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자의 독(愚人の毒) 고사카이 후보쿠 (小酒井 不木) (1925) 번역 : 홍성필 여기는 XX 경찰서 신문실(訊問室)이다. 미지근한 바람이 가끔 거리의 먼지를 날리고 있을 뿐, 열린 창문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한여름 오후이다. 지금이라도 벽시계가 멈춰버릴 것만 같은 더위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세 명의 정장차림을 한 신사가 책상 한 쪽에 나란히 앉아 가끔 부채를 부치며 잠시 후 들어올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면에서 왼쪽에 자리 잡은 세 명 중에서 가장 젊은 사람인 쓰무라(津村) 검사는 이마가 넓고 눈이 날카로우며 수염이 없다. 가운데 백발 섞인 머리를 한 사람이 후지이(藤井) 경찰서장, 서장 오른 쪽에는 벗어진 머리를 금테안경과 턱수염으로 장식하고 편안하게 앉아 있는 사람이 법의학자로서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