. 잘 모르는 사람한테는 무척 친절한 것 같은데 집안사람들한테는 정말 냉혹하다고 해야 할지 잔인하다고해야 할지. 아니, 정말이에요. 글쎄 불과 얼마 전에도…….


[오쿠다] (말을 가로막듯이) 하지만 노나카 선생님은 좋은 분이세요. (웃으며) 저 같은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건 그야말로 실례일지 모르겠지만, 이건 어머님도, 그리고 사모님도 한 번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시즈] 어머나! (빨래들을 밀어놓고 오쿠다 쪽으로 몸을 비틀어서는) 예를 들자면요? 예를 들면 그건 어떤 점 말이죠?


[오쿠다] 예를 들면……. 글쎄……. (말을 더듬는다)


[시즈] (힘 있게) 전 이제 그래서 짜증이 나요. 누구 하나 우리의 남모를 고통을 몰라준다니까요. 양자를 맞이한 집 사람들이 신경 쓰는 걸 보면 그건 정말 대단하다고요. 특히 저런, 뭐,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일도 안 하고 매사에 덜 떨어진 인간을 양자로 받아들여 이 노나카 집안의 대를 물려주고, 세상 사람들한테 웃음거리가 되지 않도록 어떻게든 저희들의 힘으로 그 사람의 흠집을 감춰주고 생각해서, 남들한테는 그 사람의 단점은 한 마디도 꺼내지 않고, 오히려 거짓말을 해가며 그 사람을 칭찬해왔는데도 그 사람은 정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고집쟁이라고나 하는 걸까요. 착한 점은 하나도 없으면서 그래도 내심 자신이 나온 쿠로이시에 있는 야마모토 집안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워하고……. 그야 물론 쿠로이시에 있는 야마모토 집안은 큰 도시에서 유지라서 여기 시골 어촌에 있는 가난한 집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크고 훌륭한 집은 분명하지만, 그깟 유지라고 해봤자 요즘은 다들 빚더미에 앉았다고 하잖아요. 옛날부터 그 집은 중개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대단하지도 않고, 구두쇠라고 해야 할지, 인정머리 없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저희들 생각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그 사람이 여기에 오고 8년 내내 갈아입을 옷 하나, 십원 딱지 하나 보내온 적이 없어요.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도 그 사람은 역시 태어난 집에 미련이 있는지, 언제였더라…… 그 쿠로이시 씨의 형님이 무슨 의원에 당선됐을 때도 그 사람이 좋아하는 꼴 하고는……. 너무나 한심해서 정나미가 떨어졌습니다. 의원이라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한 거라고요. 저희 노나카 집안에서는 그야 뭐 이런 촌구석 가난한 집이지만, 그래도 남들한테 흉한 꼴은 안 보이고 살아왔고, 조상 대대 이 고장을 위해 노력했고요. 특히 저희 집 양반은 아시는 바와 같이 여기 쓰가루 지방에서 모범교원으로 훈장까지 받았고, 더구나 제 죽은 큰 녀석은 동경제국대학 의대까지 들어가고, 벌써 10년 이상이나 된 옛날 얘기지만요. 그 녀석이 졸업을 앞두고 죽었을 때는 동경제국대학 교수님이나 수많은 학생들한테서까지 많은 위로장을 받았고요, 그리고 이런 촌에까지 손수 와주신 교수님도 계셨어요. 정말 그 놈이 살아 있었다면, 그 놈만 살아 있었다면. (울다) 지금쯤은 이제 그 놈도 훌륭한 의사선생님이 되어 저희들도 지금 같은 이런 고생을 안 해도……(계속 눈물 섞인 넋두리가 이어진다)


[오쿠다] (상관없다는 투로) 하지만 그런 말씀을 아무리 해도……. 어머님. 제가 말한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란 말하자면 바로 그런 거예요. 여기 노나카씨 댁 가장은 지금 그 노나카 선생님이시잖아? 지나간 일보다도 현재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제게는 양자라는 것은 본래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그 도덕상의 볼질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집처럼 거실 정면에 그렇게 큰 아버님 사진과 오라버니 사진을 보란 듯이 걸어놓거나 하면, 노나카 선생님도 꽤 마음이 약하신 분이니 왠지 불안해 하지 않을까요?


[시즈] (얼굴을 들고) 그건 그 사람이 모자라서 그런 거예요. 부족해서 그런 거라고요. 저희가 그 두 장의 사진을 나란히 걸어놓은 건 그 사람도 돌아가신 아버님이나 오라버니 같은 사람이 되어 달라는, 그러니까 격려하는 의미로, 그래서…….


[오쿠다] 그러니까 그게 (웃으며) 아니, 이런 말을 계속 해도 끝이 없군요. (일어서서 뒷마루 쪽으로 나가 냄비를 화로 위에서 내려놓고는 대신 쇠병을 올려놓는다. 이 동작을 하면서 혼잣말처럼) 이제부터도 평생동안 노나카 집안이다, 야마모토 집안이다 하며 서로 고집을 부려가며, 그리고 어떻게 될까? 난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어.


[시즈] (김이 샜다는 표정으로) 당신도 이제 색시를 얻으면 알게 되겠죠. (일어서서 옷깃을 오므리고) 아이 추워. 눈이 녹이도 역시 저녁이 되면 추워지네요. (서둘러 빨래를 끌어안고) 실례했습니다.


바람이 일어나고 모래바람이 일어난다. 봄의 낙엽도 마당 구석에서 휘날린다.

시즈 오른쪽으로 퇴장.


[오쿠다] (툇마루에 서서 그것을 바라보며) 짠지인지 뭔지를 갖다 준다더니 저 모습을 보면 믿을 게 못돼. (혼자 웃고는) 자, 밥을 먹어볼까.


오쿠다, 냄비를 방안으로 가지고 들어가고 미닫이를 닫는다. 미닫이문에 오쿠다가 일어서 왔다 갔다 하며 식사 준비를 하는 모습의 그림자가 비친다. 그 오쿠다 그림자 뒷편에 여자 그림자가 떠오른다.

그 여자 그림자는 가만히 선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바깥은 해 진 저녁.

국민학교 교사인 노나카 야이치, 갈지자를 그리며 왼쪽에서부터 걸어 들어온다. 오른손에 댓병을 들고 있다. 이미 절반을 마셨다. 나머지 절반을 가지고 온 것처럼 보인다. 큰 광어를 끈으로 묶어서 들고 있다.


[노나카] 오쿠다 선생님. 아아, 계시는군. 어? 키쿠요 씨도 계시네. 이것 참 잘 됐어. 거하게 한 번 마셔보자고. 술도 있고 안주도 있어.


미닫이에 비치던 여자 그림자가 쓰윽 사라진다.

동지에 미닫이가 열리고는 오쿠다가 웃으며 얼굴을 내민다.


[오쿠다] 아, 다녀오셨어요? (툇마루로 나간다) 기분이 좋으신가보네요. 오늘은 어디에 초대 받으셨었나보죠?


[노나카] 초대? 초대는 무슨. (툇마루에 덜컥 앉는다) 아무리 우리 국민학교 선생이 항상 가난하다고는 하지만 말이오. 절대 힘 있는 자들의 부스러기들은 취하지 않는다 이 말이오. 이봐요, 키쿠요 씨, 그렇죠? (팔을 뻗어 미닫이를 죄우로 힘껏 열어 제친다) 키쿠요 씨! 어? 안 계신가?


[오쿠다] 동생은 아직 안 들어왔어요. 아직 그 문화회겠죠.


[노나카] (조금 차분하게) 그렇지. 그건 나도 알고 있는데……. 그런데 지금 분명히…….


[오쿠다] (조용히) 오늘은 많이 취하셨나보네요. 자, 어서 들어오지 않으시겠어요?


[노나카] (갑자기 또다시 힘을 내어) 아아, 들어가야죠. (샌들 같은 것을 벗고는 툇마루 위에서 비틀거리며) 오늘은 어디 한 번 거하게 마셔봅시다. 이번에 교원 대이동에 있어서 자네도 나도 잘리지 않고 일단 무사했지. 이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말이야 (댓병과 안주를 두 손에 들고 방으로 들어가서는 방 오른쪽 미닫이를 열고는) 어이, 이봐, 세츠코!

(안채를 향해 부른다)

노나카의 처 세츠코 등장. 그러나 미닫이 바깥쪽에 앉아 있으므로 관객한테서는 보이지 않는다.


[노나카] (그 미닫이 바깥에 있는 세츠코에게 광어 건네며) 방금 전 바닷가에서 잡힌 광어야. 회를 떠주게. 오쿠다 선생님과 오늘 밤 여기서 연회를 열거야. 알았어? 회를 빨리 듬뿍 갖다줘. 듬뿍이야. 아, 잠깐, 잠깐. 한 마리는 회로, 나머지 한 마리는 구웠으면 좋겠다. 째째하게 아끼면 안돼. 너희들도 먹어라. 알았어? 어머니한테도 질컷 드시게 하라고.


세츠코, 말없이 조용히 미닫이를 닫는다.


[노나카] (싱글싱글 웃으며 댓병을 든 채로 오쿠다 책상 옆에 앉더니) 아무래도 어촌에서 선생님을 하면서 회를 못 먹는다는 건 너무나 딱하다지.


[오쿠다] (방 중앙으로 들고 온 냄비나 밥그릇을 다시 구석으로 치우면서) 생선은 어때요? 화폐개혁이 있고 좀 싸졌나요?


[노나카] (씁쓸하게 웃으며) 싸지기는. 어부들의 입김이라는 게 대단해. 광어 한 마리 가격이 우리들 한 달 치 월급과 거의 맞먹으니 말이야. 요즘 어부들은 아이들이 용돈을 조르면 아무렇지도 않게 100엔짜리 지폐도 준다더구먼.


[오쿠다] 음. 그렇다는군요. (방 중앙에 놓인 작은 식탁도 구석으로 치우며) 아이들에게 그렇게 큰돈을 주는 건 안 좋다고 생각해요. 아이들 사이에서는 요즘 도박이 유행이라잖아요.


[노나카] 그런 것 같아. 이도저도 엉망진창이야. (말투를 바꾸고) 자네, 그 식탁은 여기에 놔두는 게 좋겠어. 돈 얘기 같은 건 재미없다. 마시자. 물컵 두 개를 빌려주게.


오쿠다, 다시 그 작은 식탁을 방 중앙으로 옮겨오고 물컵 두 개를 가지러 툇마루 쪽으로 나온다.


[노나카] (그러는 동안 문득 오쿠다가 읽다 만 책상 옆에 있는 책을 집고는) 프랑스 혁명사? 뭐야, 이런 걸 읽고 있나? 관둬, 관둬.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아. (가볍게 책을 바닥 위로 내던진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니, 무슨 소릴, 그건 자네, 변증법을 몰라서 그래, 뭐, 이러면서 말이야, 나도 어디 한 번 사회당에라도 들어가 출세해볼까? 쓸데없는 소리. 마시자! 마시고 회포를 풀어보자. 그대 무력한 국민학교 교사여!


둘이서 작은 식탁을 사이에 두고는 책상다리를 하고 두 물컵에 댓병에 든 술을 따른다.


[노나카] 건배! (죽 들이킨다)


[오쿠다] (마시다가 만다) 뭐예요, 이건? 휘발류 같은 냄새가 나는군요. (그대로 물컵을 식탁 위에 놓는다)


[노나카] 선토리(SUNTORY).


[오쿠다] 네?


[노나카] 선토리 위스키. (라고 말하면서 댓병을 눈높이까지 들어올리고 전등빛에 비추어보며) 무색투명한 선토리 위스키. 댓병 150엔.


[오쿠다] 말도 안돼요.


[노나카] 아니, 그게 재미있는 점이야. 나도 알고 있어. 이건 약품용 알콜에 물을 섞었을 뿐이지. 그런데 말이야. 내게 이걸 선토리 위스키라고 하고 150엔으로 팔아준 사람은 말이야, 잘 들어. 이 마을 술주정뱅이 어부인데, 이 양반 자신도 이걸 선토리 위스키라는 이름의 진짜 고급 술인줄 알고 믿어 의심치 않으니 재미있지 않나. 그러니까 그 어부는 아오모리 근처에 생선을 팔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오모리에 있는 암시장 장사꾼한테 속아 댓병으로 세 병, 아니, 네 병인지도 몰라. 선토리 위스키라고 하는 고급품을 사 들여와서는,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근처에 사는 술친구들을 끌어 모아 술잔치를 벌이고 있었는데, 거기에 내가 생선을 사러 얼굴을 내밀었다 이거야. 그러자마자 그들이 나를 잡고는, 당신이라면 분명 알테지만 이건 ‘선토리’라고 해서 우리들이 입에 대기는 조금 아까운 술이다, 꼭 선생님께 한 잔 드리고 싶다, 이러면서 큰 사발에 가득 채우고는 들이대더라고. 보니까 이처럼 무색투명. 더구나 이 냄새. 아무리 나라도 잠깐 주저했지. 혹시 그 메틸알콜일지도 모르지 말이야. 하지만 난 그 어부들의 조금도 의심 없고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보고는 참을 수 없어 죽음을 결심했지. 음. 죽을 결심을 했어. 이 어리석고 철없는 그리고 서글픈 어부들과 함께 죽고자 각오한 거야. 난 마셨어. 그리 맛은 나쁘지 않아. 더구나 기분 좋게 취하기까지 했거든. 그래서 난 그들로부터 댓병 하나를 달라고 하고는 그들과 함께 거하게 마셨지. 역시 선토리는 좋다, 선토리를 마시면 다른 술은 맛이 없어 못 마시겠다, 뭐, 이런 칭찬까지 해가면서 말이야. 그런데 이상하게 서글프더군. (말하면서 자기가 술을 따르고는 마신다) 아, 그렇지. 담배도 있어. 피워보게. 많이 있거든. (윗도리에서 까치담배를 한 줌 꺼내고는 식탁 위에 놓는다) 역시 그 어부들한테서 얻어논 거야. 정말 그 친구들한테는 없는 게 없더구먼.


[오쿠다] (거의 무표정으로 담배 한 까지를 들고는) 감사합니다. (바지 주머니에서 성냥을 꺼내고는 담배에 불을 붙인다)


[노나카] 다 주지. 다 줄게. 나한테는 아직 많이 있거든. (계속 술을 자작하며 마신다)

당신이

아니랍니다

당신이

아니에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던 게 아니에요

라는 노래를 알고 있나? 이건 말이야 ‘문을 열면’이라는 요즘 유행가인데 자네는 모르나? 들어본 적이 없어? 이거 뜻밖이군. 게으르기 짝이 없어 프랑스혁명사보다는 현대 유행가 쪽이 적어도 우리에게는 중요하지 않나? 그래도 자네, 자네는 국민학교 교사이면서 말이야. (말하면서 또 술을 자작하고 마신다) 현대 유행가 하나 모른다니 말이야, 자네.


[오쿠다] 그렇게 드셔도 괜찮으세요?


[노나카] 괜찮아. 괜찮고말고. 자네, 이건 말이야 산토리 위스키라는 고급품 아닌가. 걱정할 것 없어. 자네도 괜히 멋부리지 말고 한 먹음 맛이라도 보라고.

당신이

아니랍니다

당신이

아니에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던 게 아니에요

좀 괜찮지? 이건 실연에 대한 노래라더군. 가엾잖나. 한 잔 하라고. (댓병을 집어든다)


[오쿠다] (이를 막으며) 아니, 저는 아직 여기 한 잔 있습니다. (씁쓸하게 웃고는 살짝 입을 물컵에 대고는 다시 그것을 식탁 위에 놓고) 이건 좀.


[노나카] 목숨이 아까운가? (웃는다)


오른쪽 미닫이가 열린다.

노나카의 처인 세츠코, 큰 접시 두 개를 들고 들어온다. 한 접시에는 회가, 다른 한 쪽에는 생선구이.


[노나카] 어, 왔구먼, 왔어. 이거 정말 호화롭구나. 근데 너무많지 않나?


[세츠코] (웃지도 않고 식탁 위를 치우고는 그 두 접시를 놓고서) 이게 전부입니다.


[노나카] 전부? (얼굴을 들어 세츠코 얼굴을 본다) 어머님은? 안 잡수신데?


[세츠코] (진지하게) 그게, 저희들은 이미 저녁을 먹었습니다.


[노나카] (분연히) 그런가? (갑자기 식탁을 뒤집어엎는다) 모처럼의 광어 아닌가. 어머님한테도 너한테도 먹어줬으면 해서 사 왔던 거야. 그걸 뭐? 더러운 것 취급하듯이 한입도 먹어주지 않는다니 이건, 이러면 너무하잖아? (울먹인다)


세츠코, 말없이 주변에 흩어진 안주들을 접시에 주워 담는다.


[노나카] 그만 둬! 줍지 말란 말이야. 그건 다 버려버려! 주워서 다시 먹는다니, 비참하지 않나? 너무 비참하다고. 조금은 내 마음도 헤아려주지 그래? (윗도리 속주머니에서 흰 봉투를 꺼내고는 세츠코 손 맡으로 던져주고는) 아직 7, 8백 엔은 남아 있을 거야. 새로 나온 돈이야. 그걸로 안주를 사와. 지금 당장 사오라고. 쩨쩨하게 굴지 마. 도미라도 참치라도 어부 집에 있는 건 몽땅 사와. 간 김에 진베에 집에도 들러서 이 산토리 위스키가 남아 있으면 한 병 더 사가지고 와. 이제부터 나는 다시 마실 거야. 그리고 꼭 어머님과 너한테 안주를 먹여주고 말테야.


[세츠코] (봉투는 쳐다보지도 않고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윽고 조용히 얼굴을 들더니) 저, 물어볼 게 있어요.


[노나카] (당황하며) 뭐야? 불만이라도 있는 거야?


[세츠코] (긴장한 목소리로) 당신은 도대체…….


이 때 무대 왼쪽에서 마당 쪽으로 학생 두 명이 뛰어들어오며 “선생님! 오쿠다 선생님!” 하고 소리친다.

오쿠다 선생, 툇마루로 나온다. 학생 두 명, 헐떡거리며 오쿠다 선생에게 무언가를 속삭인다.


[오쿠다] (그것을 듣고는) 그렇군. 알았어. 바로 갈게. (방으로 들어가 벽에 걸어 두었던 자신의 윗도리를 입으며 노나카에게) 여동생이 경찰에게 잡혔답니다. 도박이에요. 마작도박을 학교 애들한테 가르쳐주고 있었답니다. 그렇게 되지나 않을까 짐작은 했었습니다. 잠깐 경찰서에 다녀오겠습니다. (살짝 고개를 숙이고 툇마루로 나와 신발을 찾는다)


[노나카]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나도 갈게.


[오쿠다] (신발을 신으며) 안 돼요. 선생님은 지금 걸으실 수 없어요. (학생들에게) 자, 가자.


오쿠다 선생, 학생 두 명과 함께 무대 왼쪽으로 달려간다.


[노나카] (몽유병자처럼 거의 무표정으로 걸어가더니 툇마루에서 버선발로 내려오더니) 나도 갈게.


노나카 선생, 거의 걸을 수 없으나 비틀비틀 거리며 버선발로 오쿠다 선생 뒤를 좇는다.

세츠코, 앉은 채로 있었으나 문득 바닥에 떨어진 흰 봉투를 보고는 집어 들고 일어서서 툇마루로 나와 신발을 찾고 노나카의 샌들을 신고는 말없이 뒤를 좇는다.



- 무대 회전



제3장


무대는 달밤의 바닷가. 모래사장에 어선이 세 척이 올라와 있다. 그 주변에 한 무리의 죽은 갈대들이 서 있다.

배경은 아오모리 만(灣).

무대, 멈춘다.

한줄기 바람이 불고 어선 부근에 많은 봄의 낙엽들이 휘날린다.

어느새 앞 장면의 모습대로 노나카 선생, 소리 없이 객석 뒤편에서 무대로 연결된 통로로 등장.

조금 떨어져 그림자처럼 세츠코가 고개를 숙인 채 따라온다.


[노나카] (무대 중앙까지 와서 지친 것처럼 곁에 서 있는 어부한테 쓰러지듯 기댄다) 아아, 머리가 아파. 아아, 죽겠다.


세츠코, 말없이 노나카에게 다가가고는 주위를 돌아보고, 그리고 흰 봉투를 살며시 노나카에게 준다. 봉투는 달빛을 받아 날카롭게 빛난다.


[노나카] (힘없이 한 손으로 뿌리치며) 그건 네가 키쿠요 씨한테 줘라.


세츠코 동작을 멈추고 가만히 노나카 얼굴을 바라본다.


[노나카] 싫으면 됐어. (세츠코 손에서 거칠게 빼앗고 자신의 윗도리 주머니에 쑤셔넣고는) 내가 돌려주지. (갑자기 또 다시 힘이 빠지고는) 근데 넌 참 강해……. 졌어. 졌다고. 난 졌단 말이야. 네 그 강함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남녀평등 정도가 아니야. 이렇게 되면 남자 쪽에서 도와달라 그래야 해. 대체 뭐야? 네 그 힘의 본질 말이야. 봉건……이라고 해도 아니고, 보수……라고 해봤자 웃길 따름이지. 도무지 그런 역사적인 게 아닌 것 같다고. 유사이전 너희들한테는 그런 힘이 있었어. 그리고 또한 이제부터 이 지구에 인류가 존재하는 한, 아니, 동물이 존속하는 한 너네들은 영원히 강할 거야.


[세츠코] (침착하게) 당신은 부끄럽지도 않아요?


[노나카] (신음소리를 낸며) 우우욱. 쳇. 젠장할! (얼굴을 들고) 전인류를 대표해서 네게 말하노라. 넌 악마야!


[세츠코] (차갑게) 왜죠?


[노나카] 몰라서 묻나? 사람이 죽을만큼 부끄러워 하고 있는그 현장에 태연하게 다가와서는 부끄럽지 않냐고 물을 수 있는 놈은 악마야.


[세츠코] 당신은 부끄러워하고 있지 않아요.


[노나카] 어떻게 알지? 어떻게 그걸 아냐고.


[세츠코] …….


[노나카] ‘예수는 말씀이 없으셨다’냐? 넌 그 아무 말도 안 한다는 무기는 강해. 너무 괴롭히지 마. 아아, 머리가 아프다.


[세츠코] 이제부터 어쩔 생각이세요?


[노나카] 죽을 거야. 죽으면 될 거 아냐? 어차피 난 노나카 집안에 먹칠을 할 뿐이니까 죽음으로 사과해 드리리이다. (허물어지듯 모래 위에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고는) 아아, 머리가 아파. 할복이야. 할복하고 죽어버릴 거야.


[세츠코] 장난할 때가 아니에요. 키쿠요 씨를 당신은 어쩔 생각이세요?


[노나카] 뭘 어떻게 한단 말이야. 아아, 머리가 아파. (머리를 움켜쥐고 모래 위에 뒹굴며) 졌단 말이야. 우리들은. 나와 키쿠요 씨는 너희들한테 대한 반역을 꾀했지만, 너희들은 의외로 강해서 우리들은 참패를 하고 말았어. 밀어 봐도 당겨 봐도 너희들은 꿈쩍 달싹하지 않아.


[세츠코] 왜냐하면 당신들은 잘못된 일을 하고 있잖아요.


[노나카] 성경에서 가라사대, 사함을 받은 일이 적은 자는 적게 사랑하느니라. 이 뜻을 이해해? 잘못한 일이 없다고 자신하고 있는 자가 무정하다는 소리지. 그의 많은 죄가 사하여졌도다 이는 그의 사랑함이 많음이라.


[세츠코] 궤변이에요. 그렇다면 인간은 열심히 많은 죄를 짓는 게 좋다는 뜻인가요?


[노나카] 문제는 그거야! (웃는다) 뭐가 ‘그거야!’냐. 난 지금 죄인이야. 사람을 가르칠 자격이 없는데도 오랫동안 학교 선생을 하고 있으면 교단의식이 따라다녀서 안 돼. 대체 이 국민학교 교사라는 것의 정체는 뭐야? 일단 도무지 학문이 없어. 외국어를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선생이 이 쓰가루 지방에는 하나도 없어. 외국어는커녕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일본 고전문학 중 하나 - 역자 주)조차도 읽지 못해.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그래도 교단에 서서 잘난 척하면서 뭔가를 가르치고 있어. 학문이 없어서 인격이 훌륭하다면 또 모를까, 매일 자기 먹을거리를 좇아다니고 있는 꼴이니 인격이고 뭐고 있긴 뭐가 있어? 학생을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학부모들한테 못 미치고, 아이들의 놀이상대로 봐서도 유치원 선생들보다 훨씬 못 해. 학교 경비를 하더라도 급사들이 선생들보다 훨씬 도움이 되며, 무엇보다 선생이라는 말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오히려 경멸감까지 내포된 말이야. 어차피 놀릴 거라면 아예 ‘각하’라고 불러줬으면 좋겠어. 우리 사회적 지위란 마치 무슨 땡중 같은 거라니까. 국민학교 선생이 된다는 건 이미 이 세상에서의 패배자, 실패자, 낙오자, 변태, 무능력자, 그런 것에 불과하다는 증거가 되어 버렸다고. 우리들은 거지야. 선생이라는 별명을 붙여가며 놀림을 당하는 거지라고. 이봐, 오쿠다 선생님도 역시 같은 처지야. 포기해. 포기하라니까.


[세츠코] (날카롭게) 뭐라고요? (슬쩍 웃으며) 이상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노나카] 알고 있어. 네가 사모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말이야.


[세츠코] 어머! 그런. 집어치우세요. 저질이에요.


[노나카] 그러면 또 어때. 인간은 모두 사모하는 사람을 둘이나 셋 정도는 가지고 있는 법이야. 그런데 어때? 그 후의 진척상황은?


[세츠코] 저는 당신이 하시는 말씀을 전혀 모르겠습니다.


[노나카] 좋아. 그럼 알아들을 수 있게 말을 해주지. 넌 오늘 내가 돌아오기 전 오쿠다 선생 방에 갔었지?


[세츠코] (단호하게) 네. 갔었어요. 오쿠다 선생님이 혼자 저녁을 차리고 계시다는 걸 어머니한테 들어서, 뭔가 도움이라도 드리려고 방에 들렸었죠.


[노나카] 그것 참 친절하시군. 너한테도 그 정도의 애정이 있다니 신기하다. 좋은 일이야. 미담이지. 하지만 내가 바깥에서 말을 걸자마자 갑자기 자취를 감추던데, 그건 어떤 친절이지?


[세츠코] 싫었기 때문이에요.


[노나카] 이상하네.


[세츠코] (울먹이며) 도대체 어떻게 대답하란 말이에요?


[노나카] 아냐. 좋아. 관두자. 재미없어. 어차피 너한테는 못 당한다니까. 아아, 아. 세상은 도도하게 민주혁명이 이루어지고, 동포들은 모두 조국 재건을 위해 새롭게 출발선상에 줄지어 서서 힘을 내고 있는데, 나는 도대체 뭔가. 여전히 술에 취하고 마누라한테 질투하며 파렴치한 말다툼이나 벌이고 있다니 마치 지옥이야. 아니, 이것도 또한 나의 현실. 아아, 졸리다. 이대로 잠이 들어 영원히 눈을 뜨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이 든 것처럼 보인다)


[세츠코] (노나카 어깨에 손을 걸고) 이봐요. 이봐요. (어깨를 흔든다)


[노나카] (거의 잠고대처럼) 죽여! 시끄러! 저리 가!


오쿠다 선생, 오른쪽에서 천천히 등장.


[오쿠다] 아, 사모님! (자고 있는 노나카를 보고 더욱 놀라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세츠코] 당신 뒤를 좇아서 여기까지 와서는 잠이 들고 말았어요. 그것보다 키쿠요 씨는? 어떠셨어요?


[오쿠다] 아니, 께 말이에요. 그 아이들을 도중에 놓쳤어요. 아무튼 저 혼자 경찰 앞에까지 가서 슬쩍 안을 들여다보았는데 너무 조용하고 특별히 이상한 점도 없는 것 같더군요. 괜히 소란을 피우다가 창피를 당할 수도 없고, 아까 그 학생들을 찾아 다시 한 번 자세히 물어보려고 되돌아오는 참이에요. 어쩌면 그 자식…….


[세츠코] 네?


[오쿠다] 아, 아뇨…….


[세츠코] 오쿠다 선생님! 저희들은 키쿠요 씨한네 무슨 나쁜 일이라도 했나요?


[오쿠다] (정색을 하고) 왜요?


[세츠코] 도박으로 경찰에 잡혔다는 건 거짓말이에요. 저는 이제 모두 알았어요.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너무해요. 너무하다고요. 왜 우리들은 이렇게 키쿠요 씨한테 놀림을 당해야 하죠?


[오쿠다] 죄송합니다. 실은 저도 경찰서 앞에까지 갔다가 곧바로 이건 키쿠요한테 한방 먹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무엇 때문에 아이들까지 써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연극을…….


[세츠코] 그건 알고 있습니다. 키쿠요 씨는 제 남편을 꼬셔서 술이나 안주를 사게 하고, 그리고 저나 어머니한테 대접을 한 후, 그리고 그 돈은 사실은 키쿠요 씨가 도박으로 딴 돈이라는 사실을 알려서, 기분 좋아하고 있는 어머니나 제가 당황하는 모습을 몰래 훔쳐보면서 비웃으려고 했겠지만, 그래도 잔꾀가 잔인합니다. 너무나도 비겁해요.


[오쿠다] 그럼 그 돈은?


[세츠코] 모르고 계셨나요? 키쿠요 씨 돈이에요.


[오쿠다] 그렇군요. 아니, 가만히 보면 그 녀석 다운 짓이군요. (웃는다)


[세츠코] 아직 더 있어요. 노나카 씨한테 이간질을 해서 저와 선생님을…….


[오쿠다] (심각하게) 하지만 사모님. 제 누이는 바보 같는 녀석이지만 그런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않았을 거예요.


[세츠코] 하지만 이 사람은 방금 전 저를 의심하고 있는 듯한 이상한 말을 했어요.


[오쿠다] 그렇다면 그건 노나카 선생님 혼자만의 공상이에요. 노나카 선생님은 조금 로맨티스트시니까요. 언젠가 저와 토론한 적이 있었습니다. 노나카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배신이 행해지고 있는지는 아마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아무리 가끼운 가족이나 친구라도 뒤에서는 반드시 배신을 하고 욕이나 뒷말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인간이 만약 자신 주위에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자신에 대한 배신의 실상을 남김없이 모두 알아차렸다면 그 인간은 발광하고 말 것이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말에 반대하며, 인간은 현실보다도 그 현실에 얽힌 공상 때문에 번민하는 것이다, 공상은 끊임없이 펼쳐지지만, 그러나 현실은 의외로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작은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이 세상에는 절대 아름다운 곳은 아니지만, 그러나 그토록 한없이 추악한 곳 또한 아니다, 무서운 것은 공상의 세계다, 뭐, 이렇게 말했었는데, 아무래도 노나카 선생님 공상을 들으면 당황합니다.


[세츠코] (이상한 목소리로) 하지만 그게 진짜라면요?


[오쿠다]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네? 뭐가요?


[세츠코] 이 사람의 그 공상이.


[오쿠다] 사모님! (화가 난 것처럼)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세츠코] (소리 내며 울면서) 저는 지금까지 무엇 하나 나쁜 짓을 한 기억이 없어요. 그래도 왜 다른 사람들이 저를 이렇게 괴롭히는 걸까요? 저는 제 즐거움은 하나도 하지 않은 채 노나카 집안을 위해서 노력해 왔어요. 가문의 명예를 소중하게 지킨다는 것이 나쁜 일인가요? 가르쳐주세요. 내일 생활에 대한 불안함이 없도록 참고 낭비를 억제한다는 것은 나쁜 일인가요? 시골 여자는 시골 여자답게 음악회나 영화도 보러가지 않고 집안에서 묵묵히 바느질을 하고 있는 것은 나쁜 일인가요? 제 남편이 방금 전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무정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사람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옳은 건가요? 선생님, 저는 촌스럽고 머리가 나쁜 여자예요. 아무 것도 모른다고요. 가르쳐주세요. 제가 선생님을 좋아한다고 한다면, 가령 그렇다고 한다면 오히려 제가 옳은 건가요? 저는 말주변이 없어요. 말을 잘 할 수가 없어요. 저는 말을 모릅니다. 그저 저는 참아왔어요. 인내해 왔습니다.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거나 화를 내거나 하는 것은 나쁜 일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선생님, 가르쳐주세요. 저는 이제 뭐가 뭔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되었어요. 제 어디가 나쁘기에 모두가 저를 이렇게 괴롭히는 거죠?


[오쿠다] 사모님. ‘선악의 피안(彼岸)’이라는 말이 있죠? 선과 악의 중간입니다. 윤리에는 옳은 일과 옳지 않은 일, 그리고 또 하나가 있는 게 아닐까요? 사모님처럼 그저 사물을 정 ․ 부정으로 나누려 해도 나눌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세츠코]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러도?


[오쿠다] (웃으며) 그건 안 되죠. 무엇보다 부자연스럽습니다. 그야말로 사모님의 공상의 영역입니다. 사모님은 노나카 선생임을 매우 아끼고 계십니다. 그게 또한 사모님의 삶에 있어서 보람 아닌가요? 말도 안 되는 공상은 그만 합시다. 사모님, 오늘 밤은 좀 이상하시군요. 현실 문제로 돌아갑시다. (다시 침착한 말투로) 저희들은 댁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겠습니다. 문제는 그 뿐입니다. 저는 학교 숙직실로 갈 거고, 누이 그 녀석은 다시 동경으로 돌아가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멀리서 ‘봄날 높은 누각(樓閣)에서’ 라는 합창이 들려온다. 학생들 목소리에 섞여 키쿠요 같은 여자 목소리도 섞여 있다.

틈.


[세츠코] (침착하게 얼굴을 들고 또박또박) 그렇게 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오쿠다] (오히려 당황하며) 뭐라고요?


[세츠코] (무시하며 멀리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저렇게 노래 부르며 노는 것이 세련되고, 그리고 문화적이라고 하는 거고, 일본은 이제부터 남녀 모두 키쿠요 씨처럼 되어야 하나요? 저 같은 구식 시골 여자는 이제 안 되나요? 저는 아무래도 잘 모르겠어요. 왜 사람은 세련되어야 하죠? 왜 촌스러운 건 안 되는거죠?


[오쿠다] 인간이 타락한 거예요. 보람이 없어진 거죠. 큰 이상도 큰 사상도 뻔한, 그런 시대가 된 겁니다. 전 지금은 이기주의자입니다. 어느새 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키쿠요 일은 키쿠요 자신이 처리하겠죠. 저희들 20대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사모님 세대보다 훨씬 어른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에 대한 공상은 조금도 갖고 있지 않거든요.


[세츠코] (조용히) 그건 무슨 뜻이죠?


[오쿠다] 누이는 누이, 나는 나라는 뜻입니다. 아니, 사람은 사람, 나는 나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사모님, 너무 다른 사람 일은 신경 쓰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세츠코] 하지만 키쿠요 씨는 저희들을 괴롭혀요. 이 사람을 이간질 시켜서 저희 가정을…….


[오쿠다] (웃으며) 이사할 거예요. 곧바로.


[세츠코] (증오를 품으며)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죠.


노랫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진다.

바람이 분다. 낙엽이 흩날린다.


[오쿠다] 쌀쌀해졌군요. (자고 있는 노나카 쪽을 턱으로 가리키며) 어떻게 하시겠어요? 오늘은 꽤 드셨으니까요.


[세츠코] 나쁜 술 아닌가요? 머리가 많이 아프다고 하던데.


[오쿠다] 괜찮겠죠. 그것과 똑같은 술을 어부들이 아침부터 마셔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니까요.


[세츠코] 하지만 그 사람들과 이 사람은 몸이 전혀 다르잖아요.


[오쿠다] 시험대가 되지 않을까요? (웃는다) 어디, 제가 업어드릴까요?


[세츠코] (이를 뿌리치고 날카롭게) 아니요. 제가 하겠어요. 이제 더 이상 폐를 끼치진 않을 거예요.


[오쿠다] 남은 남, 남편은 남편이군요. (비웃듯이 웃는다) 그게 좋겠죠. 그럼 저는 잠깐 저기 (라고 노랫소리가 나는 쪽을 가리키며) 양아치들 음악단 쪽에 가서 누이를 잡아들이고는 이 일의 신상을 캐묻도록 하죠. 쓸데없는 장난을 치고는, (말하면서 경쾌하게 오른쪽으로 퇴장)


바람은 더욱 강하게 분다.

노랫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진다.


[세츠코] (오쿠다가 가는 것을 지켜보고서는 쭈그리고 앉아 노나카의 어깨를 흔든다) 이봐요. 여보. 감기 걸리겠어요. 자, 같이 돌아갑시다. (노나카 손을 잡고) 어머, 이렇게 차가워지다니.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당신 왜 그래요? (얼굴을 가까이 댄다) 여보! (미친 듯이 노나카의 얼굴, 가슴, 다리 등을 더듬으며) 이봐요, 여보! (갑자기 일어나서 오른쪽으로 달려가서는) 오쿠다 선생님! 오쿠다 선생님! (다시 달려와서 노나카 시신을 부등켜안고 운다)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여보, 다시 한 번 눈을 떠봐요. 전 이제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이제는 술 상대든 뭐든 하려고 했는데……. 여보! (통곡한다)


바람. 낙엽. 노랫소리.


-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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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학관 관리인 위어조자(謂語助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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