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창자(生きている腸)

운노 쥬자(海野十三)

번역 : 홍성필


기이한 의대생

의대생 후키야 류지(吹矢隆二)는 그 날도 아침부터 창자 생각만 하고 있었다.

오후 3시를 알리는 시계가 울리자 그는 외출했다.

그가 살고 있는 집은 고가 철도 밑을 집처럼 개조한, 매우 독특한 주택이었다.

그런 색다른 집에 살고 있는 후키야 류지라는 인물이, 이 또한 매우 색다른 의대생이어서, 조수도 아닌데도 의과대학에 벌써 7년이나 재학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둘도 없는 장기 의대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본래 그가 과목별 학과시험 중 자신의 마음에 드는 과목만 치르기로 하고, 절대 욕심을 내지 않기로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입학 이후 7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아직 불합격 과목이 다섯 과목에 이른다.

후키야는 대부분 학교에 가지 않았고, 대개는 그 소란스럽기 짝이 없는 독특한 집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의 집을 들여다본 사람은 아마도 세 명을 넘지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은 집주인이며, 다른 한 사람은 그가 지금부터 창자에 대해 전화를 걸려고 하는 인물 ― 즉 쿠마모토(熊本) 박사 정도이다.

그는 창백한 얼굴 위에 사자처럼 긴 더벅머리를 얹혀놓고 보기 드물 만큼 마른 몸매에, 반들반들 길이 든 금단추 달린 검은 제복을 입고서 역전 공중전화박스로 다가갔다.

그가 전화를 거는 곳은 남성 재소자 2,700 명을 수용하고 있는 ○○교도소 부속병원이었다. 여기서는 여성 간호사를 두지 못하게 되어 있어 모두 남성 간호사가 근무하고 있었다. 남성 죄수에게 여성을 보이면 좋지 않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네에. ○○교도병원(矯導病院)입니다"

"○○교도병원인가? ―― 흠. 쿠마모토 박사를 불러주게. 내 말인가? 나는 그냥 이노마타라고 전해주게나"

그는 왠지 가명을 쓰며 건방진 말투로 교환수에게 전화선을 통해 겁을 주었다.

"그래, 쿠마모토 군인가? 나는 ―― 말 안 해도 알고 있지? 오늘은 괜찮겠어? 틀림 없겠지? 정말로 창자를 준비해주었다는 말이군. ―― 남쪽에서 세 번째 창문이었지. 만약 잘못되면 나도 생각이 있다구. 그건 아마도 자네가 직장을 잃고, 다음은 밥줄이 끊기겠지. ―― 아니, 협박이 아니야. 자네는 항상 ‘예, 예,’ 하며 내 말을 따르면 돼. ―― 지금 간다. 반드시. 오늘 11시에 말이야."

거기서 그는 누가 들어도 언짢게 여길 만한 통화를 마쳤다.

쿠마모토 박사라고 하면 사람들로부터 그 훌륭한 인격으로 칭송 받고 있는 ○○교도병원 외과 과장이었다. 그는 가정에 마네킹과도 같은 아름다운 부인을 두고 있으며, 또한 적지 않은 재산도 있는, 마치 행복 그 가체를 그림으로 그린 듯한 의학자였다.

그러나 왠지 후키야는 그런 박사를 무참히 짓밟아버린다는 나쁜 습관이 있었다. 물론 그의 말에 의하면 쿠마모토 박사 같은 인간은 말도 안 되는 사기꾼이며, 하늘을 대신해서 마음껏 괴롭혀줄 필요가 있는 지식인이라고 한다.

그토록 괴롭히고 있는 반면 의대생 후키야는 학력에 있어서 몇 발자국 앞서있는 쿠마모토 박사를 십분 이용하여 적지 않은 혜택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쿠마모토 박사를 항상 노예처럼 부려먹고 있었다.

"창자는 준비되어있겠지?"

방금 전 후키야는 그런 전화를 걸었으나, 이를 보면 그는 쿠마모토 박사에 대해 또다시 위협수단을 쓰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창자를 준비"한다니 무슨 뜻일까. 그는 지금 무엇을 계획하고 또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오늘 11시가 되어야만 그 답은 나올 것이다.


세 번째 창문

이미 오후 10시 58분이었다.

○○교도병원의 작은 철문에 한 대학생의 몸이 퉁 하고 부딪혔다.

"일찍도 닫았군."

한 마디 내뱉고는 철문을 밀었다.

철문은 쉽게 열렸다. 열쇠를 잠그는 것이 아니라 철문 밑에 콘크리트 덩어리를 살짝 받혀놓았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쇼."

수위가 후키야의 인사를 받고는 넙죽 고개를 숙인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나 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권위자인 쿠마모토 선생을 함부로 대하는 의대생이니, 외모는 볼품없으나 쿠마모토 박사의 고향 어른 자손이라도 되나 하고 좋게 해석하여, 따라서 이 철문에서는 항상 정중하게 경례를 붙이곤 하였다.

콧노래를 부르며 허름한 옷차림에 사자 머리를 한 의대생 후키야 류지는 수위 앞을 지나치자 어두운 병원 마당으로 들어섰다. 

그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어두운 마당을 부엉이처럼 신속하게 지나갔다. 이윽고 눈앞에 제 4병동이 나타났다.

‘남쪽에서 세 번째 창문이었지.’

그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창문 밑으로 다가갔다. 거기에는 귤상자 같은 것이 놓여있었다. 이것도 쿠마모토 박사가 배려해준 것이라고 생각하여 이를 발 받침대로 삼아 무거운 창문을 위로 끌어올렸다.

창문이 조용히 열렸다. 쿠마모토 박사가 사전에 창문을 받치는 롤러에도 기름을 쳐놓았기에 이처럼 쉽게 올라가는 것이다.

따라서 의대생 후키야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탁자 위에 놓여진, 상당히 굵고 길이 1미터 정도 되는 유리관을 잡을 수 있었다.

"그렇지. 들어 있다."

의대생 후키야는 그 둔탁하고 무거운 유리관을 담장 위에 있는 가로등에 비추어 보았다. 유리관 안에는 맑은 액체로 가득 차 있었으며, 그 속에는 회색이라고도 연보라색이라고도 할 수 없는 기이한 빛깔의 물컹거리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그래. 갖고 싶었던 것을 이제서야 손에 넣을 수 있게 됐어. 이건 정말 대단한걸?"

후키야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서 창문을 본래대로 닫았다. 그리고 훔쳐낸 굵은 유리관을 오른손에 지팡이처럼 들고서 땅바닥 위로 내려왔다.

"정말 밤에 산책하는 건 기분이 좋군요."

철문 앞을 지나칠 때에는 평소의 그답지 않은 인사를 했다. 그가 손에 넣은 물건이 워낙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아이구, 조심해 가십시오."

수위는 단단히 긴장하며 인사했다.

문을 나서자 그는 굵은 유리관을 어깨에 매고 슬리퍼 차림으로 부지런히 걸어갔으며, 세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집에 도착했다. 거리는 피로에 지쳐 쓰러진 것처럼 조용했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는 전등을 켰다.

"좋아. 아주 훌륭해. 정말 대단한 창자야."

그는 유리관을 들어올려 불빛에 비춰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약간 푸른 빛이 나는 액체 속에 그가 말하는 ‘창자’라는 것이 물컹거리며 들어있다.

"어, 살아있다."

연보랏빛 창자를 자세히 보니 꿈틀꿈틀 움직인다. 링거씨액 속에서 굼실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살아있는 창자!

의대생 후키야가 쿠마모토 박사에게 지난 1년 동안 끈질기게 요구한 것은 바로 이 살아있는 창자였다. 다른 청은 들어주어도 이 살아있는 창자에 대해서만은 좀처럼 들어주지 않았다.

"이봐, 어쩌자는 거야. 네가 있는 곳에는 남성 재소자가 2,900명이나 있잖아. 그 중에는 사형이 될 놈도 있고 맹장염에 걸려 죽는 놈도 있겠지. 그 중에서 불과 1미터 정도의 창자를 빼낼 수 없을 리가 있나. 이것 보라구. 내 말을 듣지 않으면 그걸 거시기하는 수가 있어. 그게 싫다면 어서 내 말을 따르라구."

이렇게 협박한 결과 1년여 만에 간신히 애타게 기다리던 살아있는 창자를 손에 넣을 수가 있었다.

그는 왜 이토록 징그럽기 짝이 없는 살아있는 창자를 원했는가. 그것은 그의 편집증 때문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링거씨액 속의 생물

살아있는 창자 ㅡㅡ 라고 하는 것이 문헌상으로는 그리 진귀하지 않다.

생리학 교과서를 보면 링거씨액 속에서 살아있는 모르모트 장기, 토끼 장기, 개의 장기, 그리고 인간의 장기 등 너무나도 많이 적혀 있다.

표본으로서도 살아있는 장기는 그리 보기 드문 것은 아니다.

의대생 후키야가 지금 남몰래 자랑스럽게 여기는 점은 이 훌륭한 크기를 가진 대장이 지팡이보다도 길어, 링거씨액이 든 1미터짜리 유리관 안에서 활발하게 요동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토록 훌륭한 것은 아마도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참으로 우리 쿠마모토 박사도 대단하다며 그는 유리관을 보고 근엄하게 경의를 표하는 것이었다.

그는 살아있는 창자를 방 중앙에 장식했다. 천장에 끈을 걸어, 거기에 유리관 입구를 매달아 놓았으며, 아래쪽에는 유리관 받침대를 만들었다.

곰팡이 냄새 나는 의학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그리고 알 수 없는, 녹이 슨 수술도구나 의료기기로 가득 찬 의대생 후키야의 방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기괴괴한 모습이었으나 지금 이 ‘살아있는 창자’를 들여놓음으로써 그 모습은 더욱 괴기스러워졌다.

후키야는 천장에 매달아놓은 유리관 앞으로 높은 세발의자를 가져갔다. 그는 그 앞에 살짝 앉아 매우 감명 깊다는 듯 팔짱을 끼고서 맑은 액체 안에서 꿈틀거리는 기이한 인체의 일부를 응시하고 있다.

꿈틀, 꿈틀, 꿈틀.

가만히 보면 창자는 인간의 얼굴로써 도저히 나타낼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을 가지고 있어, 온 몸을 비틀어가며 움직인다.

"이상한 노릇이야. 이 녀석을 이렇게 보고 있으면 인간보다도 수준 높은 생물체처럼 느껴져."

의대생 후키야는 문득 논리학을 초월한 고차원적 소견을 말했다.

그로부터 후키야는 그 자신이 마치 살아있는 창자 자체가 되어버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유리관 앞에 석고상처럼 가만히 언제까지나 살아있는 창자로부터 눈을 떼려 하지 않았다.

식사도, 조금 저질이긴 하지만 배설마저도 그는 최소한도로 줄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불과 1, 2분조차도 그는 살아있는 창자 앞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런 상태가 사흘 동안 이어졌다.

그 다음 일이었다.

그는 연일 긴장했던 생활에 지쳐 어느새 세발의자 위에서 앉은 채로 잠이 들었는지, 본인의 코 고는 소리에 잠이 깼다. 방 안은 캄캄했다.

그에게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그는 곧바로 의자에서 내려와 전등 스위치를 켰다. 귀중한 살아있는 창자가 설마 도난 당하지나 않았을까 했던 것이다.

"휴, 다행이야."

창자가 들어있는 유리관은 여전히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그러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질렀다.

"앗! 큰일이다. 창자가 움직이질 않아!"

후키야는 쿵 소리를 내며 엉덩방아를 찌었다. 그는 미친 듯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칠흑과도 같은 절망!

"자, 잠깐 ㅡㅡ"

그는 혼자서 얼굴을 붉히며 일어섰다. 그는 퓰렛 주사기를 손에 들고 세발 의자 위로 올라갔다.

유리관 속으로 맑은 액체를 퓰렛 주사기 가득히 빨아들이고는 그것을 배수구에 버렸다.

그 다음 약품 케이스 안에서 1만 배 콜린(choline)이라고 붙어있는 병을 가지고 내려와 빈 퓰렛 주사기를 꽂았다.

액체가 아래로부터 빨려 올라 온다.

그는 신속하게 다시 세발 의자 위로 뛰어올라 그 콜린이 든 퓰렛 주사기를 조용히 유리관 안으로 주입시켰다.

액체는 조용히 링거씨액 속으로 녹아들어갔다.

유리관 속을 가만히 바라보는 그의 눈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 후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ㅡㅡ 움직이기 시작했어."

창자는 또다시 꿈틀, 꿈틀, 꿈틀 하고 굼실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콜린을 잊고 있다니 나도 정신이 없었나보군."

그는 소녀처럼 쑥스럽다는 듯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창자는 아직 살아있다. 하지만 곧바로 훈련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도중에 죽어버릴지도 모르겠어."

그는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벽에 걸어두었던 수술복을 입기 시작했다.


훌륭한 실험

그는 딴 사람이 된 것처럼 활발해졌다.

"자, 훈련이다."

무슨 훈련을 하려는 것인가. 그는 방안을 돌아다니며 사관냉각기나 청정기, 발판 등 여러 가지 기구들을 끌어 모았다.

"자, 의학사상 최초의 대실험을 난 기필코 성공시키고야 말 테야."

그는 혼자서 중얼거리며, 이어서 레토르트, 금속망사, 분센버너 등을 가지고 왔다.

그러고서 그는 모아온 도구 한 가운데 서서, 마치 무대 도구담당처럼 실험용기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얼마 있자 유리와 금속부품들, 그리고 액체들로 이루어진 조립품은 어느 정도 완성되었다. 그 기구들은 아무래도 살아있는 창자가 든 유리관을 중심에 둘 것처럼 보였다.

전기 스위치가 들어가자 파일럿 램프가 파랑에서 빨강으로 바뀌었다. 방 구석에서는 딸가닥거리는 소리를 내며 펌프 모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의대생 후키야 류지의 두 눈은 드디어 사악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그는 무엇을 시작하려 하는가.

전기를 통해 분센버너에도 연푸른 불이 들어왔다.

살아있는 창자가 든 유리관 안으로 두 개의 가느다란 유리관이 꽂혀졌다.

그 중 한 쪽에서 부글부글 하며 작은 기포가 나왔다.

후키야 류지는 큰 화판 같은 것을 목에 끈으로 걸고는, 거기에 연필끝을 핥으면서 전류계나 비중계, 그리고 온도계 앞을 번가라서 왕래하며, 목에 건 방안지 위에 색연필로 표시를 적어갔다.

빨강, 파랑, 초록, 보라, 검은 색 곡선이 조금씩 방안지 위에서 뻗어간다.

그러는 동안에도 후키야는 유리관 앞으로 고개를 돌려 계속 요동치는 창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말 그대로 식음을 전폐한 채 끈질긴 실험을 계속했다. 과연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끈기였다.

아침 6시와 저녁 6시, 이 두 시간대에 창자의 상황을 비교하면 분명 조금씩 변화가 보인다.

나아가 12시간이 더 지나면 다시 어떠한 변화를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실험이 계속해감에 따라 링거씨액 온도는 조금씩 상승하여, 이와 함께 링거씨액 농도는 조금씩 감소해갔다.

실험 제 4일째에 있어서는 창자를 수용하고 있는 유리관 내부에 들어있던 액체는 대부분 물처럼 되었다.

실험 제 6일째에는 유리관 내부에 액체가 사라지고, 그 대신 연분홍색 가스가 조금씩 구름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유리관 안에는 액체가 없어졌다는 것도 모르는지 그 창자는 여전히 꿈틀꿈틀 요동치고 있었다.

의대생 후키야의 얼굴은 긴장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흠. 흠. 이제 여기까지만 해도 이미 세계 의학사를 멋지게 깨고도 남았다. 가스 안에서 살아있는 창자! 아아, 이 얼마나 위대한 실험인가!"

그는 연이어 오래된 장치를 새로운 것으로 바꾸어 설치했다.

실험 제 8일째, 유리관 내부에 있던 가스는 무색투명해졌다.

실험 제 9일째, 분센버너가 꺼지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가스가 멈췄다.

실험 제 10일째, 모터 소리까지 완전히 멈추고 말았다. 실험실 내부에는 폐허처럼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시간은 정확히 오전 3시였다.

그 이후 24시간 동안 그는 신중하게 지켜보며 그대로 방치시켜놓았다.

24시간이 지난 그 다음 날 오전 3시였다. 그는 천천히 유리관을 들여다보았다.

유리관에 들어있는 창자는 지금 상온온도인 대기중에서 꿈틀꿈틀 활발하게 요동치고 있다.

의대생 후키야 류지는 그가 고안한 독자적인 훈련법으로써 세계 어느 의학자도 시도해보지 못한, 대기중에서 창자를 생존시키는 실험에 드디어 성공한 것이었다.


동거생활

후키야는 눈앞에 놓인 탁자 위에 누워있는, 살아있는 창자와 놀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살아있는 창자는 매우 놀랍게도 감정과도 같은 반응조차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스포이트로 조금씩 설탕물을 살아있는 창자에게 한쪽 입을 통해 넣어주자, 장은 곧바로 활발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즉시 창자 일부가 그가 있는 쪽으로 뻗쳐온다.

"설탕물을 더 달라"

마치 그렇게 말이라도 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그래. 설탕물을 더 먹고 싶니? 물론 주지. 하지만 아주 조금만 더 줄 거야."

그러면서 후키야는 다시 설탕물 한 방울을 살아있는 창자에게 주는 것이었다.

‘이렇게 놀라운 고등동물이라니’

후키야는 남몰래 경탄을 금하지 못했다.

이처럼 그가 훈련한 살아있는 창자를 눈앞에 두며 놀고 있으면서도, 때때로 그는 마치 꿈인 듯한 생각마저 들었다.

예전부터 그는 한가지 비약적인 이론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창자 중 한 조각이 링거씨액 안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면 링거씨액이 아닌 다른 영양매체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핵심은 링거씨액이 살아있는 창자에게 공급하는 생존조건과 동등한 것을 다른 영양매체에 의해서 제공하면 되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인간의 창자가 만약 살아있다면 신경 또한 있을 것이며, 뿐만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듯 체질상 변화도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기에 그는 살아있는 창자에게 적당한 영양을 공급할 수만 있다면 그 창자를 대기중에서 생활하게끔 만드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다 ㅡㅡ 이와 같이 상상으로 추리를 발전시켜나갔다.

그와 같은 기본관념을 가지고 그는 상세한 곳에 이르는 연구를 계속해 나아갔다. 그 결과 약 1년 전에 비로소 자신감과도 같은 것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실험은 드디어 대성공을 이루어냈다. 더구나 비교적 뜻밖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수고만으로 말이다.

사색으로 괴로워하기 보다는 우선 손을 써보는 자가 이긴다고 어느 실험학자는 말했다. 그건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사색 중에 생각해낸, 보기에 따라서는 황당무계한 ‘살아있는 창자’가 이렇게 눈앞에 놓인 탁자 위에서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도무지 꿈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대서특필해야 할 점은 이렇게 그의 손에 의해 대기 중에서 사육되기 시작한 창자가, 그가 지금까지 예측하지 못했던, 여러 흥미로운 반응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예컨대 지금도 설명한 바와 같이, 이 살아있는 창자가 설탕물을 더 달라는 반응을 보인다는 점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그것 만이 아니다. 창자와 놀면서 그는 이 창자가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가느다란 금속 스틱 끝을 살아있는 창자에 대고는 그대로 600메가 사이클 정도 되는 진동전류를 흘려 보내자, 살아있는 창자는 갑자기 미끈미끈한 점액을 토해낸다.

한편 후키야는 살아있는 창자 속 내벽 일부에 소리굽쇠로 만든 정확한 진동수에 맞추어 음향을 순서에 따라 대 본 결과, 그 내벽 일부가 음향에 대해 매우 민감해졌다는 점도 발견했다. 우선 그 곳에 인간의 고막 같은 능력이 생겨난 듯하다. 그는 이윽고 살아있는 창자에게 말을 걸 수도 있다고 믿었다.

살아있는 창자는 대기중에서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표면은 점점 건조해졌다. 그리고 표피와도 같은 것이 몇 번이고 떨어져 나갔다. 그러고 나자 살아있는 창자 표면은 조금 빛 바랜 사람 입술과 매우 흡사한 피부로 덥혔다.

살아있는 창자 탄생 50일경 ㅡㅡ 탄생이란 이 창자가 대기중에서 서식할 수 있게 된 날을 말한다 ㅡㅡ 에 있어서 그 신종 생물은 의대생 후키야 류지가 사는 방 안을, 탁자 위건 책 위건 간에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이봐 치코, 여기에 설탕물을 놔뒀다."

‘치코’란 살아있는 창자에 대한 애칭이었다.

그렇게 하면서 후키야가 설탕물이 담긴 접시가 있는 곳에서 손뼉을 치면, 치코는 반가운 듯 등(?)을 산처럼 부풀어 올렸다. 그리고 치코에게 식욕이 생기면 그 생물체는 혼자서 천천히 접시 쪽으로 기어가서는 쩝쩝 소리를 내며 설탕물을 마셨다. 그 행태는 매우 끔찍한 모습이었다.

그리하여 의대생 후키야 류지는 살아있는 창자인 ‘치코’에 대한 성장실험을 일단락 짓고, 드디어 이제부터 대논문을 써서 세계 의학자들을 졸도시키려고 생각했다.

어느날 ㅡㅡ 그날은 치코 탄생 120일째 되는 날이었다. 후키야는 드디어 다음날부터 대논문을 집필하기 시작하기로 하고, 그 전에 조금 외출을 하려고 마음먹었다.

어느새 가을은 깊어가고 바깥은 플라타너스 낙엽이 바람과 함께 거리에 흩날리고 있었다. 점점 추워진다. 후키야 혼자라면 모를까 올해 겨울은 치코과 함께 지내야 하므로, 쓸만한 전기난로도 찾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예전에 사 모아두었던 통조림도 이제 동이 났기에 그것 또한 보충해두어야 한다. 치코를 위해 여러 가지 수프를 사 가자.

그는 근래 백 수 십일 동안 한 발자국도 집을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잠깐 나갔다 올게. 설탕물은 탁자 위 한 켠에 많이 만들어놓았으니까."

그는 갑자기 바깥이 그리워졌기에 치코에게 주의를 주는 것도 대충 하고 출입문을 잠그고는 거리로 나선 것이었다.


오산(誤算)

의대생 후키야 류지는 무려 7일간이나 바깥에서 놀고 지냈다.

한 발 문을 나서자 바깥에서는 화려한 환희와 위안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후키야의 본능은 급속도로 등줄기를 타고 홍수처럼 넘쳐 나왔다. 그는 본능이 명하는 대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환락의 거리를 휘지고 다녔다. 그리고 7일째가 되어서야 조금씩 정신이 돌아왔다.

치코가 식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조금 걱정되었다. 날짜를 세어보니 그 설탕물도 이제는 바닥났음 분명하다.

"하루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그는 또다시 환락에 빠졌다.

그날 저녁, 그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발걸음을 ○○형무병원으로 돌리고는 쿠마모토 박사를 방문했다.

박사는 후키야가 너무나도 사람냄새가 나는 인간으로 변하여 응접실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는 놀랐다.

"예전에 말했던 그 일은 어떻게 됐죠?"

박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음, 살아있는 창자 말이지. 그 점에 대해서는 머지 않아 발표할 거야. 으흐흐흐."

"그 물체는 며칠 정도 움직이고 있었나요?"

"흐핫. 머지 않아 발표한다니까. 그러나 쿠마모토 군. 창자라는 놈은 감정을 나타내더군. 뭐라고 할까. 내게 애정 같은 감점을 표현하는 거야. 정말이라니까. 나도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구. ㅡㅡ 그런데 그건 대체 어떤 재소자한테서 얻어낸 것인가? 알려주게."

"……"

박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평소 같았다면 박사가 대답하지 않거나 할 경우 버럭 화를 내곤 했으나 그날 따라 후키야는 매우 기분이 좋은 듯, 목을 더듬으며 싱글벙글 웃고 있다.

"그리고 말이야 쿠마무토 군. 호르몬에 관한 문헌을 정리해서 내게 주지 않겠나. ㅡㅡ 호르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병원에 있던 그 미인 교환수는 어떻게 됐나? 스물 넷이나 먹었으면서 독신으로 열심히 살아왔던 그 아가씨 말이야."

야부키는 어딘지 모르게 징그러운 웃음을 띄우며 쿠마모토 박사를 쳐다보았다.

"아, 그 아이요……"

박사는 순간 안색이 변했다.

"그 아이는 이미 죽었습니다. 맹장염이었거든요. 상, 상당히 오래된 일입니다."

"그래? 죽었어? 죽었다면, 어쩔 수 없지."

후키야는 그 말을 듣자마자 그 아가씨에 대해 흥미를 잃은 듯한 말을 했다. 그리고 다시 오겠다며 총총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새벽 1시.

의대생 후키야는 그제서야 8일째에 집 앞으로 돌아왔다.

그는 겸연쩍게 출입문 열쇠구멍으로 열쇠를 집어넣었다.

‘내가 너무 지나치게 놀았나. 살아있는 창자 ―― 그렇지. 치코라는 이름을 붙여줬었지. 치코는 아직 살아있을까. 죽어 있더라도 상관 없어. 어쨌든 세계 의학자들을 놀라게 할 만한 논문자료는 이제 충분이 모아놓았다.

그는 출입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퀘퀘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른다. 거기에 섞여 어딘지 모르게 여자 체취와도 같은 것도 느낀 듯했다.

‘이상하다’

방안은 캄캄했다.

후키야는 손을 더듬어서 벽에 있는 스위치를 켰다.

순간 환하게 밝았다.

그는 쓸쓸한 듯한 눈으로 실내를 돌아보았다.

치코의 모습은 탁자 위에도 없었다.

‘이상하다? 치코는 죽었나? 아니면 틈새로 해서 바깥으로 도망쳤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했으나,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나갈 때 치코를 위해 만들어 놓은 설탕물이 담긴 접시 쪽으로 눈을 돌렸다.

유리 접시 안에는 설망물이 아직 절반 정도나 남아 있었다 그는 놀라운 소리를 냈다.

"어? 지금쯤이면 설탕물도 바닥이 났을 줄 알았는데 ―― 치코 이 녀석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바로 그 순간.

후키야 눈 앞에 무언가 흰 지팡이와도 같은 것이 기이한 신음소리를 내며 휙 날라왔다.

"으악!"

소리도 낼 틈도 없이 그것은 후키야 머리에 휘감겼다.

"으으윽 ――"

후키야의 목은 강력한 힘으로 조여졌다. 그는 허공을 잡으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의대생 후키야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그로부터 반 년이나 지난 후였다. 일 년치씩 내기로 되어 있는 집세를 주인이 독촉하러 왔을 때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의 시신은 이미 백골을 드러내고 있었다.

후키야의 사망원인을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또한 그가 남긴 ‘살아있는 창자 치코’에 관한 위대한 실험에 대해서도 누구 하나 아는 자가 없었다.

‘살아있는 창자’에 대한 실험은 모두 백지가 되고 말았다.

단 한 사람, 쿠마모토 박사는 후키야에게 제공한 ‘살아있는 창자’에 대한 사실을 간혹 떠올리곤 하였다. 사실 그 창자는 어떤 재소자부터 얻는 것이 아니었다.

‘살아있는 창자’는 도대체 누구 뱃속에서 나온 것인가.

그것은 ○○형무병원에 근무하던, 스물 네 살 먹은 처녀 교환수로부터 얻어진 창자였다. 그녀는 맹장염으로 세상을 떠났으나, 그 때 집도한 의사가 쿠마모토 박사였다고 하면 그 다음 설명은 필요 없을 것이다.

처녀 뱃속에서 절단된 ‘살아있는 창자’가 의대생 후키야의 목을 졸라 그를 죽인 사실은 그의 죽음을 남몰래 기뻐하는 쿠마모토 박사도 모른다.

더군다나 ‘살아있는 창자’ 치코가 후키야와 120일에 걸친 동거생활 동안 그에게 대단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8일만에 돌아온 그의 목소리를 듣고는 너무 기쁜 나머지 후키야의 목을 향해 달려들어, 불행하게도 후키야를 목 졸라 죽이게 하고 말았다는 사실 또한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그 ‘살아있는 창자’가 설마 그와 같은 여성 몸에서부터 나온 창자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의대생 후키야 류지야말로 대단히 불행하게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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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니의 신(神)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1921)

일본어 원문


      一


 支那(シナ)の上海(シャンハイ)の或(ある)町です。昼でも薄暗い或家の二階に、人相の悪い印度(インド)人の婆さんが一人、商人らしい一人の亜米利加(アメリカ)人と何か頻(しきり)に話し合っていました。

「実は今度もお婆さんに、占いを頼みに来たのだがね、――」

 亜米利加人はそう言いながら、新しい巻煙草(まきたばこ)へ火をつけました。

「占いですか? 占いは当分見ないことにしましたよ」

 婆さんは嘲(あざけ)るように、じろりと相手の顔を見ました。

「この頃は折角見て上げても、御礼さえ碌(ろく)にしない人が、多くなって来ましたからね」

「そりゃ勿論(もちろん)御礼をするよ」

 亜米利加人は惜しげもなく、三百弗(ドル)の小切手を一枚、婆さんの前へ投げてやりました。

「差当りこれだけ取って置くさ。もしお婆さんの占いが当れば、その時は別に御礼をするから、――」

 婆さんは三百弗の小切手を見ると、急に愛想(あいそ)がよくなりました。

「こんなに沢山頂いては、反(かえ)って御気の毒ですね。――そうして一体又あなたは、何を占ってくれろとおっしゃるんです?」

「私(わたし)が見て貰(もら)いたいのは、――」

 亜米利加人は煙草を啣(くわ)えたなり、狡猾(こうかつ)そうな微笑を浮べました。

「一体日米戦争はいつあるかということなんだ。それさえちゃんとわかっていれば、我々商人は忽(たちま)ちの内に、大金儲(おおがねもう)けが出来るからね」

「じゃ明日(あした)いらっしゃい。それまでに占って置いて上げますから」

「そうか。じゃ間違いのないように、――」

 印度人の婆さんは、得意そうに胸を反(そ)らせました。

「私の占いは五十年来、一度も外(はず)れたことはないのですよ。何しろ私のはアグニの神が、御自身御告げをなさるのですからね」

 亜米利加人が帰ってしまうと、婆さんは次の間(ま)の戸口へ行って、

「恵蓮(えれん)。恵蓮」と呼び立てました。

 その声に応じて出て来たのは、美しい支那人の女の子です。が、何か苦労でもあるのか、この女の子の下(しも)ぶくれの頬(ほお)は、まるで蝋(ろう)のような色をしていました。

「何を愚図々々(ぐずぐず)しているんだえ? ほんとうにお前位、ずうずうしい女はありゃしないよ。きっと又台所で居睡(いねむ)りか何かしていたんだろう?」

 恵蓮はいくら叱(しか)られても、じっと俯向(うつむ)いたまま黙っていました。

「よくお聞きよ。今夜は久しぶりにアグニの神へ、御伺いを立てるんだからね、そのつもりでいるんだよ」

 女の子はまっ黒な婆さんの顔へ、悲しそうな眼を挙(あ)げました。

「今夜ですか?」

「今夜の十二時。好(い)いかえ? 忘れちゃいけないよ」

 印度人の婆さんは、脅(おど)すように指を挙げました。

「又お前がこの間のように、私に世話ばかり焼かせると、今度こそお前の命はないよ。お前なんぞは殺そうと思えば、雛(ひよ)っ仔(こ)の頸(くび)を絞めるより――」

 こう言いかけた婆さんは、急に顔をしかめました。ふと相手に気がついて見ると、恵蓮はいつか窓際(まどぎわ)に行って、丁度明いていた硝子(ガラス)窓から、寂しい往来を眺(なが)めているのです。

「何を見ているんだえ?」

 恵蓮は愈(いよいよ)色を失って、もう一度婆さんの顔を見上げました。

「よし、よし、そう私を莫迦(ばか)にするんなら、まだお前は痛い目に会い足りないんだろう」

 婆さんは眼を怒(いか)らせながら、そこにあった箒(ほうき)をふり上げました。

 丁度その途端です。誰か外へ来たと見えて、戸を叩(たた)く音が、突然荒々しく聞え始めました。


     二


 その日のかれこれ同じ時刻に、この家の外を通りかかった、年の若い一人の日本人があります。それがどう思ったのか、二階の窓から顔を出した支那人の女の子を一目見ると、しばらくは呆気(あっけ)にとられたように、ぼんやり立ちすくんでしまいました。

 そこへ又通りかかったのは、年をとった支那人の人力車夫です。

「おい。おい。あの二階に誰が住んでいるか、お前は知っていないかね?」

 日本人はその人力車夫へ、いきなりこう問いかけました。支那人は楫棒(かじぼう)を握ったまま、高い二階を見上げましたが、「あすこですか? あすこには、何とかいう印度人の婆さんが住んでいます」と、気味悪そうに返事をすると、匆々(そうそう)行きそうにするのです。

「まあ、待ってくれ。そうしてその婆さんは、何を商売にしているんだ?」

「占い者(しゃ)です。が、この近所の噂(うわさ)じゃ、何でも魔法さえ使うそうです。まあ、命が大事だったら、あの婆さんの所なぞへは行かない方が好(よ)いようですよ」

 支那人の車夫が行ってしまってから、日本人は腕を組んで、何か考えているようでしたが、やがて決心でもついたのか、さっさとその家の中へはいって行きました。すると突然聞えて来たのは、婆さんの罵(ののし)る声に交った、支那人の女の子の泣き声です。日本人はその声を聞くが早いか、一股(ひとまた)に二三段ずつ、薄暗い梯子(はしご)を駈(か)け上りました。そうして婆さんの部屋の戸を力一ぱい叩き出しました。

 戸は直ぐに開きました。が、日本人が中へはいって見ると、そこには印度人の婆さんがたった一人立っているばかり、もう支那人の女の子は、次の間へでも隠れたのか、影も形も見当りません。

「何か御用ですか?」

 婆さんはさも疑わしそうに、じろじろ相手の顔を見ました。

「お前さんは占い者だろう?」

 日本人は腕を組んだまま、婆さんの顔を睨(にら)み返しました。

「そうです」

「じゃ私の用なぞは、聞かなくてもわかっているじゃないか? 私も一つお前さんの占いを見て貰いにやって来たんだ」

「何を見て上げるんですえ?」

 婆さんは益(ますます)疑わしそうに、日本人の容子(ようす)を窺(うかが)っていました。

「私の主人の御嬢さんが、去年の春行方(ゆくえ)知れずになった。それを一つ見て貰いたいんだが、――」

 日本人は一句一句、力を入れて言うのです。

「私の主人は香港(ホンコン)の日本領事だ。御嬢さんの名は妙子(たえこ)さんとおっしゃる。私は遠藤という書生だが――どうだね? その御嬢さんはどこにいらっしゃる」

 遠藤はこう言いながら、上衣(うわぎ)の隠しに手を入れると、一挺(ちょう)のピストルを引き出しました。

「この近所にいらっしゃりはしないか? 香港の警察署の調べた所じゃ、御嬢さんを攫(さら)ったのは、印度人らしいということだったが、――隠し立てをすると為(ため)にならんぞ」

 しかし印度人の婆さんは、少しも怖(こわ)がる気色(けしき)が見えません。見えないどころか唇(くちびる)には、反って人を莫迦にしたような微笑さえ浮べているのです。

「お前さんは何を言うんだえ? 私はそんな御嬢さんなんぞは、顔を見たこともありゃしないよ」

「嘘(うそ)をつけ。今その窓から外を見ていたのは、確(たしか)に御嬢さんの妙子さんだ」

 遠藤は片手にピストルを握ったまま、片手に次の間の戸口を指さしました。

「それでもまだ剛情を張るんなら、あすこにいる支那人をつれて来い」

「あれは私の貰い子だよ」

 婆さんはやはり嘲るように、にやにや独(ひと)り笑っているのです。

「貰い子か貰い子でないか、一目見りゃわかることだ。貴様がつれて来なければ、おれがあすこへ行って見る」

 遠藤が次の間へ踏みこもうとすると、咄嗟(とっさ)に印度人の婆さんは、その戸口に立ち塞(ふさ)がりました。

「ここは私の家(うち)だよ。見ず知らずのお前さんなんぞに、奥へはいられてたまるものか」

「退(ど)け。退かないと射殺(うちころ)すぞ」

 遠藤はピストルを挙げました。いや、挙げようとしたのです。が、その拍子に婆さんが、鴉(からす)の啼(な)くような声を立てたかと思うと、まるで電気に打たれたように、ピストルは手から落ちてしまいました。これには勇み立った遠藤も、さすがに胆(きも)をひしがれたのでしょう、ちょいとの間は不思議そうに、あたりを見廻していましたが、忽ち又勇気をとり直すと、

「魔法使め」と罵(ののし)りながら、虎(とら)のように婆さんへ飛びかかりました。

 が、婆さんもさるものです。ひらりと身を躱(かわ)すが早いか、そこにあった箒(ほうき)をとって、又掴(つか)みかかろうとする遠藤の顔へ、床(ゆか)の上の五味(ごみ)を掃きかけました。すると、その五味が皆火花になって、眼といわず、口といわず、ばらばらと遠藤の顔へ焼きつくのです。

 遠藤はとうとうたまり兼ねて、火花の旋風(つむじかぜ)に追われながら、転(ころ)げるように外へ逃げ出しました。


     三


 その夜(よ)の十二時に近い時分、遠藤は独り婆さんの家の前にたたずみながら、二階の硝子窓に映る火影(ほかげ)を口惜(くや)しそうに見つめていました。

「折角御嬢さんの在(あ)りかをつきとめながら、とり戻すことが出来ないのは残念だな。一そ警察へ訴えようか? いや、いや、支那の警察が手ぬるいことは、香港でもう懲り懲りしている。万一今度も逃げられたら、又探すのが一苦労だ。といってあの魔法使には、ピストルさえ役に立たないし、――」

 遠藤がそんなことを考えていると、突然高い二階の窓から、ひらひら落ちて来た紙切れがあります。

「おや、紙切れが落ちて来たが、――もしや御嬢さんの手紙じゃないか?」

 こう呟(つぶや)いた遠藤は、その紙切れを、拾い上げながらそっと隠した懐中電燈を出して、まん円(まる)な光に照らして見ました。すると果して紙切れの上には、妙子が書いたのに違いない、消えそうな鉛筆の跡があります。


「遠藤サン。コノ家(うち)ノオ婆サンハ、恐シイ魔法使デス。時々真夜中ニ私(わたくし)ノ体ヘ、『アグニ』トイウ印度ノ神ヲ乗リ移ラセマス。私ハソノ神ガ乗リ移ッテイル間中、死ンダヨウニナッテイルノデス。デスカラドンナ事ガ起ルカ知リマセンガ、何デモオ婆サンノ話デハ、『アグニ』ノ神ガ私ノ口ヲ借リテ、イロイロ予言ヲスルノダソウデス。今夜モ十二時ニハオ婆サンガ又『アグニ』ノ神ヲ乗リ移ラセマス。イツモダト私ハ知ラズ知ラズ、気ガ遠クナッテシマウノデスガ、今夜ハソウナラナイ内ニ、ワザト魔法ニカカッタ真似(まね)ヲシマス。ソウシテ私ヲオ父様ノ所ヘ返サナイト『アグニ』ノ神ガオ婆サンノ命ヲトルト言ッテヤリマス。オ婆サンハ何ヨリモ『アグニ』ノ神ガ怖(こわ)イノデスカラ、ソレヲ聞ケバキット私ヲ返スダロウト思イマス。ドウカ明日(あした)ノ朝モウ一度、オ婆サンノ所ヘ来テ下サイ。コノ計略ノ外(ほか)ニハオ婆サンノ手カラ、逃ゲ出スミチハアリマセン。サヨウナラ」


 遠藤は手紙を読み終ると、懐中時計を出して見ました。時計は十二時五分前です。

「もうそろそろ時刻になるな、相手はあんな魔法使だし、御嬢さんはまだ子供だから、余程運が好くないと、――」

 遠藤の言葉が終らない内に、もう魔法が始まるのでしょう。今まで明るかった二階の窓は、急にまっ暗になってしまいました。と同時に不思議な香(こう)の匂(におい)が、町の敷石にも滲(し)みる程、どこからか静(しずか)に漂って来ました。


     四


 その時あの印度人の婆さんは、ランプを消した二階の部屋の机に、魔法の書物を拡(ひろ)げながら、頻(しきり)に呪文(じゅもん)を唱えていました。書物は香炉の火の光に、暗い中でも文字だけは、ぼんやり浮き上らせているのです。

 婆さんの前には心配そうな恵蓮が、――いや、支那服を着せられた妙子が、じっと椅子に坐っていました。さっき窓から落した手紙は、無事に遠藤さんの手へはいったであろうか? あの時往来にいた人影は、確に遠藤さんだと思ったが、もしや人違いではなかったであろうか?――そう思うと妙子は、いても立ってもいられないような気がして来ます。しかし今うっかりそんな気(け)ぶりが、婆さんの眼にでも止まったが最後、この恐しい魔法使いの家から、逃げ出そうという計略は、すぐに見破られてしまうでしょう。ですから妙子は一生懸命に、震える両手を組み合せながら、かねてたくんで置いた通り、アグニの神が乗り移ったように、見せかける時の近づくのを今か今かと待っていました。

 婆さんは呪文を唱えてしまうと、今度は妙子をめぐりながら、いろいろな手ぶりをし始めました。或時は前へ立ったまま、両手を左右に挙げて見せたり、又或時は後へ来て、まるで眼かくしでもするように、そっと妙子の額の上へ手をかざしたりするのです。もしこの時部屋の外から、誰か婆さんの容子を見ていたとすれば、それはきっと大きな蝙蝠(こうもり)か何かが、蒼白(あおじろ)い香炉の火の光の中に、飛びまわってでもいるように見えたでしょう。

 その内に妙子はいつものように、だんだん睡気(ねむけ)がきざして来ました。が、ここで睡ってしまっては、折角の計略にかけることも、出来なくなってしまう道理です。そうしてこれが出来なければ、勿論二度とお父さんの所へも、帰れなくなるのに違いありません。

「日本の神々様、どうか私(わたし)が睡らないように、御守りなすって下さいまし。その代り私はもう一度、たとい一目でもお父さんの御顔を見ることが出来たなら、すぐに死んでもよろしゅうございます。日本の神々様、どうかお婆さんを欺(だま)せるように、御力を御貸し下さいまし」

 妙子は何度も心の中に、熱心に祈りを続けました。しかし睡気はおいおいと、強くなって来るばかりです。と同時に妙子の耳には、丁度銅鑼(どら)でも鳴らすような、得体の知れない音楽の声が、かすかに伝わり始めました。これはいつでもアグニの神が、空から降りて来る時に、きっと聞える声なのです。

 もうこうなってはいくら我慢しても、睡らずにいることは出来ません。現に目の前の香炉の火や、印度人の婆さんの姿でさえ、気味の悪い夢が薄れるように、見る見る消え失(う)せてしまうのです。

「アグニの神、アグニの神、どうか私(わたし)の申すことを御聞き入れ下さいまし」

 やがてあの魔法使いが、床の上にひれ伏したまま、嗄(しわが)れた声を挙げた時には、妙子は椅子に坐りながら、殆(ほとん)ど生死も知らないように、いつかもうぐっすり寝入っていました。


     五


 妙子は勿論婆さんも、この魔法を使う所は、誰の眼にも触れないと、思っていたのに違いありません。しかし実際は部屋の外に、もう一人戸の鍵穴(かぎあな)から、覗(のぞ)いている男があったのです。それは一体誰でしょうか?――言うまでもなく、書生の遠藤です。

 遠藤は妙子の手紙を見てから、一時は往来に立ったなり、夜明けを待とうかとも思いました。が、お嬢さんの身の上を思うと、どうしてもじっとしてはいられません。そこでとうとう盗人(ぬすびと)のように、そっと家の中へ忍びこむと、早速この二階の戸口へ来て、さっきから透き見をしていたのです。

 しかし透き見をすると言っても、何しろ鍵穴を覗くのですから、蒼白い香炉の火の光を浴びた、死人のような妙子の顔が、やっと正面に見えるだけです。その外(ほか)は机も、魔法の書物も、床にひれ伏した婆さんの姿も、まるで遠藤の眼にははいりません。しかし嗄(しわが)れた婆さんの声は、手にとるようにはっきり聞えました。

「アグニの神、アグニの神、どうか私の申すことを御聞き入れ下さいまし」

 婆さんがこう言ったと思うと、息もしないように坐っていた妙子は、やはり眼をつぶったまま、突然口を利(き)き始めました。しかもその声がどうしても、妙子のような少女とは思われない、荒々しい男の声なのです。

「いや、おれはお前の願いなぞは聞かない。お前はおれの言いつけに背(そむ)いて、いつも悪事ばかり働いて来た。おれはもう今夜限り、お前を見捨てようと思っている。いや、その上に悪事の罰を下してやろうと思っている」

 婆さんは呆気(あっけ)にとられたのでしょう。暫くは何とも答えずに、喘(あえ)ぐような声ばかり立てていました。が、妙子は婆さんに頓着(とんじゃく)せず、おごそかに話し続けるのです。

「お前は憐(あわ)れな父親の手から、この女の子を盗んで来た。もし命が惜しかったら、明日(あす)とも言わず今夜の内に、早速この女の子を返すが好(よ)い」

 遠藤は鍵穴に眼を当てたまま、婆さんの答を待っていました。すると婆さんは驚きでもするかと思いの外(ほか)、憎々しい笑い声を洩(も)らしながら、急に妙子の前へ突っ立ちました。

「人を莫迦(ばか)にするのも、好(い)い加減におし。お前は私を何だと思っているのだえ。私はまだお前に欺される程、耄碌(もうろく)はしていない心算(つもり)だよ。早速お前を父親へ返せ――警察の御役人じゃあるまいし、アグニの神がそんなことを御言いつけになってたまるものか」

 婆さんはどこからとり出したか、眼をつぶった妙子の顔の先へ、一挺のナイフを突きつけました。

「さあ、正直に白状おし。お前は勿体(もったい)なくもアグニの神の、声色(こわいろ)を使っているのだろう」

 さっきから容子を窺っていても、妙子が実際睡っていることは、勿論遠藤にはわかりません。ですから遠藤はこれを見ると、さては計略が露顕したかと思わず胸を躍(おど)らせました。が、妙子は相変らず目蓋(まぶた)一つ動かさず、嘲笑(あざわら)うように答えるのです。

「お前も死に時が近づいたな。おれの声がお前には人間の声に聞えるのか。おれの声は低くとも、天上に燃える炎の声だ。それがお前にはわからないのか。わからなければ、勝手にするが好(い)い。おれは唯(ただ)お前に尋ねるのだ。すぐにこの女の子を送り返すか、それともおれの言いつけに背くか――」

 婆さんはちょいとためらったようです。が、忽ち勇気をとり直すと、片手にナイフを握りながら、片手に妙子の襟髪(えりがみ)を掴(つか)んで、ずるずる手もとへ引き寄せました。

「この阿魔(あま)め。まだ剛情を張る気だな。よし、よし、それなら約束通り、一思いに命をとってやるぞ」

 婆さんはナイフを振り上げました。もう一分間遅れても、妙子の命はなくなります。遠藤は咄嗟(とっさ)に身を起すと、錠のかかった入口の戸を無理無体に明けようとしました。が、戸は容易に破れません。いくら押しても、叩いても、手の皮が摺(す)り剥(む)けるばかりです。


     六


 その内に部屋の中からは、誰かのわっと叫ぶ声が、突然暗やみに響きました。それから人が床の上へ、倒れる音も聞えたようです。遠藤は殆ど気違いのように、妙子の名前を呼びかけながら、全身の力を肩に集めて、何度も入口の戸へぶつかりました。

 板の裂ける音、錠のはね飛ぶ音、――戸はとうとう破れました。しかし肝腎(かんじん)の部屋の中は、まだ香炉に蒼白い火がめらめら燃えているばかり、人気(ひとけ)のないようにしんとしています。

 遠藤はその光を便りに、怯(お)ず怯ずあたりを見廻しました。

 するとすぐに眼にはいったのは、やはりじっと椅子にかけた、死人のような妙子です。それが何故(なぜ)か遠藤には、頭(かしら)に毫光(ごこう)でもかかっているように、厳(おごそ)かな感じを起させました。

「御嬢さん、御嬢さん」

 遠藤は椅子へ行くと、妙子の耳もとへ口をつけて、一生懸命に叫び立てました。が、妙子は眼をつぶったなり、何とも口を開きません。

「御嬢さん。しっかりおしなさい。遠藤です」

 妙子はやっと夢がさめたように、かすかな眼を開きました。

「遠藤さん?」

「そうです。遠藤です。もう大丈夫ですから、御安心なさい。さあ、早く逃げましょう」

 妙子はまだ夢現(ゆめうつつ)のように、弱々しい声を出しました。

「計略は駄目だったわ。つい私が眠ってしまったものだから、――堪忍(かんにん)して頂戴よ」

「計略が露顕したのは、あなたのせいじゃありませんよ。あなたは私と約束した通り、アグニの神の憑(かか)った真似(まね)をやり了(おお)せたじゃありませんか?――そんなことはどうでも好(い)いことです。さあ、早く御逃げなさい」

 遠藤はもどかしそうに、椅子から妙子を抱き起しました。

「あら、嘘(うそ)。私は眠ってしまったのですもの。どんなことを言ったか、知りはしないわ」

 妙子は遠藤の胸に凭(もた)れながら、呟(つぶや)くようにこう言いました。

「計略は駄目だったわ。とても私は逃げられなくってよ」

「そんなことがあるものですか。私と一しょにいらっしゃい。今度しくじったら大変です」

「だってお婆さんがいるでしょう?」

「お婆さん?」

 遠藤はもう一度、部屋の中を見廻しました。机の上にはさっきの通り、魔法の書物が開いてある、――その下へ仰向(あおむ)きに倒れているのは、あの印度人の婆さんです。婆さんは意外にも自分の胸へ、自分のナイフを突き立てたまま、血だまりの中に死んでいました。

「お婆さんはどうして?」

「死んでいます」

 妙子は遠藤を見上げながら、美しい眉をひそめました。

「私、ちっとも知らなかったわ。お婆さんは遠藤さんが――あなたが殺してしまったの?」

 遠藤は婆さんの屍骸(しがい)から、妙子の顔へ眼をやりました。今夜の計略が失敗したことが、――しかしその為に婆さんも死ねば、妙子も無事に取り返せたことが、――運命の力の不思議なことが、やっと遠藤にもわかったのは、この瞬間だったのです。

「私が殺したのじゃありません。あの婆さんを殺したのは今夜ここへ来たアグニの神です」

 遠藤は妙子を抱(かか)えたまま、おごそかにこう囁(ささや)きまし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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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니의 신(神)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1921)

번역 : 홍성필


1.


 중국 샹하이에 있는 어느 마을입니다. 낮인데도 어두컴컴한 어느 집 2층에 인상이 험악한 인도인 노파 하나가 상인 같은 한 미국인과 연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번에도 할머니에게 점을 보러왔는데…….”

 미국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새 잎담배에 불을 붙였습니다.

 “점이라고요? 점은 당분간 안 치기로 했습니다.”

 노파는 비웃듯이 슬쩍 상대방 얼굴을 쳐다봤습니다.

 “요즘은 기껏 쳐줘도 사례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거든요.”

 “그야 물론 사례는 해드리죠.”

 미국인은 아낌없이 300달러 수표를 한 장, 할머니에게 건냈습니다.

 “일단 이것만 지불해두지. 만약 할머니 점이 맞으면 그 때는 따로 사례를 할 테니까…….”

 노파는 300달러 수표를 보자 갑자기 친절해졌습니다.

 “이렇게 많이 받으면 오히려 죄송하지요. 그런데 대체 당신은 무슨 점을 봐달라는 말씀이온지?”

 “내가 원하는 건…….”

 미국인은 담배를 물자 교활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대체 미일전쟁은 언제 일어나는가 하는 거요. 그것만이라도 잘 알고 있으면, 우리 상인들은 순식간에 떼돈을 벌 수 있으니 말이오.”

 “그렇다면 내일 오시오. 그 때까지 점을 쳐볼 테니.”

 “그렇군. 그럼 꼭 부탁하네.”

 인도인 노파는 자랑스럽다는 듯 가슴을 폈습니다.

 “내 점은 지난 50년 동안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습죠. 뭐니 뭐니 해도 내게는 아그니 신이 스스로 점괘를 주시거든요.”

 미국인이 돌아가자 노파는 사랑방 입구에 서더니,

 “혜련(惠蓮)아. 혜련아.” 하고 불렀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나온 것은 아름다운 중국 여자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무슨 힘든 일이라도 있는지, 부어오른 통통한 볼은 마치 촛농과도 같은 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뭘 꾸물대는 게야. 정말 너처럼 뻔뻔한 년은 없어. 분명 또 부엌에서 졸고나 있었겠지?”

 혜련은 아무리 혼이 나도 묵묵히 고개를 숙인 채로 있었습니다.

 “잘 들어라. 오늘 밤은 모처럼 아그니 신께 여쭐 것이야. 그렇게 알고 있어라.”

 여자 아이는 시커먼 할머니 얼굴 쪽으로 슬픔에 잠긴 눈을 들었습니다.

 “오늘 밤이요?”

 “오늘 밤 12시야. 알았지? 잊지 말아라.”

 인도인 노파는 협박하듯 손가락을 치켜세웠습니다.

 “또 네가 예전처럼 나한테 귀찮게 굴면 이번에야말로 네 목숨은 없는 줄 알아라. 너 같은 걸 죽이는 건 병아리 모가지를 비틀기보다…….”

 여기까지 말한 노파는 갑자기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문득 앞을 보자 혜련은 어느새 창가에 가서 마침 열려 있던 유리문으로 쓸쓸한 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뭘 보고 있는 게야?”

 혜련은 사색이 되어 다시 한 번 할머니 얼굴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래. 알았어. 그렇게 날 바보취급 하는 걸 보니,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구나.”

 노파는 눈을 부라리며 그곳에 있던 빗자루를 집어 들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입니다. 밖에서 누군가가 온 듯. 문을 두르리는 소리가 갑자기 거칠게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2.


 그날 비슷한 시간에 그 집 바깥을 지나던 젊은 한 일본인이 있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문득 2층 창문에서 얼굴을 내민 중국 여자아이를 한 번 보더니 잠시 동안 넋을 잃은 듯 멍하니 그 자리에 멈춰서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나이 든 중국인 인력거가 있었습니다.

 “이봐, 여보게. 저기 2층에는 누가 살고 있는지, 자네 알고 있나?”

 일본인은 그 인력거 장수에게 대뜸 물었습니다. 중국인은 손잡이를 쥔 채로 높은 2층을 올려다보았습니다만, “저기 말인가요? 저기에는 뭐라고 하는 인도인 노파가 살고 있습니다.”라며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하자 서둘러 떠나려 하는 것이었습니다.

 “잠깐 기다려주게. 그런데 그 노파는 어떤 장사를 하고 있지?”

 “점쟁이에요. 하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무슨 마법까지도 쓰나봅니다. 뭐, 목숨이 아깝거든 그런 노파한테는 가지 않는 편이 좋습죠.”

 중국인 인력거가 떠나가자 일본인은 팔짱을 끼고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윽고 결심이라도 섰는지 서둘러 그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들러온 것은 노파의 고함소리에 섞여 중국인 여자의 우는 소리였습니다. 일본인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단번에 두 세 단씩 어두컴컴한 사다리를 뛰어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노파가 있는 방문을 힘껏 두드렸습니다

 문은 바로 열렸으나 일본인이 들어가자 그 곳에는 노파가 홀로 서 있을 뿐, 이미 중국인 여자 아이는 다른 방에라도 숨었는지 흔적조차 없습니다.

 “무슨 볼 일이라도?”

 노파는 매우 수상하다는 듯이 유심히 상대방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당신은 점쟁이 아닌가?”

 일본인은 팔짱을 낀 채로 노파 얼굴을 노려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온 이유 같은 건 묻지 않아도 알고 있는 게 아닌가? 나도 어디 한 번 당신 점을 보러 온 거요.”

 “무엇이 궁금하시죠?”

 노파는 더욱 수상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일본인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내가 모시는 주인의 따님이 작년 봄에 행방불명이 되었소. 그걸 한 번 알아봐줬으면 하는데…….”

 일본인은 한 마디 한 마디를 힘을 주며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내 주인은 홍콩에 계신 일본 영사님이시오. 아가씨 이름은 타에코(妙子) 씨라고 하오. 나는 엔도(遠藤)라고 하는 서생인데……어떤가? 그 아가씨는 어디 계시지?”

 엔도는 이렇게 말하면서 윗도리 안주머니에 손을 넣자 한 자루 권총을 꺼냈습니다.

 “이 주변에 계시지 않나? 홍콩 경찰서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아가씨를 납치한 자는 인도인 같다고 하던데……숨기면 신상에 안 좋을 게야.”

 그러나 인도인 노파는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습니다. 두려워하기는커녕 입가에는 오히려 사람을 조롱하듯 미소까지 띄우고 있었습니다.

 “당신 무슨 말을 하시나? 난 그런 아가씨는 얼굴도 본 적이 없다우.”

 “거짓말 말아. 지금 그 창문에서 바깥을 보고 있던 건 분명 타에코 아가씨였어.”

 엔도는 한 손에 권총을 쥐고서 다른 한 손으로 옆방 문을 가리켰습니다.

 “그래도 계속 고집을 부리면 저기 있는 중국인들 데리고 와.”

 “저건 내 양녀요.”

 노파는 역시 조소하는 피식피식 혼자 웃고 있는 것입니다.

 “양녀인지 아닌지 한 번 보면 알 수 있겠지. 네놈이 데리고 오지 않는다면 내가 저기에 가보마.”

 엔도가 옆방으로 들어서려 하자 순식간에 인도인 노파는 그 입구를 막아셨습니다.

 “여긴 내 집이야. 누군지도 모르는 당신 같은 사람한테 들여보낼 수야 있나.”

 “비켜. 비키지 않으면 쏴 죽인다.”

 엔도는 권총을 들어 올렸습니다. 아니, 들어 올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노파가 까마귀 울음소리 같은 것을 내자 마치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듯이 권총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되자 그 때까지 강경했던 엔도도 과연 놀랐겠지요. 잠시 동안은 이상하다는 듯이 주변을 돌아보았으나 곧바로 정신을 가다듬고는,

 “요망한 할멈 같으니라구.” 라고 소리치며 호랑이와도 같이 노파를 향해 덤벼들었습니다.

 그러나 노파도 가만히 있지는 않습니다. 날렵하게 몸을 피하더니 거기에 있던 빗자루를 쥐고서는 또다시 덤벼드는 엔도 얼굴을 향해 고춧가루를 뿌렸습니다. 그러자 그 고춧가루가 모두 불꽃으로 변하더니 눈이고 입이고 태우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엔도는 결국 견딜 수가 없어 불꽃 질풍에 쫓기며 굴러 떨어지듯 바깥으로 도망쳐 나왔습니다.



 3.


 그날 밤 12시 경, 엔도는 홀로 노파 집앞에 머물면서 2층 유리창에 비치는 불빛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간신히 아가씨가 계신 곳을 찾아냈건만 구해낼 수 없다니 애석하다. 아예 경찰에 신고할까? 아니, 아냐. 중국 경찰이 허술하다는 건 홍콩에서 뼈저리게 느꼈지. 만약 다시 도망치면 또다시 찾아내기는 힘들 거야. 그렇다고 저 요망한 할멈한테는 권총도 소용없으니…….”

 엔도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갑자기 높은 2층 창문에서 바람에 날리며 떨어진 종잇조각이 있습니다.

 “어? 종잇조각이 떨어져왔군……. 혹시 아가씨가 보낸 편지가 아닐까?”

 이렇게 중얼거린 엔도는 그 종잇조각을 주우면서, 숨겨 두었던 회중전등을 꺼내어 동그란 빛에 비춰봤습니다. 그러자 역시 종잇조각에는 분명히 타에코 아가씨가 쓴 희미한 연필흔적이 있습니다.

 “엔도 씨. 이 집 할머니는 무서운 마법사입니다. 가끔 한밤중에 제 몸에 ‘아그니’라는 인도 신을 들게 합니다. 저는 그 신이 들렸을 때는 죽은 것처럼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할머니한테 들은 바로는 ‘아그니’ 신이 제 입을 빌려 여러 가지 예언을 한다고 합니다. 오늘 밤에도 12시에는 할머니가 또 ‘아그니’를 불러들입니다. 평소 같으면 저는 나도 모르게 정신이 멍해져가지만 오늘은 그렇게 되기 전에 일부러 마법에 걸린 시늉을 할 겁니다. 그리고 저를 아버님께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아그니’의 신이 할머니 목숨을 빼앗을 거라고 말해주겠습니다. 할머니는 누구보다도 ‘아그니’ 신을 두려워하므로 그 말을 들으면 저를 되돌려줄 것입니다. 제발 내일 아침 다시 한 번 할머니가 있는 곳에 와 주세요. 이 계략 외에 할머니 손아귀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습니다. 그럼 이만.”

 엔도는 편지를 다 읽고 나서 시계를 꺼내보았습니다. 시계는 12시 5분전이었습니다.

 “이제 서서히 시작하겠군. 상대방은 저런 마법사이고 아가씨는 아직 어리시니 좀처럼 운이 좋지 않으면…….”

 엔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벌써 마법이 시작되는지, 지금까지 밝았던 2층 창문은 갑자기 어두워졌습니다. 동시에 기이한 향내가 동네 길바닥까지도 스며들 정도로 어딘가에서부터 천천히 퍼져 나왔습니다.



 4.


 그 때 그 인도인 노파는 호롱불을 끈 2층 방 책상에 마법서를 펼치면서 연신 주문을 외우고 있었습니다. 책에는 향로 불빛으로 어둠 속에서도 글씨만은 희미하게 보이도록 한 것입니다.

 노파 앞에는 걱정스러운 혜련이……. 아니, 중국옷이 입혀진 타에코가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방금 전 떨어뜨린 편지는 무사히 엔도 씨한테 전해졌을까? 그 때 거리에 있던 사람은 분명 엔도 씨라고 생각했는데, 혹시 다른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자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실수로 노파에게 그런 눈치라도 채는 날에는 끔찍한 마법사 집에서 도망치려는 계략이 탄로나고 말 것입니다. 그러므로 타에코는 열심히 떨리는 손을 꼭 잡고는 예정대로 아그니 신이 씐 것처럼 보이게 할 기회를 불안에 떨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노파는 주문을 외우자 이번에는 타에코 주변을 돌며 이런저런 손짓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때는 앞에 선 채로 두 손을 좌우로 펼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뒤에 와서 마치 눈을 가리듯 조용히 타에코 이마 위에 손을 대기도 하였습니다. 만약 지금 방 바깥에서 누군가가 노파 모습을 보았다면, 그건 분명 큰 박쥐같은 것이 창백한 향로 불빛 속에서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그러자 타에코는 평소처럼 점점 졸음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잠이 들어버리면 계략에 걸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노파를 속일 수 없다면 물론 두 번 다시 아버님께로 돌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일본의 하나님. 제발 제가 잠이 들지 않도록 지켜주세요. 그 대신 저는 다시 한 번, 아무리 단 한번이라도 아버님 얼굴을 뵐 수 있다면 곧바로 죽어도 좋습니다. 일본의 하나님. 제발 할머니를 속일 수 있도록 힘을 주세요.”

 타에코는 몇 번이고 마음 속으로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졸음은 점점 더 밀려올 따름이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타에코 귀에는 마치 징이라도 울리는 것처럼 정체 모를 음악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습니다. 이것은 항상 아그니 신이 하늘에서 내려올 때에 들려온 소리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되자 아무리 참아도 잠이 들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눈앞에 놓인 향로 불빛이나 인도인 노파 모습조차도 악몽이 희미해지듯 사라져가고 있었습니다.

 “아그니 신이시여, 아그니 신이시여. 부디 제 부탁들 들어주소서.”

 이윽고 마법사가 바닥 위에 엎드린 채로 쉰 목소리를 낼 때, 타에코는 의자에 앉은 채로 거의 생사도 모를 정도로 어느새 깊이 잠이 들고 있었습니다.



 5.


 타에코는 물론이고 노파조차도 이 마법을 사용하는 곳은 아무도 안 보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방문 앞에 있는 출입문 열쇠구멍으로 훔쳐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누구였을까요. 두말할 나위 없이 서생인 엔도였습니다.

 엔도는 타에코가 쓴 편지를 읽고서 거리에 선 채로 새벽을 기다릴까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가씨 신상을 생각하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도둑처럼 몰래 집안으로 침입하자 곧바로 여기 2층 문 앞까지 와서 방금 전부터 몰래 훔쳐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훔쳐본다고 해도 열쇠구멍으로 보는 것이므로 창백한 항로불빛을 받아 죽은 자와 같은 타에코 얼굴이 간신히 정면으로 보일 뿐입니다. 그 외에는 책상이나 마법서, 그리고 바닥에 엎드려 절하는 노파 모습도 전혀 엔도 눈에는 들어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쉰 노파 목소리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렸습니다.

 “아그니 신이시여, 아그니 신이시여. 부디 제 부탁들 들어주소서.”

 노파가 이렇게 말하자 숨도 안 쉬는 것처럼 앉아 있던 타에코는 역시 눈을 감은 채로 갑자기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더구나 그 목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타에코와 같은 소녀라고는 보이지 않는, 거친 남자 목소리였던 것입니다.

 “아니야. 나는 네 소원 같은 것은 듣지 않을 것이다. 너는 내 명을 거스르고 항상 악행만 저질러 왔다. 나는 이제 오늘 밤 이후로 너를 버리려 한다. 아니, 나아가 악행에 대한 벌을 내리려고 한다.”

 노파는 놀란 듯했습니다. 잠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상관없이 타에코는 노파에게 계속 말을 이었습니다.

 “너는 가엾은 아버지 손에서부터 이 여자 아이를 훔쳐왔다. 만약 목숨이 아깝거든 내일도 아닌 오늘 밤이 가기 전, 이 여자 아이를 돌려보내도록 하라.”

 엔도는 열쇠구멍에 눈을 댄 채로 노파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노파는 놀라지도 않고 뜻밖에 웃음소리를 내며 갑자기 타에코 앞에 다가섰습니다.

 “사람을 놀리는 건 집어치워라. 네가 나를 누구인줄 아냐. 난 아직 너한테 속을 정도로 노망 들지는 않았다고. 어서 너를 아버지한테 돌려주라고? 경찰 관리도 아닌 아그니 신이 그런 말을 할 것 같냐?”

 노파는 어디서 났는지 눈을 감은 타에코 얼굴 앞에 한 자루 칼을 들이댔습니다.

 “자아, 솔직하게 불어. 너는 감히 아그니 신의 목소리를 쓰고 있는 게지?”

 아까부터 지켜보고 있어도 타에코가 실제로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은 물론 엔도도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엔도는 이를 보자 계략이 탄로 난 줄로 알고 몹시 긴장했습니다. 그러나 타에코는 여전히 눈꺼풀 하나 움직이지 않고 비웃듯이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너도 죽을 때가 됐나보군. 내 목소리가 네게는 인간의 목소리로 들리는가. 내 목소리는 고요해도 천상에서 타오르는 불꽃처럼 나는 소리다. 그것을 너는 알지 못하는가. 알지 못한다면 마음대로 해라. 나는 그저 네게 물을 따름이다. 곧바로 이 여자 아이를 돌려보내든지, 아니면 내 명을 거역하든지…….”

 노파는 잠시 주저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다시 용기를 되찾더니 한 손에 칼을 쥐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타에코의 멱살을 잡고 질질 끌어당겼습니다.

 “이 나쁜 년 같으니라고. 아직도 고집을 부리는 게냐? 그래. 알았다. 그렇다면 약속대로 단번에 죽여주마.”

 노파는 칼을 들어 올렸습니다. 이제 1분만 늦어도 타에코는 목숨을 잃습니다. 엔토는 순식간에 몸을 펴자 열쇠가 잠긴 문을 억지로 열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습니다. 아무리 누르고 두드려도 손가죽이 벗겨질 뿐이었습니다.



 6.


 그러는 동안에 방 안에서는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갑자기 어둠 속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리고는 사람이 바닥 위에 쓰러지는 소리도 들린 것 같습니다. 엔도는 거의 미친 듯이 타에코 이름을 부르며 전신의 힘을 어깨에 모아 몇 번씩이나 입구 문을 향해 돌진했습니다.

 나무 판이 깨지는 소리, 자물쇠가 떨어져 나가는 소리……문은 드디어 부서졌습니다. 그러나 막상 방 안에는 아직 향로에 창백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을 뿐, 인기척이 없이 정적에 싸여 있습니다.

 엔도는 그 빛을 의지하며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습니다.

 그러자 바로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는, 마치 죽은 사람과도 같은 타에코입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엔도에게는 머리에서 후광이라도 비치듯이 근엄한 느낌을 불어 일으켰습니다.

 “아가씨, 아가씨.”

 엔도는 의자가 있는 곳으로 가자 타에코 귓가에 입을 대고 열심히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타에코는 눈을 감은 채로 아무런 말도 없습니다.

 “아가씨. 정신 차리세요. 엔도입니다.”

 타에코는 그제야 꿈에서 깨어나듯 천천히 눈을 떴습니다.

 “엔도 씨?”

 “그래요. 엔도입니다. 이제 괜찮으니 안심하세요. 자, 어서 도망칩시다.”

 타에코는 아직도 비몽사몽인 듯, 작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계략은 안 됐어요. 제가 잠이 들고 말았어요……. 죄송해요.”

 “계략이 탄로 난 건 아가씨 때문이 아니에요. 아가씨는 저와 약속한 대로 아그니 신이 씐 흉내를 잘 해내셨잖아요? 아무튼 그 일은 이제 됐습니다. 어서 빨리 도망칩시다.”

 엔도는 초초한 듯이 의자에서 타에코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어머, 거짓말. 전 잠이 들었어요.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는걸요.”

 타에코는 엔도 품에 기대며 중얼거리듯 그렇게 말했습니다.

 “계략은 실패했어요. 저는 도저히 도망갈 수 없어요.”

 “그럴 리가 있나요. 저와 함께 갑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큰일 납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있잖아요?”

 “할머니요?”

 엔도는 다시 한 번 방 안을 살폈습니다. 책상 위에는 방금 전 그대로 마법서가 펼쳐져 있고……그 밑에 쓰러져 있는 것은 그 인도인 노파였습니다. 노파는 뜻밖에도 자기 가슴에 자기 칼이 꽂힌 채로 흥건하게 피가 고인 곳에 누워서 죽어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어때요?”

 “죽어 있습니다.”

 타에코는 엔도를 올려보며 아름다운 눈썹을 찌푸렸습니다.

 “전 아무 것도 몰랐어요. 할머니는 엔도 씨가……당신이 죽이신 건가요?”

 엔도는 노파 시신에서 타에코 얼굴로 눈길을 옮겼습니다. 오늘 밤 계략이 실패한 것 …… 하지만 그럼으로써 노파도 죽고 타에코도 무사히 구해낼 수 있었다는 것 …… 불가사의한 운명의 힘을 엔도가 알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죽인 건 아닙니다. 저 노파를 죽인 것은 오늘 밤 여기에 온 아그니의 신입니다.”

 엔도는 타에코를 안은 채로 이렇게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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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학관 관리인 위어조자(謂語助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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